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인피니티 QX50 '개성으로 무장한 SUV'

입력 2019.02.24 06:00

뭔가 독특하다. 첫 소개부터 거창하다. ‘내연기관 기술의 정점’이라는 표현을 썼다. 엔진 개발에만 20년이 걸렸다고 한다. 국내 출시 전 글로벌 디자인상을 몇 개나 받았다. 실내 마감재가 고급스럽다. 가격대를 생각하면 과하다 싶을 정도다. 최근 시승한 인피니티 QX50의 간략한 인상이다.

. / 인피니티코리아 제공
고급 자동차 브랜드에 대한 기대감이 있다. 강력한 주행성능, 멋진 디자인, 고급스런 실내, 풍성한 편의품목과 최근 ‘하차감’이란 용어로 정리되는 만족감 등이다.

인피니티는 다른 고급 브랜드와는 결을 달리한다. F1에서 연마한 달리기 실력을 양산차에 과감히 적용한다. 디자인은 과감하다. 첨단을 지향하지만 어색하지 않다. 신형 QX50은 이러한 브랜드 방향성을 잘 담았다. 서울과 청평 인근을 오가며 신차를 체험했다.

◇ 미래지향적 외형에 고급스런 실내 담아…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옥의 티’

인피니티 디자인은 ‘강렬한 우아함’으로 정의할 수 있다. 달리기 실력을 겉으로 드러내는 데 인색하지 않다. 물 흐르듯 곡선을 적극 활용했지만, 남성성이 강하게 느껴진다. 우락부락한 근육질은 아니다. 잘 단련한 운동선수가 고급 수트를 입은 느낌이다.

1세대보다 키가 65㎜ 커졌다. 휠베이스는 2800㎜다. 휠은 19~20인치를 지원한다. 실내공간은 널찍하고, 비례감은 역동적이다. 공기저항계수는 0.32Cd다. 동급 최고 수준은 아니지만, 1세대보다 개선된 건 사실이다. 지붕 끝과 사이드 스포일러, 리어 램프 등에 뾰족한 디자인 요소가 눈에 띈다. 공기흐름을 조절해 주행안정성을 높이는 스포일러다.

헤드램프를 자동차의 눈으로 묘사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QX50은 아예 사람의 눈을 모티브로 헤드램프를 만들었다. 여기에 첨단 라이트 가이드 기술을 더했다. 차 앞을 비추는 불빛의 색 온도가 태양광과 유사하다. 눈의 피로를 줄이고, 밤길도 환히 비추기 위해서다.

SUV는 자세가 중요하다. 당당한 체구를 자랑하면서도 둔한 모습을 보여선 곤란하다. QX50의 C필러는 브랜드를 상징하는 초승달 모양이다. 지붕선이 길어보이고, 가만히 서서도 속도감을 자아내는 요소다. 보닛은 풍성함을 자랑한다. 그런데 열리는 방식이 독특하다. 윈드실드 쪽이 들리듯 열리는 클램쉘 방식이다. 브랜드 최초 적용이라는 것이 회사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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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는 고급감을 강조했다. 대시보드와 도어 패널, 센터 콘솔 등은 울트라 스웨이드로 감쌌다. 손과 등에 닿는 부위를 세미 아날린 가죽으로 마감했다. 나무 소재는 천연 단풍나무다. 광을 내지 않고 자연스러운 나무 질감을 살렸다. 보이는 것 이상으로 만지는 느낌이 만족스럽다.

윈드실드와 측면 유리가 큼직하다. 시트포지션이 높다. 파노라마 썬루프는 이름 그대로 널찍하다. 운전자는 물론 탑승객 모두 탁 트인 시야를 만끽할 수 있다.

두 가지가 아쉽다. 시트가 너무 미끄럽다. 앉은 느낌은 좋은데 코너에서 자꾸 몸이 밖으로 밀려난다. 안정감이 적으니 허리에 힘이 들어간다. 닛산-인피니티가 자랑하는 ‘저중력 시트’가 빛이 바라는 순간이다. 여기에 디스플레이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구성이 고루하다. 내비게이션 해상도가 낮다. 메뉴는 복잡한데 정작 쓸 기능이 적다. 버튼 질감도 떨어진다. 주변 포장이 좋다보니 상대적으로 더 거슬린다.

◇ 달리기 성능은 ‘합격점’, 연료효율은 ‘글쎄?’

파워트레인은 2.0리터 VC 터보 가솔린 엔진에 무단변속기 CVT를 맞물렸다. 최고 272마력, 최대 38.7㎏·m의 성능을 발휘한다. 연료효율은 복합 9.8㎞/L를 인증 받았다(4WD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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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C터보엔진에는 인피니티가 20년간 공을 들여 개발한 가변압축이 적용됐다. 멀티링크의 각도에 따라 배기량이 1970~1997㏄ 유동적으로 바뀐다. 운전자가 페달을 밟는 강도, 주행상황 등에 맞춰 압축비가 달라진다. 변화의 폭은 8:1(고성능)에서 14:1까지다.

시승 당일 노면 상태가 고르지 않았다. 평소엔 운전대를 잡지 않을 눈길이었다. 그런데 차 반응이 재미있다. 페달을 밟은 답력이 그대로인데 차가 움찔거리며 뭔가 혼자 분주하다. 가변압축 메커니즘을 간접적으로 체험한 것 아닌가 싶었다.

1세대도 그랬지만 QX50은 기본적으로 잘 달리는 차다. 가속페달에 자꾸 힘을 싣고 싶다. 차체가 탄탄해 거동도 안정적이다. 서스펜션 세팅도 단단하다. 동승객의 허락만 있다면 다소 거칠게 몰고 싶은 차다. 스탠다드, 에코, 스포츠, 퍼스널 등 네 가지 주행모드를 지원한다. 기름값 부담이 없다면 선택은 단연 스포츠다.

. / 인피니티코리아 제공
연료효율은 기대 이하다. 아무리 압축비를 바꾼들 최고출력 270마력이 넘는 가솔린 차다. 고속도로와 국도, 약간의 산길을 포함 140㎞ 정도 달렸다. 트립 컴퓨터는 리터당 7.1~7.2㎞의 효율을 표시했다. 막히는 도심에선 성적이 더 처참할 것이다.

제동성능은 의문스럽다. QX50이 한 덩치 한다지만, 브레이크가 달리기 실력을 못 따라간다. 제동거리 감을 잡기까지 시간이 필요했다. 인피니티에서 제동력이 아쉬웠던 일은 드물었다.

◇ 첨단 안전기술, 트림간 적용 편차 커

첨단 운전자 보조시스템(ADAS)은 QX50의 자랑거리다. 헤드업 디스플레이, 전자식 파킹 브레이크, 지능형 크루즈 컨트롤, 전방충돌예측 경고시스템, 어라운드뷰 모니터, 후측방 충돌방지, 거리제어 어시스트 등을 적용했다. 그러나 모든 장치를 다 사용하려면 최상위 트림을 선택해야 한다. 최근 경쟁차들의 제품구성을 머릿속에 떠올려본다. 비교우위를 말하긴 어려울 것 같다.

국산차 수입차 할 것 없이 SUV가 대세다. 그러나 모든 SUV가 성공하는 건 아니다. 빛이 강하면 그림자도 짙다. 사실 인피니티는 SUV 부문에서 그닥 재미를 보지 못했다. 회사가 신형 QX50에 거는 기대가 큰 이유기도 하다. 소비자 반응이 궁금해진다. 2019년형 인피니티 QX50 센서리 AWD의 가격은 5830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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