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중형세단 배기량이 1341㏄? 쉐보레 더 뉴 말리부 E-터보

입력 2019.02.28 15:19

중형세단에 대한 선입견이 있다. 엔진은 2.0리터 가솔린, 실내는 4인 가족이 타기 딱 적당한 크기, 심심하지만 편안하고 무난한 상품성 등이 떠오른다. 그런데 자동차 업계 상황이 달라졌다. 배기량으로 차급을 구분하기 어려운 시대다. 다운사이징이 대세가 됐다. 배출가스 규제 때문이다. 연료를 덜 태우고 오염물질을 덜 배출하기 위한 접근이다.

쉐보레 말리부는 안전하지만 무겁다는 인상이 강했다. 그러나 2016년 깜짝 놀랄만한 변신을 꾀했다. 중형세단에 어울릴까 싶은 1.5리터 터보엔진을 달고 시장에 나왔다. 급진적인 변화에 영업사원들까지 우려를 표했다. 입소문을 타는 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던 것으로 기억한다.

. / 한국지엠 제공
2018년 한국지엠은 말리부 부분변경차를 선보였다. 통상 ‘페이스리프트’면 디자인과 편의품목 정도 손을 대는 정도다. 그런데 엔진 배기량을 한 번 더 줄였다. 소형차에나 어울릴 것 같은 1.35리터 가솔린 터보 엔진이다. 걱정이 될 정도로 과격한 덜어내기다. 서울과 경기도 파주 일대에서 쉐보레 더 뉴 말리부 E-터보를 직접 체험해봤다.

◇ 극한의 다운사이징, 고성능·고효율 ‘두 마리 토끼' 잡아

엔진은 3기통 1.35리터 직분사 가솔린이다. 최고 156마력, 최대 24.1㎏·m의 성능을 발휘한다. GM이 새로 개발한 글로벌 소형 엔진이다. 양산차에 적용하는 건 말리부가 처음이다.

GM은 ‘라이트사이징(Rightsizing)’이란 표현을 쓴다. 단순히 배기량만 줄인 게 아니라는 이야기다. 모두 언급하기 힘들 정도로 다양한 기술을 적용했다. 알루미늄 블록을 써서 무게를 줄였다. 가변 밸브 타이밍의 정밀도를 높여 효율을 끌어올렸다. 터보부스트(과급압력) 관리는 첨단 전자제어식 웨이스트게이트를 활용했다. 워터펌프와 진공펌프도 모두 전자식으로 교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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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무단변속기(CVT)를 맞물렸다. 새로 개발한 VT40다. 1.35리터 터보 엔진과 CVT의 조합은 오직 한국에서만 선택할 수 있다. 효율을 높이기 위한 집념까지 느껴질 정도다. 19인치 타이어 기준 연료효율은 복합 13.3㎞/L를 인증 받았다.

차도 사람도 첫인상이 중요하다. 가속페달에 발을 올리면서도 힘이 달린다는 인상을 받을까 걱정됐다. 다행히(?) 이 작은 엔진이 5m에 육박하는 큰 덩치를 가뿐히 움직였다. 정체가 심한 도심에서 가다서다를 반복했다. 적어도 출발 가속에서 답답함을 느끼진 않았다.

전용도로에 올라 어느 정도 속도를 냈다. 트랙에서 극한으로 밀어붙이지 않는 한 성능이 부족하다고 느끼진 않을 것 같다. 제한속도를 준수하며 1차선으로 앞차를 추월해봤다. 의도한대로 속도를 잘 붙였다.
항속 주행 시 회전질감이나 소음·진동 억제도 준수하다. 굳이 배기량을 의식하지 않고 편하게 달릴 수 있었다.

자세를 다잡는 실력도 훌륭하다. 완전변경 이후 말리부가 갖춘 미덕이다. 운전자의 의도를 잘 읽고 정확히 움직인다. 국산 세단 중 코너링으로 칭찬 받을 수 있는 몇 안되는 차다. 한국지엠이 이번 부분변경 TV광고에서 중형 세단인 말리부를 스포츠카 카마로와 매칭한 이유이기도 하다. 젊은 소비층의 굳건한 지지를 받는 쉐보레에게 역동성과 운전의 즐거움은 강력한 무기다.

. / 한국지엠 제공
장점이 많은 만큼 단점도 두드러진다. 초반 가속 시 엔진 회전질감과 소음이다. 아무리 역동성으로 포장을 해도 중형 세단에 어울리지 않는 소리와 느낌이다. 소비자가 중형 세단에서 기대하는 가장 큰 매력은 정숙성과 편안함이다. 정차 상태에서 출발할 때 ‘깡깡’대는 소리가 아쉽다. 노이즈 캔슬레이터 등 소음 억제를 위해 여러 장치를 마련했지만 단점을 완전히 감추진 못했다.

꽉 막힌 도심부터 원활한 흐름의 자동차 전용도로, 다소 거친 시골길 등을 두루 달렸다. 트립 컴퓨터 상 표시된 효율은 리터당 16㎞ 전후였다. 함께 달린 시승차 중 리터당 20㎞까지 기록한 차도 있었다. 가솔린 중형 세단에서는 기대 이상의 결과다.

◇ 세련된 디자인, 풍부한 편의품목, 검증된 안전성능 ‘명불허전’

부분변경을 거치며 날렵한 인상이 한층 강해졌다. 헤드램프가 날카롭다. 램프부터 전면 그릴까지 크롬 장식으로 자연스럽게 이었다. LED 리어램프는 입체감을 강조했다. 매끄러운 지붕선은 쿠페를 연상케한다. 절제된 근육질 몸매가 주는 팽팽한 긴장감이다. 지엠은 ‘린 머스큘러리티(Lean Muscularity)’라 부른다.

실내는 고급스럽다. 좌우 대칭형 듀얼콕핏 디자인은 널찍한 공간감을 선사한다. 계기판과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 변화를 줬다. 8인치 디지털 클러스터는 최근 대세를 잘 따랐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역시 안드로이드 오토와 애플 카플레이와 연동되는 등 스마트폰 세대를 잘 겨냥했다.

차가 안전해 쉐보레 차를 산다는 소비자도 적지 않다. 차체는 포스코 강판이다. 초고장력 및 고장력 강판 비중이 73%에 달한다. 중형 세단이지만 10개의 에어백을 탑재했다. 기존 8 에어백에 앞좌석 무릎 에어백 두 개가 추가됐다.

안전품목으로 전방 충돌 경고 시스템, 저속 및 고속 자동 긴급 제동시스템, 차선 이탈 경고 및 차선 유지 보조시스템, 사각지대 경고시스템, 전방 보행자 감지 및 제동 시스템, 후측방 경고시스템, 지능형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스마트 하이빔 등을 갖췄다. 경쟁 차종과 비교해 부족함 없는 구성이다.

◇ 중형 세단 말리부의 도전, SUV 전성시대에 성공할 수 있을까?

전세계적으로 SUV 열풍이다. 중형 세단은 다소 고루하다는 인상까지 준다. 그래도 자동차 시장의 ‘허리’라 불리던 차종이다. 적어도 한국인에게 아직까지 중형 세단은 자동차의 전형일 것이다. 한국지엠은 더 뉴 말리부의 의의를 ‘도전(challenge)’이라고 설명했다. 동급 차종끼리 경쟁을 넘어 SUV와 다른 중형 세단만의 매력으로 승부하겠다는 이야기다. 과감한 도전이 시장에 어떤 반향을 불러올 지 궁금해진다. 쉐보레 더 뉴 말리부 E-터보의 가격은 2345만~3210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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