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서희의 4차산업 법이야기]JPM코인과 규제샌드박스

  • 한서희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
    입력 2019.03.14 10:18

    미국 CNBC는 2월 14일 JP모건이 미국 주요 은행으로는 처음으로 자체 암호화폐를 출시하고 시범 운영에 들어간다고 보도했다. 코인 이름은 JPM코인이다. 미국 달러화와 1대1 교환 가치를 지닌 기관 투자자용 스테이블 코인으로 JP모건 자체 플랫폼 ‘쿠오럼(Quorum)’에서 돌아간다. 은행은 이 서비스를 향후 다른 기업용 플랫폼으로 확장할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JP모건 행보를 의아하게 생각한다. 제이미 다이먼 JP 모건 최고경영자(CEO)는 암호화폐에 부정적인 의견을 냈던 것으로 유명하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 2017년 9월 한 투자자 콘퍼런스에 참석해 "비트코인은 사기다"라며 "그 거품은 곧 꺼질 것이고, 여기에 절대 투자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밝혔다. 그는 또 "비트코인 투자는 최초의 거품경제 사례인 네덜란드 튤립 투기 파동을 연상시킨다"며 "비트코인을 거래하는 어리석은 직원은 즉시 해고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제이미 다이먼은 갑자기 다른 의견을 피력했다. 그는 2018년 1월 9일 폭스 비즈니스와 인터뷰에서 "비트코인을 사기라고 말한 것을 후회한다"며 180도 입장을 바꾸었다. 그는 "블록체인은 현실이며 암호화된 가상 달러화도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때부터였을까 아니면 그 전부터였을까. JP모건은 어느 시점에서부터 자신들만을 위한 암호화폐를 준비했던 것이 틀림없다. 그렇게 2019년 2월 14일 JPM코인이 출시됐다.

    우마르 파루크 JP모건 블록체인 사업 총괄은 JPM코인 활용사례로 ‘기존 송금 방법 대체’와 ‘증권 발행 및 판매’, ‘결제 수단’을 들었다. 그에 따르면 기존 해외 송금 방식인 ‘전신 송금(wire transfer)’이 블록체인으로 대체되면 결제 시간을 기존 며칠 단위에서 몇 초로 줄일 수 있다.

    우마르 파루크는 "대기업이 대차대조표에 나온 액수만큼 돈을 보유했다는 점을 증명하려면 지금까지는 직접 송금하는 수밖에 없었다"며 "하지만 이제는 송금을 굳이 하지 않더라도 증명이 가능하기 때문에 기업은 수월하게 자금을 운용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와 더불어 JP모건을 비롯한 미국 제도권 금융기관들은 암호화폐 결제에 적극적으로 알려졌고 특히 기관투자자용 인프라 구축에 주력하고 있다.

    그럼 우리나라 상황은 어떠한가. 비트코인은 사기라는 유시민 작가 발언과 맞물려 정부는 암호화폐 공개(ICO) 금지를 선언하고 유지하고 있다. 대신 블록체인 기술만큼은 발전시키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과연 그럴 의지가 있는지는 의심스러울만큼 더디다.

    정부는 2019년 들어 규제샌드박스 사업 지정을 위한 심의 중이다. 그런데 과기정통부는 2월 14일 블록체인 기반 송금 서비스 ‘모인’ 심의를 연기했다. 관계부처와 협의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기 때문이다.

    정보통신기술(ICT) 규제 샌드박스 사업 지정 여부를 위해선 심의 안건에 등록돼야 한다. 하지만 1차 심의위원회에서는 관계부처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아 안건으로 등록되지 못했다. 오는 3월 열리는 2차 심의위원회에서 심의될 것이라는 소식이 들려온다.

    또 규제자유특구를 지정하려는 시도가 나온다. 현재 중소벤처기업부가 ‘규제자유특구 및 지역특화발전특구에 관한 규제특례법’에 의거해 규제자유특구를 지정할 예정이다. 현재 부산광역시와 제주특별시가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시는 이러한 특구 지정 신청과 맞물려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BNK부산은행이 쿠오럼 플랫폼과 관련한 개념증명(PoC)을 추진 중이라는 소식도 들려온다. 블록체인 망에 통합인증과 사설인증을 융합하는 방안과 전자서명, 로열티 프로그램, 해외송금, 디지털 자산관리 분야에도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한다고 알려졌기 때문이다.

    만일 이번에 규제자유 특구로 부산시와 제주시가 선정된다면 특구 내에서 블록체인을 활용한 혁신적이고도 다양한 시도가 나타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생긴다.

    앞으로는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금융권에서 블록체인을 활용하는 사례가 많아질 것이다. 프라이빗 블록체인이든 퍼블릭 블록체인이든 블록체인 내에서 활용되는 암호화폐 발행도 점차 많아질 전망이다. 우리나라도 이런 시도가 많지만 아직까지 실질적인 성과로 나타나는 것은 없다. 모인의 경우에서 볼 수 있듯 여전히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는 어딘지 모르게 터부시되는 것이 사실이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곳곳에 산재해 있는 행정 규제와 새로운 것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그리고 거부감 때문은 아닐까. 이런 것이 우리가 앞서 나가지 못하도록 막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리고 그러한 주저함 때문에 우리는 어떤 후회를 하게 될 것인지 깊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 외부필자의 원고는 IT조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한서희 변호사는 법무법인 유한 바른에서 2011년부터 근무한 파트너 변호사다. 사법연수원 39기로 서울대학교 법과대학과 동대학원 공정거래법을 전공했다. 현재 바른 4차산업혁명대응팀에서 블록체인, 암호화폐, 인공지능(AI) 등과 관련된 업무를 하고 있다. 이외에도 공정거래, 지적재산권 전문가다. 한국블록체인산업진흥협회 자문위원, 한국블록체인협회 자문위원, 블록체인법학회 이사, 한국인공지능법학회 이사, 대한변호사협회 IT블록체인 특별위원회 위원 등으로 활동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