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LPG차 판매를 일반으로 확대합니다. 동시에 경유세 인상도 추진합니다. 미세먼지 배출이 현저히 적은 LPG차를 늘리고, 경유차 판매를 줄이겠다는 복안인 셈입니다.

지금까지 LPG차는 택시나 렌터카 등으로 제한적인 공급이 이뤄졌습니다. 또 장애인, 국가유공자는 구입을 허용했지만, 일반인은 LPG 하이브리드, 배기량 1000㏄ 미만, 5년 이상된 중고차만 살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구매에 제한을 둔 근거는 ‘액화석유가스 안전관리 및 사업법’입니다. 이 법안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LPG 수급, 사용상 안전관리, 공익상 필요하다고 인정될 경우 자동차 또는 사용자에게 LPG를 연료로 사용할 수 있게 합니다.

정부가 LPG차 판매를 일반에 허용하기로 했다. 사진은 르노삼성차가 개발한 도넛형 LPG 연료 탱크.  / 르노삼성차 제공
정부가 LPG차 판매를 일반에 허용하기로 했다. 사진은 르노삼성차가 개발한 도넛형 LPG 연료 탱크. / 르노삼성차 제공
하지만 사용 제한의 이면에는 세금이 있다는게 일반적인 인식입니다. LPG는 실제로 휘발유나 경유에 부과되는 교통에너지환경세가 적습니다. 국내 유가 정보를 제공하는 오피넷을 살펴보면 휘발유는 리터당 450원의 교통세가 붙고, 경유는 319원의 세금을 냅니다. 여기에 교통세의 15%를 교육세로, 교통세의 26%를 주행세로 냅니다. 반면 LPG(차량용 부탄)는 136.66원의 개별소비세에, 이 세금의 15%를 교통세로 부과합니다. 때문에 LPG차가 다른 차를 대체하면 할 수록 연료에 포함된 세금은 줄어들 여지가 있다는 겁니다.

그럼에도 최근 미세먼지에 대한 심각성이 부각되면서 LPG차 장점이 재조명을 받자, 정부는 세수 보다도 환경적인 측면을 고려해 ‘액화석유가스 안전관리 및 사업법’을 고쳐 일반 판매를 허용합니다. 이르면 2019년 3월말부터 일반인도 LPG차를 제약없이 구매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 산업부는 LPG 연료 사용제한을 전면 완화하면 2030년까지 미세먼지 발생 원인이 되는 질소산화물(NOx)을 최대 7363톤, 초미세먼지는 최대 71톤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봅니다. LPG차는 2010년 245만9000대에서 2018년말 205만2870대로 감소했는데, 이번 조치로 연료비를 절감하려는 수요가 늘면 2030년까지 282만2000대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LPG차 증가로 인한 세수 부족은 걱정할 일이 아닙니다. LPG 엔진의 경우 상대적으로 효율이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같은 거리를 주행했을 때, 더 많은 양을 사용하고, 이와 비례해 세금도 늘어나는 구조인 것이죠.

현재 쏘나타(LF)를 기준으로 2.0리터 디젤과 LPG의 표시연비는 각각 17.7㎞와 9.6㎞입니다. 만약 1년에 1만5000㎞를 주행한다고 가정했을 때, 디젤은 847.5리터, LPG는 1562.5리터가 필요합니다. 이 때 연료에 붙는 교통세(LPG는 개소세)는 디젤 27만353원, LPG는 21만3531원입니다.

동시에 국내 한 언론매체는 정부가 경유세 인상을 추진한다고 보도했습니다. 기획재정부와 환경부는 즉각 해명자료를 통해 "사실이 아니다"는 입장을 내보였지만, 수년전부터 인상 신호가 있었던 만큼 경유세 인상은 시간문제로 보는 시각도 존재합니다.

명분이 워낙 강력하기 때문입니다. 역시 미세먼지입니다. 경유차에서 미세먼지가 많이 나오니 연료비를 올리면 경유 사용을 줄이는 동시에, 경유차를 사려던 사람이 휘발유, LPG, 전기차를 살 것이라는 발상입니다. 그렇게 될 경우 자연스레 미세먼지도 줄어든다는 것이지요.

그러나 이같은 생각은 자동차 경유 사용의 상당수가 운송 사업에 집중돼 있다는 사실을 간과한 해석입니다. 실제적으로 미세먼지 배출이 가장 많은 분야는 대형 화물 및 버스 등 사업용 운송인데, 이 분야는 짐을 많이, 또 자주 실어 나를수록 수익이 증가합니다. 운송량이 많으면 당연히 연료 사용량도 증가합니다. 때문에 경유세 인상으로 사용량이 줄고, 미세먼지도 감축할 수 있다고 하는 건 과도한 핑크빛 전망이라는 말이 나옵니다.

심지어 사업용 운송수단은 경유 가격이 오를수록 보조금을 받습니다. 2001년 1차 에너지세제개편 때 정해진 것으로, 화물 업계의 반발에 의해 생긴 제도입니다. 이 제도로 인해 2017년에만 전국 40만여대 영업용 화물차에 1조7000억원의 보조금이 사용됐습니다. 이런 점을 고려한다면 경유세를 인상해봤자, 사용량은 줄지 않는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경유세를 올려서 다른 유종으로 유도한다고 한들 지금 대형 화물차 사업자가 경유 트럭이 아닌, 전기나 수소 등의 친환경 트럭을 선택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닙니다. 대안이 없다는 것이지요.

이런 종합적인 환경을 따져봤을 때, LPG 일반 판매 허용과 경유세 인상은 결국에는 미세먼지 핑계로 세수를 늘리려는 의도가 아닌가 하는 확신이 듭니다. 경유세를 높여도 사업용은 그대로 유지되는 한편, 새 차를 구매할 여력이 되지 않는 일반 경유차 보유자는 세금을 더 낼 수밖에 없습니다. 세금 내기 싫으면 차 세워두고 그만큼 움직이지 말라는 소리인데,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이와 관련해서는 재미있는 통계가 있습니다. 2017년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발표한 내용입니다. ‘수송용 에너지 상대가격 합리적 조정방안 검토 보고서’라는 이 자료는 여러 시나리오를 통해 미세먼지 감축 효과와 경제적 파급 등을 다뤘습니다. 자료에 따르면 경유세를 높여도 2014년 기준 미세먼지 배출량은 시나리오별로 적게는 0.1%, 많게는 2.8% 감축에 그치고, 되려 세금이 5180억원에서 18조1535억원 불어납니다. 경유세 인상의 실제 목적이 미세먼지 감축에만 있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미세먼지는 분명 줄여야 할 국가적 과제입니다. 특히 이동분야 오염원은 충분히 인위적 절감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적극적으로 고려돼야 할 사안입니다. 그러나 현상을 복합적으로 보지 않고, 단편적으로만, 혹은 세수 증대라는 꼼수를 숨겨 놓을 요량이라면 곤란합니다. LPG차를 확대하고 경유차 판매를 줄이겠다는 정부 정책에 긍정적인 기대보다 부정적인 시선을 거두기 어려운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