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벤처가 답”…20년 만에 ‘제2 벤처붐’ 외친 정부

입력 2019.03.06 17:59

한국 경제 턴어라운드 방향을 놓고 고심하던 문재인 정부가 결국 벤처를 살리는 방법으로 전략을 택했다. 신성장동력 확보와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벤처 육성이 무엇보다 시급하다는 인식이 깔렸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이 같은 정부 정책이 자금에만 집중돼 있다는 쓴소리도 나온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가운데)이 6일 정부 서울청사에서 열린 '제2벤처붐 확산 전략'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 / 조선DB
6일 정부는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을 갖고 제2벤처 붐 확산 전략을 발표했다.

이날 전략 발표 핵심은 바이오·핀테크·인공지능(AI)·정보통신기술(ICT) 등 분야에서 창업을 촉진하고 대학·연구소 등 우수 인재가 기술 혁신형 창업을 하고 투자, 멘토링, 기술지원 등을 강화하는 것이다. 여기에 벤처투자 시장 내 민간자본 활성화를 위해 혁신벤처 투자제도를 마련하고 엔젤·초기 투자 확충을 위해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또 스케일업과 글로벌화 지원을 위해 전용펀드를 조성하고 글로벌 기업과 해외 VC 등 연계 지원도 강화한다. 뿐만 아니라 스타트업 친화적 인프라 구축을 위해 규제 샌드박스를 연내 100건 이상으로 확대하고 창업거점 및 우수 인재 확충을 위한 양성 방안도 포함됐다.

투입되는 자금과 규모도 크게 늘린다. 정부는 우선 2022년까지 신규 벤처 투자 규모를 연 5조원으로 늘린다. 또 12조원 규모의 스케일업 전용 펀드도 조성한다. 또 민간 스타트업 투자와 인수합병(M&A) 촉진을 위해 2021년까지 1조원 규모의 M&A 전용 펀드도 신설한다.

엔젤투자 규모는 2018년 4394억원에서 2022년까지 1조원으로 늘리는 한편 엔젤투자자 투자 지분을 매입하는 엔젤 세컨더리 전용 펀드도 4년간 2000억원 규모로 조성한다. 5∼10년 내 유니콘 성장이 가능한 정보통신기술(ICT)기업을 발굴하는 '(가칭)미래 유니콘 50(Future Unicorn 50)' 프로그램을 올해 하반기에 도입하고 대학기술지주회사의 창업기업 투자 펀드를 2022년까지 6000억원을 신규 조성한다.

◇응답하라 90년대 벤처 붐

6일 정부가 내놓은 제2 벤처 붐 전략은 과거 김대중 전 대통령이 90년대 후반 추진했던 벤처 신화를 벤치마킹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IMF 외환위기 당시 이를 극복하기 위해 추진한 전략이 최근 경제 턴어라운드를 모색하는 문재인 정부의 상황과 맞아 떨어졌다는 평가다.

문재인 대통령이 제2벤처붐 확산전략 대국민 보고회에서 참석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조선DB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서울 강남구 역삼동 디캠프에서 제2벤처붐 확산 전략 대국민보고회에 참석해 "벤처기업이 산업발전과 경제 성장을 좌우하게 된다"며 "벤처·창업 역량이 국가경쟁력의 핵심요인이 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1997년에서 2000년대 사이, 최단 기간에 벤처 강국으로 도약했던 경험이 있다"며 "벤처붐이 대한민국을 세계적인 IT 강국으로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또 "이제 우리 정부는 창업국가를 넘어 ‘벤처가 성장하고 도약하는 나라’를 만들고자 한다"며 "세계시장에서 활약하는 ‘제2벤처붐’을 일으키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이번 발표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바이오, 핀테크, AI 등 4차산업혁명 기반 기술이 한국 경제를 이끌 신성장동력으로 제시됐다는 점이다. 이는 미국과 중국 등 주요 국가에서 4차 산업혁명 기반 기술을 갖춘 기업들이 경제를 이끌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구글과 페이스북, 아마존 등이 신경제를 이끈다. 중국은 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 등이 경제 성장에 큰 힘을 보탠다. 특히 이들 기업들은 무너진 굴뚝 산업을 대신해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효자 기업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는 평가다.

문 대통령은 "우리 벤처생태계를 배우러 왔던 중국은 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 등을 핵심기업으로 키웠고 어느새 미국에 버금가는 혁신국가로 성장했다"고 말했다.

물론 지난 20년간 벤처 붐 조성을 위한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 20년간 벤처 투자 및 조성을 위한 노력은 이어져왔다. 하지만 보험 자본 확충 및 소프트웨어(SW) 기반 가벼운 창업 증가로 양적인 성장은 거뒀지만 질적 고도화 및 저변 확대는 여전히 미흡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기에 규제 등으로 인해 자유롭게 도전할 수 있는 제도적 환경도 미비하고 우수 인력의 유입도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창업의 질적 성장이 미흡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다.

조현정 비트컴퓨터 대표는 "정부는 지난 20년 간 벤처 활성화를 계속 외쳤지만 큰 진전은 없었다"고 지적했다.


키워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