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시대] ⑤책읽어주는 비서, 음성합성(TTS)

  • 우병현 IT조선대표
    입력 2019.03.11 07:00

    인공지능 시대 기계의 노예가 되지 않으려면 뇌를 단련해야 한다. 뇌 단련법으로는 역시 독서가 최고다.
    디지털 시대의 독서 플랫폼은 종이에서 전자책으로 급속도로 이동하고 있다. 전자책을 활용하면 나만의 도서관을 클라우드에 만들어, 언제 어디서든지 독서할 수 있다.
    또 인공지능 음성(Text to Speech)를 이용해 귀로 듣고, 손으로 밑줄을 그어 친구들과 소셜미디어에서 나의 독서체험을 공유할 수 있다. 전자책 시대의 본격적인 개막에 맞춰 새로운 전자책 독서법 등 전자책 활용법 시리즈를 소개한다./편집자 주

    아르헨티나의 문호인 호르헤 보르헤스(Jorge Borges)는 55세에 시력을 완전히 잃었다. 보르헤스는 노모와 함께 살면서 노모의 눈과 음성으로 지식을 획득하고 작품을 썼다. 노모가 1975년에 세상을 뜬 후 보르헤스는 자신의 학생이었던 마리아 고다마를 조수로 고용해 그녀의 도움을 받았다.

    문학 평론가들은 보르헤스 작품이 보르헤스의 시력 상실과 연관이 깊다고 본다. 단편집 ‘픽션들'은 짧은 형식을 취하지만, 창의적인 문학적 상징이 촘촘하게 엮어져 있다. 예를 들어 ‘바벨의 도서관’은 오늘날까지 문학, 영화(인터스텔라) 그리고 심지어 첨단 IT 분야까지 깊은 울림과 영감을 주는 작품으로 정평이 나 있다.

    근대 저널리즘 산업 개척자인 조지프 퓰리처(Joseph Pulitzer)는 40대 중반이후 시력을 잃었다. 그는 비서를 두고 신문, 책 뿐만 아니라 경영자료도 읽도록 하고, 신문제작 방향이나 경영 방침을 음성으로 지시했다. 오직 소리로 지식을 습득하면서 미국 신문왕 자리에 올랐다.

    보르헤스와 퓰리처의 소리를 통한 지식 습득은 예외적 사례다. 비서를 고용할 수 있는 지위덕분에 소리를 통해 고급 지식을 습득할 수 있었다. 평범한 시각 장애인들은 점자로 제작된 책을 이용할 수 있을 뿐이다.

    디지털 기술이 발전하면서 시각장애자가 저렴한가격에 책 읽어주는 비서를 구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텍스트를 음성으로 바꿔주는 음성합성 기술인 TTS(Text to Speech)가 바로 그것이다.


    스마트폰 전자책 앱(밀리의 서재)에서 듣기 기능을 터치하면 TTS가 텍스트를 읽어준다.
    TTS는 사람의 목소리를 녹음한 다음 한 음절씩 분할해 다시 합성하는 기술이다. TTS는 시각장애인에게 웹페이지를 읽어주는 웹접근성 분야에 사용되었으나 텔레뱅킹, ARS, 내비게이션,전자제품 등 광범위한 분야에 널리 사용되고 있다.

    초창기 TTS는 딱딱하고 높낮이가 어색했다. 또 된소리 등 한국어 발음 규칙을 구현하지 못해 오래 듣기가 거북했다. 하지만 인공지능 기술이 발달하면서 단어나 문장 성격에 따라 높낮이를 자동으로 조율하는 등 자연스러운 사람 목소리에 근접했다. 또 이병헌 등 유명 배우의 목소리를 그대로 구현하는 TTS 기술이 나올 정도로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스마트폰 전자책 앱(밀리의 서재)의 듣기 기능은 목소리 선택, 속도 조절, 타이머 기능 등 다양한 메뉴를 제공한다.
    디지털 기술 덕분에 탄생한 TTS는 시각장애인에게 최고의 지식 습득 도구로서 가치를 발휘하고 있다. 노먼 도이지는 ‘기적을 부르는 뇌 가소성’에서 TTS로 1분에 340단어로 속도로 톨스토이, 고골리,발자크 등 고전을 섭렵한 에마라는 시각장애인 사례를 소개했다. 그녀는 보르헤스와 퓰리처처럼 오직 청각만으로 뛰어난 지성 세계를 개척했던 것이다.

    에마 사례는 깊이 읽기 기능을 상실한 21세기 디지털 문명인에게도 희망을 준다. 니컬러스 카는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에서 디지털 문명인들이 아침에 눈 뜨자 마자 스마트폰에서 소셜미디어부터 확인하기 시작해 잠 잘 때까지 스마트폰을 수시로 만지작 거리면서 깊이 읽기 능력을 상실했다고 진단했다.

    카는 한발 더 나아가 온갖 스크린앞에서 새로운 정보만 쫒으면서 실험실 쥐처럼 뇌기능이 점점 단순화될 위험에 처해 있으며, 인간다움을 유지하기 위해 깊이 읽기 능력을 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나는 출퇴근길에 스마트폰 전자책 앱의 TTS에게 책을 읽어달라고 부탁한다. 처음에 TTS에게 소설 읽기를 요청했다가 점차 과학 기술, 고전 등 딱딱하고 전문적인 분야 책까지 읽어달라고 부탁한다. 나의 청각은 디지털 스크린앞에서 깊이 읽기 능력을 잃은 나의 눈 대신에 지성의 세계로 안내한다.

    전자책의 진짜 매력중의 하나가 바로 TTS를 언제 어디에서든지 책 읽어주는 비서로 부릴 수 있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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