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소년과 미소년의 사랑을 그린 ‘보이즈 러브’(이하 BL) 콘텐츠가 웹툰과 웹 소설을 중심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웹툰 등 전자책 업계에서는 BL이 전체 매출을 견인하는 효자 장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여성향 콘텐츠 전문 플랫폼 ‘봄툰'에서 BL이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60%쯤이다.

일본에서 인기를 끈 BL만화 ‘텐카운트'. / 야후재팬 갈무리
일본에서 인기를 끈 BL만화 ‘텐카운트'. / 야후재팬 갈무리
인기 웹툰 플랫폼 레진코믹스에 따르면 5일, 인기 콘텐츠 TOP100 중 상위 20위 내에 BL 콘텐츠 수는 모두 7편에 달한다. ‘너란 남자’(2위), ‘박배우X김남팬’(3위), ‘그 끝에 있는 것’(4위), ‘복학생’(12위), ‘아기 사슴 카운터’(13위), ‘2반 이희수’(16위), ‘아스란히’(19위) 등 모두 국내에서 제작된 BL 콘텐츠다.

BL 콘텐츠 주요 소비층은 1020세대 여성이다. BL장르 웹툰이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에 대해 레진코믹스 한 관계자는 "젊은세대일수록 이성애나 동성애 시각으로 작품에 접근하기보다 인간 본연의 감정을 다루는 측면으로 작품을 바라보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전자책 플랫폼 한 관계자는 "순정만화가 주 소비층인 여성들의 로맨스 판타지를 충족시키는 것과 비슷하게 BL작품도 여성의 특정 판타지를 충족시키는 부분이 있고, 이러한 특정 클리셰를 선호하는 팬덤이 형성되면서 해당 장르가 꾸준하게 인기를 얻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의견을 밝혔다.

국내 대부분의 웹툰·전자책 플랫폼에서는 ‘BL’이란 장르가 카테고리의 한 축을 차지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웹툰 외에도 다채로운 콘텐츠를 취급하는 카카오페이지에서도 2017년 11월부터 BL 카테고리를 열고 관련 콘텐츠를 꾸준히 채워왔다. 현재 카카오페이지 BL 콘텐츠 수는 900개가 넘는다.

웹툰·전자책 플랫폼에서 BL 등 여성향 콘텐츠를 콘테스트까지 벌여가며 끌어모으는 이유는 여성 마니아들의 아낌없는 콘텐츠 소비 덕분이다.

웹툰 업계 한 관계자는 "웹툰 등 콘텐츠에 대한 지출 빈도와 비용을 볼 때 여성이 남성보다 더 활발한 소비를 보인다"며 "대체적으로 여성이 콘텐츠에 대해 돈을 안 아끼고, 이런 소비 성향 때문에 업계에서는 여성향 작품에 힘을 쏟을 수 밖에 없는 구조다"라고 말했다.

또 "‘봄툰' 등 여성향 작품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콘텐츠 플랫폼의 존재만으로도 BL 콘텐츠의 인기를 가늠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봄툰 웹페이지. / 봄툰 갈무리
봄툰 웹페이지. / 봄툰 갈무리
봄툰을 운영하는 키다리 스튜디오에 따르면 봄툰 전체 콘텐츠 중 BL이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60%쯤에 달한다.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키다리 스튜디오는 봄툰 매출 증가로 2017년 영업손실 4억9500만원에서 2018년 영업익 2억9200만원으로 흑자전환했다. 2018년도 회사 매출도 전년대비 37.4% 증가한 196억원을 기록했다.

◇ 일본 BL시장 규모 2216억원 이상

국내 BL 콘텐츠는 국외 시장에서도 인기다. 레진코믹스에 따르면 스릴러와 BL이 결합된 ‘킬링 스토킹'은 2017년 아마존 이탈리아 만화 부문 주간 베스트 1위에 오르는 등 유럽에서 인기를 끌었다.

BL웹툰 ‘킬링 스토킹' 북미 팬. / 레진코믹스 제공
BL웹툰 ‘킬링 스토킹' 북미 팬. / 레진코믹스 제공
BL 장르는 만화왕국 일본에서 탄생했다는 것이 만화 업계 시각이다. 일본에서는 1960년대부터 소설 등으로 남성 동성애를 묘사한 작품이 존재해왔고, 1970년대 들어서는 ‘야오이(やおい)'란 장르 이름으로 아마추어 만화가를 중심으로 미소년과 미소년의 사랑을 다룬 콘텐츠가 만들어졌다.

야오이 장르가 ‘보이즈 러브’(BL)로 바꿔 불리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중반부터다. 2013년에 출간된 BL작품 ‘텐카운트'는 일본 현지 10대 여성을 중심으로 폭발적인 지지를 받으며 그해 150만부 이상이 판매됐다. 일본만화업계는 BL장르의 주 소비층은 여성 오덕을 의미하는 ‘후죠시(腐女子)’라는 시각이다.

시장조사업체 야노경제연구소에 따르면 ‘후죠시'가 창출한 BL 콘텐츠 시장규모는 2015년 기준으로 220억엔(2216억원)에 달한다.

일본에서 BL 웹툰 전문 플랫폼 ‘치루치루'를 운영하는 산디아스 한 관계자는 "일본에서 BL 콘텐츠 시장 규모는 2018년을 기준으로 볼때 220억엔(2216억원)보다 훨씬 크다"고 밝혔다.

BL장르 고향 일본에서는 미소년을 넘어 중년남성까지 BL장르 세분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또, BL소재 드라마가 제작되는 등 미디어 믹스가 한창이다.

일본 현지에서 최근 인기를 얻은 BL소재 드라마는 ‘옷상즈러브'(아저씨러브)다. 2018년 4월부터 6월까지 현지 방영된 이 드라마는 우유부단한 30대 남성 회사원과 그를 사랑하는 남자 후배, 그리고 직장 상사인 50대 남성의 삼각관계를 그린 작품이다. 일본 방송업계에 따르면 이 드라마는 10~30대 여성 시청자를 중심으로 호평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