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원의 오덕이야기] (62) 지브리 탄생 발판된 명작 애니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입력 2019.03.16 06:00

우리가 흔히 말하는 '오덕'(Otaku)은 해당 분야를 잘 아는 '마니아'를 뜻함과 동시에 팬덤 등 열정을 상징하는 말로도 통합니다. IT조선은 2018년 시작과 함께 애니메이션・만화・영화・게임 등 오덕 문화로 상징되는 '팝컬처(Pop Culture)' 콘텐츠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가고자 합니다. 어린시절 열광했던 인기 콘텐츠부터 최신 팝컬처 분야 핫이슈까지 폭넓게 다루머 오덕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 줄 예정입니다.

‘바람계곡의 나우시카(風の谷のナウシカ)’는 애니메이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SF 영화이자, ‘토토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등 세계적인 명작을 탄생시킨 ‘스튜디오 지브리' 설립의 초석이 된 작품이다.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일러스트. / 야후재팬 갈무리
1984년 일본에 개봉된 나우시카는 그해 일본애니메대상과 SF 어워드인 성운상(星雲賞) 등 다수의 상을 받았다. 당시 애니메이션 작품으로서는 이례적으로 마이니치 등 일반 매체로부터 높은 평가가 나왔다. 애니메이션 작가로서 미야자키 감독의 지명도를 높이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2월 ‘옷코는 초등학생 사장님!(若おかみは小学生)’ 홍보차 한국을 방문한 ‘코사카 키타로(高坂希太郎)’ 감독도 ‘나우시카'를 자신의 인생작으로 꼽는 등 명작으로 평가한다. 코사카 감독은 1984년 ‘바람의 계곡 나우시카’부터 2014년작 ‘추억의 마니'까지 원화 및 작화감독으로써 30년 넘게 스튜디오 지브리 애니메이션의 그림을 완성시켜 온 인물이다.

명작으로 평가받는 나우시카지만 1984년 개봉 당시 관객 수 91만5000명, 매출 7억4000만엔(75억원)을 기록하는 등 극장 흥행성적은 그리 좋지 못했다.

나우시카가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진 것은 영화 개봉 다음해인 1985년 현지 TV방송국에서 나우시카 영화를 방영하면서 부터다. TV 방영을 통해 인지도를 드높인 나우시카는 비디오 대여와 판매로 영화 매출을 높인다.

일본 음반 판매 정보를 다루는 오리콘에 따르면 나우시카는 1997년 비디오테잎(VHS), 2003년 DVD, 2010년 블루레이 등 각 부문 판매 1위를 기록했다.

◇ 나우시카는 1982년 출간된 만화책이 원작

극장 애니메이션으로 더 유명한 나우시카는 1982년 미야자카 하야오 감독이 그린 만화 작품이 원작이다. 만화는 과학 문명의 붕괴로 사람이 살 수 없는 생태계로 뒤덮인 종말론적 세계관을 무대로, 사람과 자연의 공존을 추구하는 소녀의 이야기를 연대기 형태로 구성했다.

나우시카 만화책은 총 7권 분량으로 만들어졌다. 출판사 토쿠마쇼텐에 따르면 만화책은 단행본 기준 1200만부가 판매됐고, 8개국 언어로 번역돼 일본 외 시장에 판매됐다.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일러스트. / 야후재팬 갈무리
나우시카 만화와 애니메이션은 약간 차이가 있다. 미야자키 감독이 만화 연재 도중 애니메이션을 제작했기 때문이다. 애니메이션 나우시카는 단행본을 기준으로 3권 도입부분까지의 내용이 담겼다. 원작 만화는 토르메키아와 도르크 두 세력간의 분쟁을 그렸지만, 애니메이션에서는 도르크 세력이 아닌 바람계곡과 페지테라 불리는 소국이 전쟁에 휘말리는 형태로 각색됐다.

나우시카가 거대 곤충의 폭주를 막는 영화의 마지막 장면도 만화에서는 어린 곤충을 돌려주는 것으로 마무리되지만, 영화에서는 곤충의 폭주를 몸으로 막아 사망한 뒤 곤충들의 치유 능력으로 다시 살아나는 장면으로 연출된다.

일본 애니메이션 업계에 따르면 영화 마지막의 나우시카 사망 장면은 당시 애니메이션 제작을 담당했던 타카하타 이사오(高畑勲)감독과 만화 나우시카가 연재되던 애니메이션 잡지 ‘아니메쥬' 편집장 스즈키 토시오(鈴木敏夫)가 ‘오락영화로서 카타르시스가 부족하다’는 제안에 따라 결정된 것이다.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일러스트. / 야후재팬 갈무리
나우시카 애니메이션은 고도로 발달된 인류의 산업문명이 ‘불의 7일간'이라는 ‘거신병' 중심의 최종전쟁으로 멸망하고 1000년의 시간이 흐른 지구를 무대로 삼았다.

전쟁으로 황폐해진 지구는 오염돼 독가스를 뿜어내는 거대 균류로 이루어진 ‘부해(腐海)’를 형성했고, 살아남은 인류는 부해로 인해 쇠퇴를 거듭한다. 부해 속에서는 유독 균류를 자양분으로 삼아 살아가는 거대한 곤충이 살아가며 인간과 적대 관계를 형성한다.

작품 속 부해는 인간이 산업혁명과 전쟁으로 오염시킨 지구를 정화시키는 역할을 하고, 거대 곤충은 인간들로부터 부해를 지키는 것은 물론 생명을 살리는 치유 능력도 갖추고 있다.

만화와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진 나우시카는 크게 볼때 인류와 자연의 공존을 테마로 삼고 있는 셈이다.

◇ 나우시카 속편 제작될까

나우시카 제작에도 참여한 바 있는 프로듀서 토쿠마 야스요시(徳間康快)는 1986년 ‘천공의성 라퓨타' 시사회에서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에게 나우시카 속편 제작을 의뢰했지만 거절 당했다고 현지 매체 인터뷰를 통해 밝힌 바 있다.

애니메이션 업계에 따르면 1993년 나우시카 만화 연재가 끝나갈 무렵에도 영화 제작사 주도로 나우시카 속편 기획이 진행됐으나 미야자키 감독의 거부로 더 이상 진행되지 못했다.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일러스트. / 야후재팬 갈무리
에반게리온 아버지로 유명한 안노 히데아키(庵野秀明) 감독도 나우시카 등장인물 ‘쿠샤나'를 중심으로 스핀오프 작품을 기획했으나, 미야자키 감독이 전쟁물로 그려질 뿐이라며 거절했다.

미야자키 감독이 나우시카 속편과 번외편을 거부하는 이유는 감독 자신이 ‘특정 작품의 속편을 제작하지 않겠다’고 결정했기 때문이다.

2011년 미야자키 감독은 "자신의 후배인 안노 감독이 만든다면 나우시카 속편을 만들어도 좋다"고 현지 매체 인터뷰를 통해 밝혔지만, 2013년 이뤄진 은퇴 기자회견에서 이를 부인했다.

안노 감독은 현재 2020년 개봉될 예정인 에반게리온 신극장판 마지막 편 ‘신 에반게리온 극장판:||’를 제작 중이다.

일본 매체 일간대중 보도에 따르면 안노 감독은 영화 울트라맨 최신작 제작에 참여하며, 이 때문에 현지에서는 에반게리온 신극장판 마지막편이 또다시 연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의견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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