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신재생 에너지원으로 주목받는 열전소재의 상용화를 앞당길 핵심 기술을 개발했다.

기초과학연구원(IBS)은 현택환 나노입자 연구단장과 정인 연구위원(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교수) 연구팀이 그동안 비싼 가격으로 상용화가 어려웠던 친환경·고성능 열전 소재를 더 저렴하게 제조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19일 밝혔다.

열전소재는 열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또는 전기에너지를 열에너지로 변환하는 장치다. 전류를 흘리면 발열 및 냉각이 일어나기 때문에 환경에 유해한 냉매를 쓰지 않는 친환경 냉각장치 등에 사용한다. 반대로 온도차를 이용해 자발적으로 전류를 발생시킬 수 있어 공장에서 발생하는 폐열, 신체의 온도, 태양열 등을 모아 전력을 생산할 수도 있다.

열전소재의 효율은 열전도도와 전기전도도에 의해 결정된다. 전기전도도가 높고, 열전도도가 낮을수록 성능이 우수하다. 셀레늄화주석(SnSe)은 이 조건을 만족하는 동시에 친환경적이고 매장량도 풍부해 최적의 재료로 꼽힌다.

문제는 단결정 셀레늄화주석이 제조가 까다롭고 오래 결려 대량 생산이 어렵다는 점이다. 또 쉽게 부러지는 특성이 있어 사실상 상용화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저농도 수소환원반응을 통해 다결정 셀레늄화주석 내 산화주석 나노 입자(빨간색 원)를 제거하는 과정을 도식화한 그림. / 기초과학연구원 제공
저농도 수소환원반응을 통해 다결정 셀레늄화주석 내 산화주석 나노 입자(빨간색 원)를 제거하는 과정을 도식화한 그림. / 기초과학연구원 제공
연구팀은 나노미터(㎚, 10억분의 1m) 수준에서 시료를 관찰할 수 있는 ‘구면수차 보정 주사투과전자현미경'을 이용해 열전소재 성능 저하의 원인 규명에 나섰다. 그 결과, 산소 노출을 현저히 제한한 환경에서 합성한 다결정 셀레늄화주석 시료 안에 산화주석(SnO, SnO2) 나노 입자가 존재함을 발견했다. 이 특성이 소재 전체의 열전도도를 높여 성능을 저해한 것이다.

연구팀은 이어 산화주석 나노 입자를 효과적으로 제거하기 위한 방법도 개발했다. 셀레늄화주석 분말을 나노 크기로 분쇄한 후 저농도 수소 가스를 높은 온도에서 흘려 문제가 되는 산화주석을 간단히 제거했다. 그 결과, 다결정 셀레늄화주석의 열전도도를 크게 낮춰 단결정 수준으로 만들 수 있었다.

정 연구위원은 "친환경·고성능 열전소재인 셀레늄화주석을 단결정 분말로 저렴하게 만들어 활용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며 "가격과 성능 한계로 제한적인 분야에서만 활용된 열전발전기술이 이번 연구를 통해 상용화에 한걸음 가까워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