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글로비스가 직급 체계에 변화를 모색한다. 수평·자율적 조직문화를 도입하고, 업무 효율성과 창의적 아이디어를 발굴하겠다는 취지다. 현대차그룹 전반으로 확대될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다.

. / 조선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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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글로비스는 사원·대리·과장·차장·부장 등 5단계로 구분하는 현 직급을 사원·대리·과장-차장-부장 등 3단계로 나누는 새 체계를 전직원과 공유했다. 이번 개편은 HR(Human Resource) 컨설팅 회사인 머서코리아에 의뢰해 이뤄지는 것으로, 새 직급 체계에 대한 설명회도 직원 대상으로 수차례 열었다. 구체적인 개편 시기는 알려지지 않았다.

현대글로비스가 직급 체계에 변화를 주려는 이유는 최근 경제계 흐름과 다르지 않다. 세부 직책으로 형성되는 수직적인 조직문화를 타파해 수평적, 창의적 조직문화로 바꿔보겠다는 것이다. 또 성과가 좋은 직원을 대우하겠다는 의도도 있다.

직급 개편에 대해 회사 내부는 긍정적인 분위기를 보인다. 그러나 반대 의견도 일부 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이들은 새 직급 체계에서는 임금 체계도 바뀔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들고 있다. 여기에 최근 52시간 근무제도 정착으로 기존의 ‘시간외 근로수당’이 ‘성과 수당’으로 변화하는데, 직급 개편과 더불어 직원을 지나치게 경쟁구도로 몰고 간다는 목소리가 있다.

현대글로비스의 직급 변화는 현대차그룹 전반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전망이다. 현대글로비스의 경우 노조가 없어 직급 체계 변경에 걸림돌이 작기 때문에 그룹사 확대에 시범적인 성격을 지닌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현대글로비스 고위 임원은 "현대차그룹 및 현대글로비스가 젊어지는 과정에서 직급 체계의 개편은 오히려 직원들에게 좋은 것"이라며 "직급은 바뀌지만 역할은 바뀌지 않기 때문에 지금처럼 최선을 다하면 된다"고 전했다.

한편, 직급 파괴 후 이전의 체계로 되돌아가는 기업도 일부 있다. 내부 적응 문제와 거래처 등 외부 불편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KT의 경우 2009년 도입한 매니저 직급을 2014년부터 사원·대리·과장·차장·부장 등으로 변경했다.

또 한화는 2012년 사원은 ‘씨’, 대리부터 부장까지는 ‘매니저’라고 불렀으나, 2015년 기존 직급 체계로 되돌아갔다. 책임소재가 불분명하고, 업무 일선에서 시행착오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포스코 역시 비슷한 이유로 2011년 7월 매니저·팀 리더·그룹 리더 등으로 간소화한 직급을 2017년 2월부터 대리·과장·차장·부장 등 보편적 직급으로 변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