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 은행들이 IT인재 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인공지능(AI)과 블록체인, 빅데이터 등 정보통신기술(ICT) 기술을 접목해 디지털 금융 강화를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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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금융, 순혈주의 타파…외부인력 과감하게 채용

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디지털 금융을 위해 적극 나서는 은행 지주사 중 한 곳은 우리금융그룹이다. 우리금융그룹은 내부 직원을 키우는 순혈주의보다는 주요 인재를 외부에서 영입해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을 펼친다.

이는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의 인사 철학 때문이다. 손태승 회장은 평소 "내부 직원을 키워도 되지만 순혈주의는 문제다"라며 "외부 인력을 과감히 채용해 경쟁력을 키우겠다"고 강조했다.

우리금융그룹은 4일 그룹 내 IT 컨트롤 타워 역할을 수행하는 ICT기획단을 신설했다. ICT기획단은 지주사 경영지원본부 소속으로 그룹 ICT기획, 디지털 전략, 정보보호 분야를 총괄한다. 그룹 ICT 안정성을 제고시키기 위해 IT시스템 운영 프로세스를 개선하고, 빅데이터 기반 마련을 위한 정보공유체계를 추진한다. 특히 글로벌 네트워크 확대에 부합하는 IT전략방향을 수립하고 지원한다.

ICT기획단장 겸 최고정보책임자(CIO)에는 IT 외부 전문가인 전 한글과컴퓨터 노진호 대표를 영입했다. 그는 LG CNS 상무와 우리FIS 전무를 거쳐 한글과컴퓨터 대표를 역임한 IT 전문가다. ICT기획, 디지털 전략, 정보보호업무 등 3개 분야 전략 수립 및 추진을 총괄하고 향후 자회사 확충에 따른 그룹 ICT 부문 전략적 의사결정도 지원할 예정이다. 그룹 개인정보보호책임자 및 신용정보관리·보호인 역할도 수행한다.

앞서 우리은행은 지난해 6월 황원철 최고디지털책임자(CDO)를 영입했다. 황 CDO는 HP에서 아태지역 금융서비스 컨설턴트로 글로벌 은행 금융·ICT부문 컨설팅을 한뒤 퍼스트데이터코리아 CIO(이사), 2008년부터 KB투자증권 CIO(상무), 동부증권 CIO, 하나금융투자 CIO(상무) 등을 역임했다. 24년간 금융결제시스템, 복합금융상품 개발, 디지털 솔루션 개발 등 주요 디지털혁신 프로젝트를 총괄한 디지털·IT 부문 전문가로 꼽힌다. 그는 현재 우리은행 디지털금융그룹(디지털전략·빅데이터센터·디지털마케팅·디지털채널 등)을 이끌고 있다.

우리금융그룹은 ‘디지털 인재 조기 확보’라는 슬로건도 내걸었다. 지난해 말 신입 공채에서는 관련 경험이 있거나 석사 이상 학력을 갖춘 디지털 인재를 따로 채용했다. 현재도 빅데이터 분석가 등 외부 영입을 계속 진행 중이다.

◇ 하나금융, 사외이사도 디지털 전문가로…데이터 기반 정보회사 탈바꿈

하나금융그룹 역시 디지털 전환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단순 금융기관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데이터 기반 정보회사가 된다는 구체적인 목표도 제시했다. 이를 위해 2018년을 디지털 전환 원년으로 선포하고 적극적인 디지털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KEB하나은행은 6일에는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를 열고 IT 분야 역량을 갖춘 전문가 2명을 신규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신임 사외이사 후보는 이명섭 전 한화생명 경제연구원장과 김태영 필립스아시아태평양 전략사업부문 전 대표다. 이들은 IT 역량을 갖춘 금융·경영 전문가로 꼽힌다.

앞서 하나금융은 KEB하나은행 내부에 디지털 전환 특임조직인 디지털 랩과 데이터 전략부를 신설했다. 이를 토대로 하나은행은 향후 디지털 랩을 통해 영업, 채널, 상품, 시스템, 조직, 기업문화 등 모든 부문에서 디지털 혁신을 접목한다.

특히 KEB하나은행은 이미 200명 규모의 디지털 조직을 운영하고 있다. 지금도 꾸준히 인력을 늘리는 추세다. 하나금융그룹 디지털을 총괄하는 계열사 하나금융티아이(TI)를 통해 금융IT 직군 채용을 진행하고 있다. 하나금융TI를 이끌고 있는 김정한 부사장은 삼성전자에서 권오현 회장과 함께 '반도체 초격차'를 일궈낸 인물로 알려졌다.

◇KB금융, 허인 행장이 진두지휘...전문직무 직원 수시 채용

KB금융지주는 허인 KB국민은행 행장이 직접 나서 디지털 혁신을 이끈다. 그는 KB금융지주에서 디지털혁신부문장을 겸직하고 있다. KB금융지주는 지난해 말 그룹 내 디지털·정보기술(IT)·데이터 관련 업무를 총괄하는 디지털혁신부문을 신설했다.

한동환 전무는 디지털혁신총괄(CDIO)·데이터총괄(CDO)를 겸임하면서 관련부문 강화에 확실한 의지를 내비치고 있으며, 이우열 전무는 IT총괄(CITO)로써 힘을 보탠다.

특히 KB국민은행은 디지털 금융인력 170명으로 조직을 꾸렸지만 여기서 만족하지 않고 디지털 역량을 더 키우고 있다. 디지털금융 그룹 내 전략과 마케팅 외에도 암호화폐(가상화폐) 관련 부서, 스마트 고객본부도 있기 때문이다. 블록체인 기술을 포함한 디지털 분야의 세부분야를 설정해 전문직무직원의 수시채용도 진행한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ICT인력 영입을 주력으로 하는 전문직무직원 채용을 진행 중이다"라고 말했다.

◇ 원 신한 시너지 강화…석·박사 채용

신한은행 역시 전문인력 구하기에 집중한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상반기 디지털전략본부에 있는 블록체인 랩에서 개발자 및 사업발굴 인력을 채용했다. 특히 신한은행은 외국에서 석·박사를 마친 디지털 인재를 모집중이다. 머신러닝(AI), 블록체인 등을 기반으로 하는 신규 비즈니스 개발의 일환이다.

디지털 전략을 추진하기 위해선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이 직접 나섰다. 조 회장은 올해부터 매월 열리는 CDO(Chief Digital Officer)협의체 회의를 디톡이라고 명명하고 직접 주관한다. 신한금융은 2017년 6월 디지털 등 신성장동력을 강화하기 위해 CDO를 신설했다. 은행, 카드, 금융투자, 생명보험, 자산운용, 캐피탈, 저축은행 등 각 계열사 주요 임원이 CDO를 맡아 각 사 디지털 사업 전략을 총괄한다. CDO들은 매월 CDO협의체 회의를 열고 각 사 현안을 공유하거나 협업을 추진해왔다. 지난달에는 인터넷전문은행 등 굵직한 현안 보고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과거 은행에서 머물면 도태될 수 밖에 없다는 위기 의식이 팽배하다"며 "특히 기존 은행에 IT를 접목하는 것이 아니라 완전한 IT금융을 추구하면서 관련 인력 확보는 그 어느때보다 치열한 상황이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