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상황은 호랑이를 그리려다가 고양이를 그린 꼴이다. 현행 제도와 법규는 불완전하다. 반드시 개선이 필요하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금융당국은 이를 급속히 추진하려고만 한다. 이는 제3인터넷은행 설립을 위한 법안이 통과됐으니 뭔가 성과를 하나 내놓기 위해 무리수를 두는 모습이다. 결국 현행 제도에서 제3인터넷은행은 기존 은행들의 놀이터 밖에는 안된다. 성공 가능성은 희박하다."

 5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토론하고 있다. / IT조선
5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토론하고 있다. / IT조선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열린 '제3인터넷전문은행, 어떻게 가야하나' 토론회에 참석한 국회의원들은 이같이 의견을 모았다. 이들은 한결같이 현행 제도 안에서는 제3 인터넷전문은행이 출범하더라도 그 성공 가능성은 작다고 내다봤다. 개선이 반드시 선행돼야 하며, 정부는 개선된 이후 제3인터넷 전문은행 설립을 추진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토론회에 참석한 국회의원들이 가장 크게 지적한 불완전 요소는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상 비금융주력사가 은행 지분을 최대 34%까지만 소유할 수 있다는 조항이다. 80년대 제정된 은산분리 법안이 현재 기업 상황과 맞지 않다는 것이다. 시대가 변한만큼 은산분리 규제를 떨쳐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은산분리는 산업자본이 금융시장을 잠식하는 것을 막기 위해, 산업자본은 의결권 있는 은행 지분 4%까지만 보유할 수 있도록 제한한 규정을 말한다. 그러나 이 규제가 인터넷전문은행 활성화를 막는다는 지적에 따라 2019년 1월 17일부터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및 운영에 관한 특례법이 시행돼 혁신정보통신기술(ICT) 기업에 한해 한도를 34%까지로 완화했다.

김종석 자유한국당 의원은 "애초 특례법은 메기(ICT 기업)를 풀어서 기존 은행과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이들을 정신차리게 하겠다는 취지였다"며 "하지만 현재 상황은 미꾸라지(기존 은행) 떼만 들어오는 꼴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네이버가 제3인터넷은행 설립에 참여하지 않는 이유가 금융사가 되면 각종 규제에서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라며 "같은 이유로 ICT 기업들이 참여하지 못하니 결국 시중은행이 컨소시엄을 만들어 인터넷전문은행을 설립하겠다고 하는 것이다"라고 꼬집었다.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의원 역시 "최근 대기업은 자기 자본으로 사업을 영위한다"며 "아무리 은행이 대출 받으라고 해도 받을 필요가 없는 상황에서 은산분리를 제대로 시행하지 않을 경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논리는 해묵은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은산분리가 결국 필요없게 된 셈이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다만 제3인터넷전문은행 인가 과정에서 은산분리를 재고할 기회가 된 성과는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은산분리 규제를 풀어주면 너도나도 은행을 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며 "이는 좋은 학습 과정이 될 것이고 은산분리에 대한 시각도 바뀌는 계기가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은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에서 ICT 기업의 지분 한도 34%까지 타협할 수 있게끔 한 것은 소유 구조가 분산된 기업에서 대주주가 3분의 1만 지분을 보유해도 안정적으로 기업을 유지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라며 "은행은 금융 공공성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에 지금 지분 제한은 필요한 상황은 맞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은행은 이해관계자(예금자, 대출자, 기업 등)가 너무 많아 은행이 무너질 경우 그 파급효과는 너무 크다"고 덧붙였다.

채 의원은 "다만 새로운 실험을 할 수 있는 제도이기 때문에 타협 가능한 수준으로 갈 수밖에 없다"며 "불안한 입법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인터넷은행 대주주적격성 제도도 문제로 지적됐다. 대주주적격성은 은행법 시행령에서 의결권 있는 주식의 10%를 초과 보유할 때 금융위 승인을 받도록 규정한다. 이 때 최근 5년간 금융관련법령·공정거래법·조세범처벌법·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으로 벌금형 이상 형사처벌을 받은 사실이 없어야만 한다.

하지만 KT(케이뱅크)는 지하철 광고 입찰 담합(공정거래법 위반)과 자회사 KT뮤직 음원가격 담합(공정거래법 위반) 등으로 벌금형을 받은 전력이 있다. 카카오(카카오뱅크)도 자회사인 카카오M(옛 로엔엔터테인먼트)이 음원담합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벌금형을 받았다.

김종석 의원은 "금융사 운영과 공정거래법이 무슨 상관이 있다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케이티와 카카오 모두 공정거래법 위반 사실로 인해 이들이 대주주를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라고 밝혔다.

채이배 의원은 이와 관련해 대주주적격성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반박했다. 금융 공공성은 반드시 챙겨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법률을 위반한 대주주가 은행을 운영하게 해서는 안된다는 점에는 필요한 것이다"라며 "기업이 불법 행위를 안했어야 하는데, KT와 카카오 등이 그 행위로 인해 대주주가 못되니 이를 인정해주는 것은 과도하게 문턱을 낮춰주는 것이다"라고 밝혔다.

다만 그는 "9월 법안 논의 과정에서 대주주적격심사와 관련해 공정거래법 여부의 불확실성을 크게 한 건 정부의 책임이 크다"며 "이는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국회의원들은 제3인터넷은행 설립과 관련해 지나치게 속도를 내기보다는 충분한 논의와 제도 개선을 한 후 방향을 그려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종석 의원은 "지금은 사전 규제를 펼치고 있는데, 이제는 네거티브 규제로 바꿔야 한다"며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며 인터넷은행 산업이 어떻게 발전하고 어떤 규제 개선이 필요한지 다시 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운열 의원은 "인터넷은행이 출현 됐으니 고유 경쟁력 가질 수 있도록 규제, 시행령 등을 보완해서 은행이 하기보다는 새로운 영역으로 갈 수 있도록 제도 보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채이배 의원은 "정부는 규제 풀고 성장의 장을 만들기 위해 도움을 줘야 함에도 불구하고 제로페이 같은 걸 미리 만들어 오히려 기업 성장을 가로막고 있다"며 "지금은 제3 인터넷은행을 설립하는 등 무한경쟁은 오히려 위험해 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