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람보르기니부터 금괴까지"…과해진 암호화폐 거래소 이벤트 경쟁

입력 2019.02.22 06:00

암호화폐(가상화폐) 거래소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1억원이 넘어가는 고가의 경품이 등장했다. 골드바, 포르쉐, 벤틀리 등이 경품으로 걸리면서 투자자를 유혹한다. 하지만 관련업계는 이 같은 과도한 경쟁이 오히려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한다. 암호화폐 가치 폭락으로 인해 투자자가 뜸해지고 정부 규제가 강화되는 상황에서 자칫 과도한 경쟁으로 인해 투기 열풍을 조장한다는 우려뿐 아니라 사기 논란까지 빚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A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15일까지 진행한 이벤트 설명도. / A 암호화폐 거래소 공지사항 갈무리
21일 암호화폐 업계에 따르면 B 암호화폐 거래소는 최근 1억원 상당의 골드바, 2억원 상당의 포르쉐 911, 3억원을 호가하는 벤틀리 콘티넨탈 GT를 내건 이벤트를 진행했다. 이벤트는 B 암호화폐 거래소 자체 토큰이 일정 금액(목표 호가)을 달성할 경우 경품을 준다. 해당 거래소는 시가 15억원에 거래되는 강남 소재 아파트도 경품으로 내걸었다.

A 암호화폐 거래소는 신년을 기념해 포드 머스탱, 포르쉐 카이맨, 마세라티 기블리 등을 경품으로 내걸었다. 이들 자동차는 수억원대에 달한다. A 암호화폐 거래소 역시 자체 암호화폐가 특정 호가를 달성할 경우 선착순으로 해당 자동차를 지급하겠다며 사용자를 유혹한다.

암호화폐 거래소가 가입자 유치나 유지를 위해 이벤트를 벌이는 건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특히, 신규 암호화폐 거래소는 가입만 해도 자체 토큰을 에어드랍하거나, 거래 수수료를 돌려주는 이벤트를 벌이며 가입자 이목을 붙든다.

최근 암호화폐 거래소 이벤트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2017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암호화폐 투자 광풍이 2018년 초반 이후 시들어진 것이 주원인이다.

2018년 1월 1일 1535만7521원에 거래되던 비트코인은 올해 2월 21일 기준 448만원에 거래된다. 미국 최대 투자은행 JP모건이 자체 암호화폐를 발행하겠다는 소식이 전해진 후 비트코인 가격은 다소 상승했으나, 전 세계적으로 비트코인 열풍이 불었던 지난해 초와 비교하면 거래가는 3분의 1에 못 미친다.

거래액이 감소한 만큼 세상의 관심은 떠났고, 거래량은 줄었다. 암호화폐 관계자는 "가격은 내려갔고, 상승장이 열릴 것이라는 기대감도 줄어들면서 신규 가입자는 거의 없는 상태다"라고 말했다.

암호화폐 거래소는 거래 수수료에 의존한다. 거래량이 많아야 매출 자체가 오르는 구조다. 암호화폐 거래소가 이미 모집한 사용자를 유지하고, 새로운 가입자 유치에 사활을 거는 이유다. 하지만 암호화폐 시장이 침체기에 접어들자, 고가의 상품을 내걸며 사용자 눈길 잡기에 나선 것이다.

암호화폐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암호화폐를 거래하는 이들이 줄어들면서 출혈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며 "기존에 벌어둔 돈을 바탕으로 이벤트를 벌이는 중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자칫 이 같은 이벤트가 투기를 조장한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는 데다가 과도한 행사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폐해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암호화폐 거래소 관계자는 "일회성 이벤트로 투자금 모집에 주력하는 업체의 경우 과도한 행사로 인해 재무상황이 부실해져 폐업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며 "경품에만 혹해서 섣부른 판단을 내리면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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