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고삼석 방통위 상임위원 “https 차단 심려 끼쳐 죄송, 불법 사이트 차단과 피해자 보호 노력하겠다"

  • 이광영 기자
  • 노한호·노창호 PD
    입력 2019.02.22 14:56 | 수정 2019.02.22 15:26

    불법 정보를 유통하는 사이트를 보안 접속(https)으로 우회 접근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정부의 접속 차단 정책 도입 후폭풍이 거세다.

    ‘https 차단 정책에 대한 반대 의견’이란 제목의 청와대 국민청원 참여인원이 21일 25만명을 넘어섰고, 인터넷 감청·검열 논란 등 개인 표현의 자유 위축과 사생활 침해가 우려된다는 시민단체와 정치권의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21일 IT조선과 만난 고삼석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은 https 차단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그는 향후 국민 우려 해소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 촬영·편집=노한호·노창호 PD
    고삼석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 상임위원은 21일 IT조선과 만나자마자 한숨부터 내쉬었다. 그는 "국민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며 "정책 시행에 앞서 국민에게 충분한 이해를 구하지 못해 송구스럽다"고 사과의 뜻을 전했다. 감청·검열 의혹을 제기한 2030세대가 가진 불편한 감정을 이해하면서도, 공감을 얻지 못한 부분에 대한 깊은 아쉬움이 묻어났다.

    하지만 고 위원은 https 차단을 통해 불법 사이트 접속량이 단기에 감소할 것을 확신하며 국민의 불안감을 해소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불법 사이트 차단 및 피해자 보호’라는 현 기조를 유지하면서 ‘표현의 자유 보장과 확대’라는 국정 기조도 동시에 구현한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고삼석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 / 노한호 PD
    ◇ "SNI 방식, 이론적 감청 가능하지만 사실상 불가능"

    방통위는 11일 KT를 시작으로 국내 인터넷 서비스 제공 사업자(ISP)를 통해 서버 네임 인디케이션(SNI) 필드 방식을 이용한 웹 사이트 차단 시스템을 가동했다. 차단 시스템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 통신심의에서 차단을 결정한 불법 해외 사이트 895곳을 우선 대상으로 했다.

    고 위원은 이같은 차단 방식이 일각에서 제기하는 감청이나 검열 의혹과 무관한 일이라고 해명했다. 통신비밀보호법상 법원 영장이 없는 감청은 불법 행위이며, SNI 필드 차단 방식은 해외에 서버를 둔 불법 사이트를 차단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는 지적이다.

    고 위원은 "차단 사이트에 대한 결정은 독립기구인 방심위에서 투명하게 결정하고, 차단 실행은 ISP를 통해 실행된다"며 "이 과정에서 중앙행정기관이 개입할 여지는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SNI 필드 차단 방식이 이론적으로 감청 가능하다는 데 일부 동의하면서도 실제로는 불가능에 가깝다고 못박았다. 대중이 우려하는 수준의 검열·감청이 이뤄지려면 천문학적인 분석 비용과 시간이 소요된다는 것이다.

    또 국회, 감사원, 언론 등이 눈에 불을 켜고 들여다보고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국가 주도의 대국민 검열·감청하는 것은 애초부터 벌어질 수 없는 일이라고 못박았다.

    고 위원은 "최근 다수의 전문가는 SNI 필드 차단 방식이 검열·감청과 무관하다고 인정했다"며 "방통위가 SNI 필드 차단 기술에 대한 설명을 하는 데 적극적으로 나선 이후 시민단체도 대체로 우리의 주장을 수긍하는 편이다"라고 말했다.

    고 위원은 SNI 필드 차단 방식이 중국이나 북한의 전철을 밟는 것이라는 일부 유튜버의 주장에도 반박했다. 저작권 침해와 불법사이트를 차단하는 정책은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유럽 32개국과 호주, 아르헨티나 등 세계 각국에서 시행 중이다. 특히 SNI 필드 차단 방식을 도입한 국가는 중국, 북한뿐 아니라 독일, 프랑스, 다수의 아세안 국가가 포함된다고 밝혔다.

    고삼석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 / 노한호 PD
    ◇ "불법 사이트 차단 효과 이미 증명…국민 이해 돕기 위한 설명회 가질 것"

    현재 포털과 유튜브 등에는 https 차단 우회 방법을 알려주는 게시물이 넘쳐난다. 일각에서는 애써 추진한 정책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고 위원은 이를 해킹 기술과 동일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화된 차단 기술에 맞서 우회하는 방법 역시 고도화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고 위원은 불법 사이트가 차단될 경우 꽤 많은 수의 사용자가 우회해 서비스를 이용하는 대신 정부 정책에 수긍한다고 밝혔다.

    그는 "2018년 6월 웹툰 불법 유포 사이트 ‘밤토끼’ 접속을 DNS(도메인네임서버) 방식으로 차단한 후 합법 웹툰 사이트의 트래픽이 동시간 대비 20%쯤 증가했다"며 "장기적으로는 우회 접속량이 늘어나겠지만 단기간 차단효과는 이미 증명된 바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SNI 필드 차단 방식만 활용해 불법 사이트 접근을 막는 것은 아니다. 방통위는 불법사이트를 손쉽게 차단하기 위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가 개발 중인 인공지능, 빅데이터를 활용한 유해정보 차단 기술을 향후 적용할 계획이다.

    이 기술은 2019년 말 개발이 완료될 예정이다. 신체 이미지나 소리, 동작 등에 대한 심층학습을 통해 음란성을 분석, 검출한 후 해당 음란 동영상을 실시간으로 차단하는 방식이다. 웹하드에 음란 영상이 등록되거나 인터넷 상 재생되는 것도 막는다.

    고 위원은 "과기정통부가 개발한 기술은 민간 차원에서 일부 쓰이고 있지만 인터넷 주소(URL) 방식으로는 아직 실시간 스트리밍 영상 차단이 아직 어렵다"며 "이같은 문제를 과기정통부가 개선·보완하는 과정이다"라고 말했다.

    방통위는 이번 정책과 관련, 국민의 이해를 돕고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한 설명회를 개최할 방침이다. 국민이 검열·감청에 대한 우려로 불안에 떨지 않고 인터넷 상에서 불법 유해정보를 거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고 위원의 의지가 엿보인다.

    그는 "시민단체, 여성가족부 등과 협의를 거쳐 합동 설명회를 가질 계획이다"라며 "보안 전문가도 함께 초빙해 SNI 필드 차단 방식이 투명하게 검증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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