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볼보차 크로스컨트리 V60 "낯선 듯 편안하다"

입력 2019.03.17 07:09

크로스오버는 ‘교차’를 뜻한다. 장르 간 경계를 넘나들며 새로움을 추구하는 행위 또는 작품 자체를 칭하는 개념으로 예술계에서 두루 쓰인다. 자동차 분야에서도 익숙하다. 세단, SUV 등 전통적인 개념으로 설명이 곤란한 차들은 크로스오버로 분류하면 된다.

볼보자동차는 1997년 V70 XC라는 차로 크로스컨트리라는 제품군을 세상에 소개했다. 설명만 보면 가히 ‘궁극의 차’라 부를만 했다. 세단의 편안함과 SUV의 강인함, 에스테이트(왜건)의 실용성을 모두 갖췄다는 것. 그러나 ‘올 라운드 플레이어’는 자칫 성격이 애매해질 위험이 있다. 세단보다 불편하고, SUV보다 오프로드 주행이 버겁고, 동급 에스테이트보다 실내공간이 부족할 수 있다. 이도저도 아닌 혼종일지, 성공적인 정반합의 결과물일지 충북 제천 일대에서 신형 크로스컨트리 V60 T5 AWD를 시승했다.

◇ 독특한 비례감이 주는 신선함…실내외 구성 고급감 강조

차 크기는 길이 4785㎜, 너비 1850㎜, 높이 1490㎜, 휠베이스 2875㎜다. 키는 세단보다 크고, 비율은 SUV보다 매끈하다. 굳이 말하자면 왜건에 가까운 비례감이다. 형님격인 크로스컨트리 V90보다 세단이나 에스테이트쪽으로 반걸음 옮겼다.

. / 볼보자동차코리아 제공
사실 왜건은 ‘짐차’ 취급 받으며 유난히 한국 시장에서 인기 없는 차종이다. 그런데 볼보차 특유의 디자인 기조가 크로스컨트리의 품격을 높였다. 간결하면서도 우아한 스웨디시 디자인이 신형 크로스오버에 잘 스며들었다. 보닛에서 리어램프까지 뻗어가는 캐릭터 라인에서는 날렵한 인상을 받는다. 휠 아치나 앞뒤 범퍼 디자인 등은 강인함을 표현한다. ‘토르의 망치’라 부르는 T자형 LED 헤드램프, 강인한 인상의 볼보 아이언 마크, 후면을 장식한 브랜드 레터링 등은 최근 볼보의 신규 라인업과 공유하는 패밀리룩이다.

실내는 깔끔하고 고급스럽다. 공간감도 제원표상 숫자 이상으로 널찍하게 느껴진다. 안락한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해 복잡하지 않은 구조로 설계했다는 것이 회사 설명이다. 대신 마감재에 공을 들였다. 나뭇결을 살린 대시보드 및 중앙 콘솔 우드트림, 센터콘솔과 시트를 마감한 고급 가죽 소재 등은 시각과 촉감 모두 만족도가 높다.

. / 볼보자동차코리아 제공
트렁크 용량은 529리터, 2열 좌석을 모두 접으면 최대 1441리터까지 짐을 실을 수 있다. 동급 SUV인 XC60(기본 505리터, 최대 1432리터)보다 오히려 적재공간이 넓다.

최근 볼보차의 인포테인먼트 구성은 과거의 악명을 떨쳐내기 충분하다. 센터 콘솔 디스플레이는 태블릿 PC를 연상시키는 세로형 9인치다. UX 구성도 직관적이고, 터치스크린 반응속도도 준수하다. 애플 카플레이, 안드로이드 오토 등 스마트폰 연동 시스템도 지원한다.

볼보차의 편의품목 중 만족도 높은 구성품이 오디오다. 크로스오버 V60 프로(PRO) 트림에는 바워스&윌킨스(B&W, Bowers & Wilkins)의 비스포크 방식 사운드 시스템을 적용했다. 알루미늄 트위터와 케블라(Kevlar) 소재의 미드레인지 유닛을 포함하는 형태의 고성능 라우드 스피커 설계를 활용한 방식으로 개방적이면서 폭넓은 사운드를 제공한다. 과장되지 않고 깔끔한 음원 재생 덕분에 마니아층이 두텁다.

◇ 강력한 펀치력과 편안한 승차감의 공존…장거리 여행 ‘제격'

파워트레인은 볼보의 신기술을 적용한 ‘드라이브-E’다. 직렬 4기통 2.0리터 가솔린 터보 엔진과 자동 8단 기어트로닉 변속기의 조합이다. 여기에 전 트림에 스웨덴 할덱스의 5세대 AWD 시스템을 기본 적용한다. 성능은 최고출력 254마력, 최대토크 35.7㎏·m 등이다. 연료효율은 복합 리터당 10.1㎞다.

시승 초반 구불구불한 산길을 오르내리며 서스펜션 세팅에 감탄했다. 세단보다 차고가 높은데도 움직임이 명민하다. 그러면서 노면 충격을 부드럽게 잘 받아낸다. 충실한 조향감과 편안한 승차감을 양립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크로스컨트리 전용으로 개발한 투어링 섀시와 서스펜션의 완성도가 높다는 의미다.

. / 볼보자동차코리아 제공
5가지 주행모드를 지원한다. 연료효율을 높이는 에코, 일반적인 컴포트, 역동성을 강조하는 다이내믹, 험지주행에 적합한 오프로드, 본인의 성향에 따라 주행환경을 설정하는 개인(인디비주얼) 등이다. 교통흐름이 원활한 자동차 전용도로에서 에코와 컴포트, 다이내믹의 차이를 느끼는 데 집중했다. 시속 90~100㎞ 정속 주행이라면 에코 모드로도 충분하다.

그러나 터보 가솔린 엔진의 성격은 다이내믹과 더 궁합이 잘 맞는다. 시승현장에서 초반 가속에서 터보렉이 조금 느껴진다는 의견도 들을 수 있었지만, 상품성을 크게 해칠 정도로 거슬리는 것은 아니다. 작지 않은 덩치를 가볍게 움직이는 넉넉함이 있다. 안전과 규정이 허용하는 한 고속유지나 순간가속 때문에 스트레스 받을 일은 없을 것 같다.

연료효율은 조금 아쉽다. 일부 산길과 자동차 전용 도로 등 140㎞ 정도 편안하게 주행한 결과 트립 컴퓨터 상 리터당 6~7㎞ 정도로 효율이 표시됐다.

‘안전의 볼보’ 답게 안전품목도 한 단계 업그레이드됐다. 특히 볼보의 전 차종에 기본 적용되는 볼보 고유의 ‘시티 세이프티’ 기술은 운전자는 물론 보행자, 자전거 이용자, 사슴과 같은 대형 동물까지 탐지해 충돌을 피하도록 돕는다. 여기에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도로이탈 완화 기능, 반대 차선 접근차량 충돌 회피 기능, 사각지대 정보 시스템 등 다양한 안전품목을 전 트림 기본 탑재했다. 각 시스템은 주행 상황에서 꽤 적극적으로 개입한다. 차선을 밟을 것 같으면 반대쪽으로 살짝 위치를 옮기고, 앞차와의 거리와 상대속도가 위험하다고 판단하면 스스로 속도를 줄인다. 헤드업디스플레이와 사이드미러, 센터 디스플레이 등을 통해 다양한 정보를 운전자에게 전달한다. 자칫 거슬릴 수 있는 구성이지만 작동 방식이나 개입 타이밍이 자연스럽다. 차가 나를 보호해준다는 느낌으로 편안히 운전할 수 있다.

◇ 5000만원대 수입차의 다양한 선택지…고유의 매력 알릴 필요 있어

. / 볼보자동차코리아 제공
볼보차는 크로스컨트리의 직접적인 경쟁차종이 없다는 입장이다. 제품구성이나 디자인이 기존에 있던 어떤 차와도 다르다는 자신감이다. 그러나 가격대를 놓고 보면 크로스컨트리 V60의 경쟁상대는 너무나도 많다.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가장 많은 제품들이 몰려있는 5000만원대 중~후반에 가격이 설정됐다. 다양한 매력을 알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왜 이 차를 사야하는가’란 당위성을 확실히 설정할 필요가 있겠다. 스티어링휠을 잡은 순간 단란한 4인 가족이 떠올랐다. 지루하지 않은 패밀리카라는 포지션도 좋겠다란 생각이 들었다. 볼보차 크로스컨트리 V60 T5 AWD 프로의 가격은 5890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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