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전국을 휩쓴 고농도 미세먼지의 기세가 한풀 꺾였다. 하지만, 대기 환경은 악화 일로를 걷고 있고, 그만큼 미세먼지는 수시로 한국 소비자를 괴롭힐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미세먼지에 대응하는 제품으로 알려진 공기청정기는 연간 한국에서만 300만대(업계 추산) 이상 팔리는 필수 가전이다. 공기청정기를 사거나 추가하려는 소비자의 발걸음도 분주하게 움직인다.

2019년형 공기청정기. / 제조사 제공
2019년형 공기청정기. / 제조사 제공
공기청정기는 생활 공간 속 미세먼지와 유해 물질을 걸러준다. 따라서 생활 환경에 알맞은 용량, 기능을 가진 제품을 사고 유지보수에도 힘써야 제대로 된 성능을 누릴 수 있다. 공기청정기를 살 때 알아야 할 점, 유지보수 방법을 살펴본다.

12일 공기청정기 업계 한 관계자는 "공기청정기 구조는 단순하지만, 그 속에 공기 청정 성능과 소비자 안전 기능까지 넣는 것이 기술이다"며 "공기청정기를 사기 전 실내 공간 넓이 및 필터 성능을 유심히 살피고, 기기와 필터 유지보수법도 잘 익혀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 공기청정기, ‘청정 용량·필터 성능·’ 주목할 것

공기청정기 구입도 한 걸음부터, 우선 살펴볼 것은 ‘청정 면적’이다. 공기청정기가 얼마나 넓은 공간의 공기를 깨끗하게 할 수 있는지 나타내는 수치다. ‘사용 면적’이나 ‘CA인증면적’ 등으로 표시되기도 한다.

청정 면적을 계산할 때 한국소비자원이 정한 ‘표준사용면적’의 정의를 알아둬야 한다. 실내 환경, 유해물질 제거 기준이 가장 명확해서다. 표준사용면적은 ‘2.4m 높이 공간에서 공기청정기를 10분간 사용, 실내 오염도를 50% 수준으로 낮출 수 있는 면적’을 일컫는다.

공기청정기 면적 표시. / LG전자 홈페이지 갈무리
공기청정기 면적 표시. / LG전자 홈페이지 갈무리
공기청정기의 표준사용면적을 파악한 후에는 기기를 설치할 ‘공간 면적’을 고려해야 한다. 표준사용면적은 공간 면적보다 ‘130%’쯤 큰 것이 좋다.

일반적으로 공기청정기는 거실에서 주로 쓴다. 66㎡(20평) 아파트의 거실 면적은 19.4㎡, 99㎡(30평) 아파트의 거실 면적은 26.7㎡쯤이다. 따라서 99㎡ 아파트의 거실에서 쓸 공기청정기는 26.7 x 1.3 = 34.71㎡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원룸이나 오피스텔 등 비교적 작은 공간에서 쓸 공기청정기라면 9.9㎡(3평형) 모델로 충분하다.

‘필터 성능’도 면적 못지 않게 중요하다. 어느 정도 크기까지의 미세먼지를 얼마나 많이 제거할 수 있는지 필터 성능으로 알 수 있다.

공기청정기 필터 구조. / 삼성전자 홈페이지 갈무리
공기청정기 필터 구조. / 삼성전자 홈페이지 갈무리
공기청정기 부품 가운데 미세먼지를 거르는 것은 ‘헤파 필터’의 역할이다. 헤파 필터의 성능은 ‘H(숫자)’ 단위로 표시된다.

저가형 제품에 주로 쓰이는 H10~H12등급 헤파필터는 0.5㎛~1㎛(마이크로미터, 1/100만) 크기 미세먼지 및 유해물질을 거른다. H13등급 이상부터는 0.3㎛보다 작은 유해물질을 걸러낸다. 따라서 H13등급 이상의 헤파 필터를 탑재한 공기청정기를 고르는 것이 좋다.

공기청정기에 장착된 ‘센서’ 성능도 중요하다. 센서는 미세먼지를 감지해 공기청정기의 동작 시간과 풍량 등을 정하는 역할을 한다. 센서 성능은 ‘PM’이라는 단위로 표시한다. PM10 센서는 10㎛ 크기 ‘부유먼지’를, PM2.5 센서는 2.5㎛ 크기 ‘미세먼지’를 포착한다.

가장 강력한 PM1.0 센서는 1㎛ 크기 ‘초미세먼지’를 감지한다. 센서 성능이 우수해야 초미세먼지를 제때 감지하고 필요한 만큼만 동작한다. 고성능 센서는 공기청정기 효율을 높이고 전력 소모량은 줄인다.

‘가격대’도 중요하다. 고가 공기청정기는 다양한 추가 기능을 지원하지만, 추가 기능보다 청정 성능 자체를 우선시하는 것이 좋다. 외산 공기청정기를 살 경우 CA(한국공기청정협회 인증)인증에 준하는 ‘CADR(Clean Air Delivery Rate)’를 보면 된다. 이 인증은 공기청정기 필터의 여과 효율을 나타내는 것으로 숫자가 높을 수록 좋다.

공기청정기를 살 때 ‘소음’ 유무도 중요하다. 영유아가 있는 방에 둘 공기청정기를 사려면 오프라인 가전 매장을 방문, 소음이 어느 정도인지 확인해야 한다. 실내 미세먼지 농도가 높으면 공기청정기는 ‘강’ 혹은 ‘강력’ 설정으로 동작하는데, 이 때 소음이 가장 크다.

공기청정기 동작 소음이 유난히 심할 경우 공기청정기가 똑바로 놓여져 있는지, 필터를 비롯한 본체 부품이 제대로 체결됐는지, 두꺼운 종이 등 이물질이 내부에 들어간 것은 아닌지 살펴보자.

◇ 공기청정기 산 후 ‘유지보수·소모품 교체’도 중요

공기청정기의 구조는 비교적 단순하다. 팬으로 공기를 빨아들여 필터로 걸러내고 다시 배출하는 원리다. 따라서 필터를 어떻게 관리하느냐, 얼마나 자주 교체하느냐에 따라 공기 청정기의 성능 및 효율이 결정된다.

공기청정기 ‘필터 교체 주기’는 대부분 6개월~1년에 한번이다. ‘필터 교체 주기’를 비롯해 ‘동작 및 고장 유무’를 알려주는 공기청정기도 있다. 주기에 맞춰 교체하되, 최근처럼 미세먼지 양이 특히 많을 경우 주기를 1개월에서 3개월쯤 앞당겨 교체하면 좋다.

공기청정기 필터는 큰 먼지 제거용 프리필터와 미세먼지 제거용 헤파필터, 탈취 필터 등으로 구성된다. 일체형 필터는 한번에 모든 필터를, 별도 필터는 교체할 필터만 바꿔주면 된다.

머리카락이나 털 등을 거르는 ‘프리 필터’는 씻어서 쓸 수 있는데, 씻은 후 그늘에 잘 말려야 한다. 대개 플라스틱제라, 햇빛에 말리면 제품이 변형될 우려가 있다. 프리 필터는 한달에 한번쯤 씻어주면 좋다. 프리 필터가 깨끗하면 헤파, 탈취 필터의 역할이 줄어드는 덕분이다.

필터는 소모품이다. ‘호환 필터’는 가격이 저렴하더라도 가급적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공기청정기 기기와의 성능 궁합이 인증되지 않았으며 규격이나 크기가 정품 필터와 다른 경우도 있다. 필터 규격이 다르거나 공기청정기에 제대로 장착되지 않으면 청정 효율은 급격히 떨어진다.

부엌에서 조리할 때에는 공기청정기를 꺼야 한다. 미세한 물·기름방울이 공기청정기 본체나 필터에 흡착돼 고장을 부른다. 조리 후에는 1분~3분쯤 실내를 환기한 후 공기청정기를 켜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