“이해진이 응답할 차례" 극단 갈등 치닫는 네이버

입력 2019.02.20 14:35

노사 간 평행선을 그리고 있는 네이버 노동조합이 첫 단체행동에 나섰다. 노조 단체행동은 한국 IT업계에서는 최초다.

사내 인센티브 제도와 복지 등 사내 불통 문제에서 시작된 네이버 구성원 간 갈등이 노사가 대화 테이블에도 마주 앉지 않는 ‘냉전’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20일 오후 12시 경기도 성남시 네이버 본사 1층 로비에는 본사 소속 및 자회사 네이버비즈니스플랫폼(NBP), 컴파트너스 소속 300여 명의 조합원이 모여 단체행동을 벌였다.

이날 쟁의행위는 약 20분 간 ‘소통’, ‘투명’ 등이 적힌 풍선을 들고 ‘이해진이 응답하라’라는 손팻말을 나눠 들고 구호를 외치는 것으로 진행됐다. 이들은 ▲사내 투명 소통 ▲네이버 자회사 근로조건 개선을 본사가 책임질 것 ▲이해진 창업자가 대화에 나설 것 등을 요구했다.

오세윤 네이버 노동조합 지회장은 "우리 입장은 사측이 대화를 요청하면 언제든 받아들인다는 것"이라며 "노동조합을 대화 상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2주 후 같은 장소에서 더 많은 사람들과 더 큰 목소리로 뵙겠다"고 발언했다.

특히 이날 노동조합은 네이버를 창업한 이해진 GIO(Global Investment Officer)를 지목하며 "모든 결정권을 갖고 있는 이 GIO가 응답할 차례"라고 발언했다.

노조 관계자는 "이해진 창업자는 글로벌 투자 책임자이면서 본사를 포함, 계열사에 자금을 분배하는 역할을 하고 있기도 하다"며 "사내 곳곳에서 ‘마이크로 매니징(Micro Managing)’을 하고 있기 때문에 충분히 사내 소통 문제에 답할 책임이 있는 사람"이라고 주장했다.

네이버 노동조합이 20일 오후 12시 본사 1층 로비에서 첫 쟁의행위에 나섰다. / 차현아 기자
◇ ‘불통’ 쌓인 내부 피로감, 네이버 첫 IT업계 ‘파업’ 갈까

이날 네이버 노동조합 측이 쟁의행위 중 가장 많이 언급한 단어는 ‘소통’이었다. 사내 부서의 잇단 분사와 복지 제도를 포함, 일상적인 업무 수행 과정까지 구성원들의 피로감과 불통을 주된 비판 지점으로 꼽았다.

오 지회장은 "사내 부서가 CIC로 분사할 때도 조직원에게 뚜렷한 설명도 없을 뿐더러 자회사도 본사와 다른 연봉 테이블을 적용해 회사 안팎으로 경쟁을 부추겼다"고 비판했다.

이어 "밤새 고생해서 만든 프로젝트가 하루 만에 엎어지고, 제품 스펙이 뒤집히는 일도 정말 빈번하다"며 "언제는 프랑스 진출한다더니 갑자기 베트남으로 바뀌었다는 소리가 들릴 정도"라고 꼬집었다.

잇단 네이버 인재 이탈 소식도 사내 분위기를 뒤숭숭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국내 자연어 처리 분야의 대가로 꼽히는 네이버의 인공지능(AI) 통번역 서비스 ‘파파고’를 개발한 김준석 파파고 리더는 최근 현대자동차 AI 조직인 ‘에어랩’ 책임으로 자리를 옮겼다. 지난해 11월에는 김정희 네이버랩스 수석연구원이 현대자동차로 소속을 옮겼다.

김준석 전 네이버 파파고 리더와 김정희 전 네이버랩스 리더는 2017년 한림공학한림원이 꼽은 차세대 연구 주역 238명 명단에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네이버 소속 연구진은 3명이었다. 올해 1월에는 송창현 네이버 최고기술책임자(CTO)가 네이버랩스 대표직을 내려놨다.

이외에도 사내 인센티브 지급 기준 비공개도 노조가 꼽은 대표적인 ‘불통’ 사례로 지적됐다.

노사 간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협정근로자’ 지정 문제는 입장차를 더욱 벌려놨다. 네이버 노사는 단체교섭 결렬 이후 지난달 10일부터 16일 열린 고용노동부 중앙노동위원회 조정 과정에서도 결국 합의에 이르지 못했는데, 사측은 네이버의 서비스 유지를 위해 쟁의행위에 참여할 수 없는 ‘협정근로자'를 지정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었다.

대화 없이 양측 입장이 평행선을 그리는 가운데 점점 파업 등 갈등 수위도 거세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오 지회장은 "무엇보다 구성원의 의견이 중요하지만, 사측의 입장에 변화가 없을 경우 그땐 (파업) 할 수도 있다"고 가능성을 열어놨다.

곽대현 네이버 홍보팀 수석은 "노사 간 감정이 격앙돼있는 상황에서 대화하자고 제안하면 오히려 쟁의행위를 방해하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어 조심스러웠다"며 "대화보다는 일단 노조 측의 입장 등을 지켜보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네이버 노조는 사측과의 대화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오는 3월 6일 재차 쟁의행위에 나설 계획이다. 쟁의행위 형식은 아직 정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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