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차 보조금 증가할수록…미소짓는 현대·기아차

입력 2019.03.13 06:35 | 수정 2019.03.13 09:11

미세먼지 증가에 따라 친환경차 보급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중이다. 이에 따른 보조금도 해마다 그 규모가 늘어나는 추세다. 하지만 친환경차 보조금이 많아 질수록 현대·기아차에 혜택이 집중되는 현상이 발생한다. 균형잡힌 친환경차 보급을 위해 경쟁 회사의 친환경차 개발 여력을 높여줘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배경이다.

◇ 친환경차 시장도 현대·기아차 ‘일색’…92% 점유 중

2018년 국내 친환경차 판매대수(수입차 제외)는 총 9만3051대로, 전년 7만4728대 대비 크게 늘었다. 이 가운데 하이브리드(플러그인 하이브리드 포함)카 6만2866대, 전기차 2만9441대, 수소전기차 744대로 나타나 각각 2017년과 비교해 15.2%, 121.3%, 1119% 상승했다.

최근 출시한 쏘울 부스터 EV. / 기아차 제공
업체별로는 현대차가 하이브리드(플러그인 포함)카 3만2510대, 전기차 1만6799대, 수소전기차 744대로 나타나 총 5만52대를 팔았고, 시장의 56.9%를 차지했다. 기아차는 하이브리드(플러그인 하이브리드 포함)카 2만9981대, 전기차 5187대로 총 3만5168대를 기록했다. 시장 점유율은 40%다. 이어 한국GM은 하이브리드 및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카 375대, 전기차 4722대로 집계돼 5.5%를 보였다. 르노삼성은 전기차 2733대로 2.9%의 점유율이다. 쌍용차는 친환경차가 하나도 없다.

이를 통한 국내 친환경차 시장은 현대·기아차가 총 91.6%의 비중으로 나타났다. 수입차를 제외한 현대·기아차의 내수 점유율이 77.6%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친환경차는 14% 포인트 높아 시장을 더 장악한 측면이 있다.

배출가스가 전혀 없는 전기차로만 국한할 경우 점유율은 현대·기아차가 74.7%다. 수소전기차 분야는 현대차만 제품을 내놓고 있어 100% 독점체제다.

◇ 가장 많은 친환경차 내놓는 현대·기아차…보조금도 대부분 휩쓸어

현대·기아차가 국내 친환경차 시장을 선점할 수 있었던 것은 가장 다양한 친환경차를 선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현대차는 하이브리드(HV) 및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V)카는 아이오닉(HV/PHV/EV), 쏘나타(HV/PHV), 그랜저 하이브리드, 코나 일렉트릭, 넥쏘 등 총 8종을, 기아차는 니로(HV/PHV,EV), 쏘울 EV, K5 하이브리드, K7 하이브리드 등 6종을 판매한다.

지난해 보조금 지급이 만료된 하이브리드를 제외하면 현대·기아차는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8종의 친환경차를 선보이고 있다. 한국GM 2종(볼트 PHEV/EV), 르노삼성차 2종(SM3 Z.E./트위지)에 비해 제품 숫자가 많아 경쟁력도 그만큼 높다.

수소전기차 넥쏘. / 현대차 제공
이 때문에 현대·기아차는 국가 보조금 지급 비율도 상당하다. 2018년초 정부가 확보한 전기차 보조금 총 2550억원으로, 연간 74.7%의 점유율을 보인 현대·기아차에 1905억원이 지급됐다는 단순 계산이 가능하다. 같은 식으로 한국GM에는 408억원이 쓰였다. 르노삼성은 약 237억원이다.

2018년 수소전기차는 240대 분량의 보조금이 책정돼 740대가 판매된 현대차 수소전기차 넥쏘가 보조금의 100%를 채웠다. 더욱이 넥쏘는 예약판매 첫날에 733대를 기록, 수소전기차에 대한 관심을 반영했다. 이 때문에 정부는 올해 수소전기차 보조금 예산을 900억원으로 확정했다. 목표보급대수는 4000대다. 이와 함께 수소버스 보조금도 70억원을 확보했다. 사실상 모두 현대차의 몫이다.

현재 시장 상황을 고려한다면 친환경차 보조금이 늘면 늘수록 현대·기아차가 가져가는 보조금도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게다가 현대·기아차는 단순히 친환경차 숫자만 많은 것이 아니라 기술 수준도 높아, 대부분의 전기차가 최대치의 보조금을 받는다. 수소전기차 역시 마찬가지다.

◇ 노후 1톤 경유 트럭 LPG로 교체해도 보조금 혜택…기아차가 사실상 독점

국내 미세먼지의 원흉으로 꼽히는 노후 경유트럭을 LPG 신차로 바꿀 때의 지원 보조금도 기아차가 다 가져간다. 국내 LPG 1톤 트럭을 판매하는 회사가 기아차뿐이어서다.

현재 환경부는 배출가스 5등급의 노후 1톤 경유 화물차를 폐차하고, LPG 1톤 트럭을 구입하는 운전자에 보조금 400만원을 지원 중이다. 여기에 1톤 노후 경유차 조기 폐차 지원금까지 더하면 최대 565만원의 혜택이 주어진다.

국내 LPG 1톤 트럭은 기아차의 봉고Ⅲ가 유일하다. 이 차의 가격은 1494만~1579만원으로 보조금을 더하면 929만~1032만원으로 구입 부담이 줄어 가격경쟁력이 생긴다. 환경부는 먼저 950대에 선착순 지원하고, 향후 3000대까지 예산 조정으로 보조금 대상을 늘릴 방침이다.

2019년형 봉고Ⅲ. / 기아차 제공
국내 1톤 트럭은 연간 16만대가 판매된다. 누적 등록대수는 210만대에 달한다. 대부분 디젤(경유) 엔진을 장착하고 있어 미세먼지의 강력한 원인으로 여겨진다. LPG의 경우 질소산화물(NOx) 배출이 경유에 비해 93분의 1 수준으로 낮아 친환경 효과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구입할 수 없는 전기 및 수소트럭이 없는만큼 환경부는 LPG를 수송분야의 미세먼지 감축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미 국내 LPG 1톤 트럭 시장을 이끄는 현대·기아차는 LPG 신형 엔진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포터와 봉고 전용 LPDi 엔진(LPG 직분사 엔진) 개발이 거의 완료돼 양산을 앞두고 있다. 이 엔진은 통학용차로 인기가 높은 스타렉스에서도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어린이 통학용차는 LPG로 바꾸면 500만원을 구매지원(또는 조기 폐차 지원 중 선택)한다.

◇ 이미 기울어진 판세…경쟁 업체 개발 여력 및 혜택 늘려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현대·기아차의 독점 구조를 깨려면 경쟁할 수 있는 친환경차가 많아져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치 않다. 한국GM과 르노삼성차의 경우 이미 전기차 기술을 본사가 확보하고 있지만, 글로벌 전략에 따라 한국 시장은 후순위다.

또 친환경차와 관련한 추가 투자는 바랄 수도 없는 상황이다. 기존의 내연기관차 개발 및 생산 역시 높은 인건비 등으로 글로벌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고, 심지어 축소까지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상황에서 미래차의 핵심으로 꼽히는 전기차 개발·생산 등은 먼얘기라는 게 업계 설명이다.

쌍용차의 경우 2020년경 첫 전기차를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그때까지는 시장을 그저 관망할 수밖에 없다. 연간 수천억원의 보조금을 눈뜨고 놓치는 셈이다. 이와 관련 쌍용차 관계자는 "전기차의 경우 우리 개발 속도에 맞춰 만들어지고 있기 때문에 당분간은 대응이 어렵다"고 전했다.

다마스 및 라보. / 한국GM 제공
1톤 트럭 구매에만 보조금을 한정하는 LPG 상용차 분야는 보조금 대상을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국GM이 만드는 경상용차 다마스와 라보는 0.8리터 LPG 엔진을 장착하고 있음에도 혜택에서 제외되고 있어서다. LPG 1톤 트럭 구매 보조금의 근거가 미세먼지 감축이라면, 노후 경유차를 폐차하고 LPG 경상용차를 구매하는 사람에게도 혜택을 부여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수소전기차는 현대차가 전세계 시장을 리드하고 있다. 때문에 국가 경쟁력 제고 차원에서 경쟁 업체도 개발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 그러나 한국GM 및 르노삼성은 각각 미국 GM과 프랑스 르노가 소유하고 있어, 공동 개발로 기밀인 기술이 공개되면 오히려 현대·기아차의 경쟁력이 약화되는 결과가 예측된다. 현대·기아차가 국내 업체와 수소전기차 공동개발에 나서기 어려운 이유다.

박재용 자동차미래연구소 소장은 "현대·기아차의 친환경차 개발 역량을 높이 평가할 수밖에 없다"며 "그럼에도 전체 산업 발전을 위해 일부분은 균형잡힌 정책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현실적인 문제들이 있지만, LPG 교체 보조금 지원이나, 주행거리에 따른 보조금 차등 지원은 개선 여지가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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