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작의 신약이야기] “빅데이터가 치매연구 핵심”

입력 2019.02.27 06:00 | 수정 2019.02.28 10:40

치매가 인기드라마 단골 주제로 등장했다. 최근 모 인기드라마에서는 평소 멀쩡하던 인물이 치매 때문에 발작하고 폭행으로 가족을 괴롭힌다. 치매환자 폭언과 폭행으로 스토리를 끌어가는 이 드라마는 시청률이 40%를 넘는다. 작년 종영된 한 인기 드라마 스토리 주제도 여주인공 치매다. 필자 모친도 치매로 3년간 고생하시다 세상을 떠나셨다.

정부 통계에 따르면 2016년 65세 이상 노인 치매 유병률은 9.99%다. 치매 환자수는 84만명에 달하고 2030년에는 120만명이 넘어선다는 전망도 나온다. 치매치료 처방이 2014년 1088억원에서 4년 만인 2018년 3258억원으로 늘어났다. 정부는 치매국가책임제를 선언했다. 노인인구 급성장으로 국가부담은 눈덩이처럼 커질 전망이다.

치매증상은 다양한 형태의 인지장애 또는 신경 정신적 변화로 나타난다. 하지만 모두 치매로 귀결되는 것은 아니다. 치매는 뇌세포 손상을 수반하며 손상부위와 진행여부에 따라 다르게 분류된다. 감염에 의한 고열, 자가면역 질환, 신진대사·내분비 문제, 약물 부작용, 비타민 부족, 납중독, 뇌종양, 산소결핍증 등이 원인으로 발생한 치매는 치료될 수 있다.

문제는 진행성 치매다. 65세 이상 노인에게 흔히 발견되는 알츠하이머 질환(Alzheimer Disease)에 의한 치매, 혈관성 치매, 루이체 치매, 전측두엽 신경세포 파괴로 생기는 치매 등이 진행성 치매다.

80세 이상 치매 환자들에게는 여러 형태의 치매가 공존하기도 한다. 그 외에 신경질환에 의한 진행형 치매가 있지만 가장 큰 문제는 알츠하이머형(AD)치매다.

2001년 이래 200개 이상의 치매 임상시험이 미국에서 실패했고 최근 8개 세계적 제약사가 임상시험에서 고배를 마셨다. 효과적인 치매치료제는 아직 없다고 할 수 있다.

알츠하이머형 치매는 중증이 되면 치료가 안 되기 때문에 치매 연구는 초기 단계 환자에 집중된다. 문제는 초기 단계 환자를 찾는 것이다.

다국적 제약사 일라이 릴리는 2017년 미국에서 60~85세 초기 AD치매환자 375명을 목표로 한 임상시험을 시작했다. 미국에 540만명의 치매환자가 있지만 초기단계 환자를 찾는 일이 커다란 도전이 되고 있다.

릴리 임상시험에는 프리스크리닝(pre-screening) 당시 6개월 이상 기억력 저하를 경험하는 1만5000~1만8000명의 60~85세 노인 가운데 2000명을 모집(recruiting)한다. 2000명 가운데 기억력 시험, 2개 이상의 뇌영상 검사, 실험실 테스트(lab tests)를 진행하고 375명의 환자를 뽑는다. 이 가운데 266명이 임상시험을 끝낼 것으로 기대한다. 이 임상시험에 참여한 환자 일인당 검사비용은 10만불(1억1000만원)쯤에 달하는 것으로 언론은 보도한다. 임상시험에 참여할 환자를 찾는 비용만 400억원 이상이다.

AD 치매환자에게서 자주 발견되는 뇌신경세포를 파괴하는 베타아밀로이드(Beta Amyloid)단백질 플라크(Plaque)나 타우(Tau)단백질로 구성된 실타래 덩어리가 치매 원인으로 간주됐다.

연구는 BAQ 제거에 집중됐지만 BAQ 축적을 중단시키거나 감소시키더라도 치매가 개선되거나 진행이 중단되는 효과를 볼 수 없었다. 뿐만 아니라 BAQ 축적이 없는 AD 치매환자도 나타났다. BAQ가 두뇌에 축적돼도 치매로 진행되지 않는 경우도 관찰되면서 BAQ가 반드시 AD 치매 원인이 아니라는 것이 밝혀졌다. 타우 단백질 연구는 미미하다. 요약하자면 AD 치매 원인은 미지(未知)의 상태라 할 수 있다.

인간 수명이 100여년 전 50세에서 최근 80세 이상으로 연장됐다. 수명 연장은 백신과 항생제 출현으로 가능해졌고 백신과 항생제는 병의 원인을 규명하고 원인을 치료하고 예방을 목표로 하는 서양의학 고유 영역이다.

서양의학은 임상시험이라는 과학적 실험에 의한 검증과정을 반드시 거친다. 과학적 실험은 원인-결과의 상관관계를 추구한다. 따라서 병의 원인이 분명치 않은 치매 임상 연구에서 명쾌한 과학적 결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반면 동양의학은 병의 증상과 자각증을 종합 관찰하고 원인을 체계적, 이론적으로 진단하고 경험에 의해 천연약재를 적절히 혼합해 증상을 완화시킨다.

AD치매를 한 가지 원인에 의한 질환이라기보다는 다양한 내∙외적 원인에 대한 인체(人體)의 반작용으로 본다면 이를 완화시키는 동양의학의 철학∙선험적인 천연약재에 근거한 천연물 신약을 치매에 시도해 볼만하다.

2016년 이래 지금까지 9개 국내 회사가 치매 임상시험에 착수했고 4개가 천연물 신약이다.

천연물 신약이 동양의학에 근거를 뒀다 해도 근거 중심의 현대의학으로 받아들여지기 위해선 주관적인 판단보다는 객관적 기준을 존중하는 서양의학의 엄격하고 과학적인 임상시험 과정을 거쳐야 한다.

천연물 신약을 비롯한 국내 치매신약이 당면한 가장 큰 도전은 유효성을 증명할 수 있는 초기단계 환자군 확보일 것이다. 일라이 릴리 경우처럼 환자 일인당 1억이 넘는 비용을 쓰면서 스크리닝(screening) 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치매가 재앙수준에 이르기 전에 특단의 조치가 요구된다. 건강검진 데이터를 빅데이터로 만들어 치매 자연사(自然史)를 연구해 치매 단계별 특성을 구분하고 초기단계 치매환자가 치료를 시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기존 건강검진 데이터 인지검사 자료를 제약회사와 임상시험수탁기관(CRO)이 활용할 수 있도록 해 초기단계 환자를 찾아내고 신약 임상시험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40대 중반부터 건강검진에서 인지검사를 시작해 노년에 들어서면 축적된 인지검사자료를 근거로 치매예방 또는 치료가 가능하도록 한다면 국가치매책임제도 진가를 발휘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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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작 엘에스케이글로벌파마서비스 대표는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오하이오 주립 대학교(Ohio State University)에서 통계학으로 석·박사를 받았다. 이후 통계학 박사학위 소지자로 미국 국립암연구소(NIH), 국립신경질환연구소, 국립모자건강연구소 등에서 데이터 통계분석과 임상연구를 담당했다. 1999년 한국으로 귀국해 한양대학교 석좌교수를 겸임하며 2000년도에 엘에스케이글로벌파마서비스(LSK Global PS)를 설립했다. 그는 한국임상CRO협회장을 역임해 국내 CRO산업 발전에 기여했을 뿐 아니라 세계 3대 권위 인명 사전인 ‘마르퀴즈 후즈후’에도 등재됐다. 현재 서경대 석좌교수를 겸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