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과 아마존에 이어 국내 IT업계도 헬스케어 영역으로 손을 뻗고 있다. 클라우드와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등 각종 기술을 기반으로 헬스케어 사업에서도 수익과 공익적 가치 모두 창출하겠다는 계획이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지난해 말 대웅제약과 의료보건분야 빅데이터 합작벤처 ‘다나아데이터’를 설립했다.

다나아데이터는 의료와 보건 분야 빅데이터의 수집과 분석, 처리를 담당한다. 네이버는 지난해 2월 분당서울대병원, 대웅제약 등과 함께 의료·보건 빅데이터를 활용한 연구개발에 협력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올해 초에는 일본에서 자회사 ‘라인’을 통해 소니 자회사와 합작법인 ‘라인헬스케어’를 설립하기도 했다. 네이버는 지난해 자사의 기술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지원 프로젝트인 ‘D2 스타트업 팩토리’를 통해 헬스케어 분야의 스타트업 세 곳에 투자했다.

카카오도 헬스케어 사업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지난 1월 서울아산병원과 AI 기반의 의료 빅데이터 업체 아산카카오메디컬데이터를 설립했다. 지난 4일에는 연세의료원의 헬스케어 업체 파이디지털헬스케어에 투자했다. 정보통신기술(ICT) 기반의 의료 서비스 향상과 관련한 협력도 강화한다고 발표했다.

인도에 위치한 아라빈드(Aravind) 안과에서 구글 AI 기반 검사 장치로 환자가 검진을 받고 있다. / 구글 홈페이지 갈무리
인도에 위치한 아라빈드(Aravind) 안과에서 구글 AI 기반 검사 장치로 환자가 검진을 받고 있다. / 구글 홈페이지 갈무리
◇ 아마존과 애플, 구글은 이미 헬스케어 상용화

한국에서는 아직 IT기업과 의료계가 협력을 체결하는 걸음마 단계지만, 미국을 필두로 전세계 IT업계는 헬스케어 상용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연방정부가 기술 장려금을 지원하는 등 각종 혜택을 제공하면서 2018년 기준 미국 전역 95%의 병원이 전자의료기록을 사용하고 있다.

부가가치도 큰 산업으로 평가된다. 2017년 기준 미국의 헬스케어 시장은 연 평균 3.9% 증가한 3조5000억 달러(3983조원)에 이른다. 미국 컨설팅 기업 액센츄어(Accenture)는 2021년까지 민간과 공공 영역 헬스케어 분야 투자 금액이 66억달러(약 7조4699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헬스케어 분야에서 구글은 문어발식 기술 개발에 뛰어들었다. 구글 알파벳 헬스케어 전문 자회사인 베릴리(Verily)는 센서와 헬스 플랫폼, 수술용 로봇 등 총 17개의 의료산업 프로젝트를 동시 진행 중이다.

베릴리는 수면무호흡증 진단 및 치료용 소프트웨어나 백내장 수술 환자를 위한 시력 향상 의료용 스마트렌즈 등을 개발하고 있다. 듀크대학교와 밴더빌트대학교 등 학계와 손잡고 유전자를 분석하고 인간 건강지도도 제작한다.

또 다른 IT공룡 아마존의 헬스케어 전략은 기존 대형 약국 체인과 의약품 유통업체를 대체하는 것이다. 의약품을 빠르게 주문·배송할 수 있도록 알렉사 기반 유통 체인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2018년 아마존은 온라인 제약 스타트업 필팩(PillPack)을 인수했다. 같은 해 아마존은 AI 스피커 알렉사가 이용자 기침소리만 듣고 감기 증상인지를 확인할 수 있는 특허를 신청한 바 있다. 이미 아마존은 의사가 처방한 각종 의료용품을 환자가 아마존을 통해 구매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헬스케어 사업은 IT기업들이 기술로 공익적 가치를 내세우는 방법이기도 하다. 14일(현지시각) 미국 경제방송 CNBC에 따르면 아마존은 버크셔해서웨이, JP모건과 헬스케어 기업인 ‘헤이븐(Haven·안식처)’을 설립해 운영할 계획이다. 헤이븐은 기술과 데이터를 기반으로 100만명에 달하는 세 회사 직원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1차적 목표로 세웠다. 향후 헤이븐 시스템을 일반에 개방할 예정이다.

구글은 AI 기술을 기반으로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의료 혜택을 돌려주겠다는 가치를 내걸고 있다. 후천적 실명을 유발하는 가장 대표적인 당뇨병성 망막증으로 인도에서만 45%의 환자가 병원을 가기도 전에 실명하고 있다.

릴리 펭 구글 AI 프로덕트 매니저는 "전 세계적으로 의사가 부족한 상황이며 인도에서만 안과 의사 12만7000명이 부족하다"며 "AI 기술이 일상생활을 혁신하고 더 많은 사람들이 활용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