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중소 통신장비업계가 차세대 5G 네트워크 시대를 맞아 통신사와 수십억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하는 등 훈풍 세상을 맞았다.

네트워크 장비업체는 기술을 개발하더라도 대부분 기업의 사업을 수주해야 돌아가는 업종인 탓에 정부나 통신사업자가 망 투자를 하지 않을 때 매출 자체가 발생하지 않는다. 하지만 2019년 5G 상용화와 함께 인프라 확충이 본격화되는 만큼 통신장비 업계의 수주도 늘어날 전망이다. 정부 차원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상생 분위기를 만들며 협력 사례가 늘고 있다.

 LG유플러스 직원들이 마곡 사옥 실험실에서 고성능 집선 100G 스위치 성능을 테스트하고 있다. / LG유플러스 제공
LG유플러스 직원들이 마곡 사옥 실험실에서 고성능 집선 100G 스위치 성능을 테스트하고 있다. / LG유플러스 제공
6일 통신장비업계 한 관계자는 "2018년 계약은 초도 물량과 관련된 것이어서 규모가 크지 않았다"며 "통신사들이 2019년부터 제대로 5G 망을 설치하기 시작한 만큼 향후 3년간 계속 투자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 코위버, 5G 유선망과 함께 재난망 용역도

코위버는 4일 KT와 15억4331만원 규모의 2019년 재난안전통신망 임차회선 전용망 구축사업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코위버는 2000년 설립된 유무선 통신장비 개발업체다.

코위버는 2018년 기준으로 551억원의 매출을 올린 중소기업이지만, 국내 통신장비 시장에서 존재감이 적지 않다. 패킷전송네트워크(PTN), 파장다중분할(WDM), 재설정식 광분기·결합 다중화 장비(ROADM) 등 기술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코위버 사옥. / 코위버 홈페이지 갈무리
코위버 사옥. / 코위버 홈페이지 갈무리
코위버는 ETRI와 협력해 5G 이동통신망 구축에 대비해 기지국으로부터 수신한 아날로그 형태의 무선 신호를 디지털 신호로 변환하는 과정을 거치지 않고 광신호로 광케이블을 통해 직접 전송하는 ROF 기술도 개발 중이다.

코위버는 2018년 판매단가 하락으로 영업이익이 적자로 전환되는 등 실적 부진을 겪었다. 하지만 1월 보유 중인 유형자산(건물)까지 매각해 재무구조 개선 및 미래투자재원 마련하는 등 분위기 전환에 나섰다. 때마침 5G 상용화 시기와 맞물려 장비 수주 전망도 파란불이다.

코위버는 2월 21일 SK텔레콤과 32억규모의 5G 프런트홀(5G-PON) 구매계약을 체결했다. 코위버는 2018년 평창올림픽 KT 5G 시범서비스 백본망에 ROADM을 공급해 주목을 받았다. 앞서 코위버는 KT와 함께 5100만달러(574억원) 규모의 미얀마 백본망 사업에 참여하기도 했다.

◇ 유비쿼스, LG유플러스 덕 매출 껑충

LG유플러스 장비 협력사 중 한 곳인 유비쿼스는 통신사와의 상생협력 기조 덕을 톡톡히 보는 곳 중 하나다.

유비쿼스는 2018년 9월 다산네트웍솔루션즈와 함께 LG유플러스의 5G 전송망 1차 투자 백홀 액세스 장비 공급업체로 선정됐다. LG유플러스는 두 회사와 함께 5G 서비스를 위한 100기가급 전송장비를 공동 개발하고, 2018년 9월부터 11월까지 1차로 서울과 경기지역에 5G망을 구축했다.

스위치는 5G 무선 기지국과 유선 네트워크 간 데이터를 전달해주는 역할을 한다. 100기가급 스위치는 LTE보다 46배 많은 데이터를 10배 빨리 처리할 수 있다.

1차 구축에 사용한 액세스 백홀 물량은 다산네트웍스와 유비쿼스를 합해 500대쯤으로 알려졌다. 향후 전국망으로 설치가 확대되면 공급 물량은 7500대(LTE 기준)가 넘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유비쿼스는 5G 장비 외에도 2018년 11월 942억원 엘지유플러스와 3년간스위치와 수동형 광통신 장비(EPON)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규모는 942억원으로 유비쿼스의 2017년 매출인 762억원을 훌쩍 뛰어넘는다.

유비쿼스 관계자는 "2019년 5G가 본격화 되는 만큼 실적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며 "조만간 공채를 통해 직원도 더 뽑을 계획도 있다"고 말했다.

◇ 해외진출 노리는 다산네트웍스

다산네트웍스는 자회사 다산네트웍스솔루션즈를 통해 LG유플러스에 장비를 공급한다.

다산네트웍스 사옥. / 다산네트웍스 홈페이지 갈무리
다산네트웍스 사옥. / 다산네트웍스 홈페이지 갈무리
계약규모는 유비쿼스와 비슷한 수준(11억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초도 물량에 한한 계약 규모기 때문에 향후 계약규모는 수십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다산네트웍스는 유비쿼스와 마찬가지로 5G 핵심 장비로 평가받는 초저지연 스위치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다산네트웍스 관계자는 "아직 LG유플러스 외 5G 장비 수주계약을 한 곳은 없지만, 계속 추진 중이다"며 "3G~4G 망구축 때 국내 사업 경험을 바탕으로 일본 시장에 진출한 것처럼 이번에도 해외로 진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산네트웍솔루션즈는 북미지역을 비롯한 아시아 시장에도 통신장비를 판매하고 있다. 2017년 기준 168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