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이 5G 요금제 중저가 구간을 5만원대로 설정해 인가 신청을 검토한다. 앞서 SK텔레콤의 인가 신청을 반려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도 한발 물러나 5만원대 요금제 수용 여부를 고심 중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1일 이통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은 빠르면 이번주 5G 요금제 인가를 과기정통부에 신청한다. 인가 심사는 통상 2주간 이뤄지지만, 과기정통부는 이통3사가 4월 초 차질없이 5G 서비스를 내놓을 수 있도록 빠르게 심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SK텔레콤 고위 관계자는 "과기정통부가 수용할 만한 중저가 구간 요금제 설계를 검토 중이다"라며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은 없지만 5G 상용화 일정에 차질이 없도록 인가 절차를 밟겠다"고 말했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이 25일(현지시각)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CEO 만찬 간담회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 SK텔레콤 제공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이 25일(현지시각)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CEO 만찬 간담회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 SK텔레콤 제공
5만원대 5G 요금에 25% 선택약정할인을 적용하면 실질 월간 납부액은 3만~4만원대로 인하된다. 과기정통부는 이같은 점을 감안해 기존 고가 구간 5G 요금제에 5만원대를 추가한 요금제 구성에 사실상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5G 상용화 일정도 4월 초로 임박해 과기정통부가 더이상 인가 신청에 제동을 걸 여유가 없는 상황이다.

과기정통부 고위 관계자는 "최종 제출안을 봐야겠지만, 인가 심사를 할 때 선택약정할인 적용 등 전반적인 시장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며 "정부가 중저가 구간 가격대를 (3만~4만원대로) 정해 놓고 이통사에 강요할 수는 없다"라고 말했다.

SK텔레콤은 과기정통부의 반려를 받은 이후에도 3만~4만원대 5G 요금제 출시에 난항을 보였다. LTE 요금제 사용 고객이 5G에서 단순히 같은 데이터량을 사용하는 요금제에 가입할 경우 데이터 소진량이 크게 늘어나 고객 불만만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5G 요금제 하한선을 5만원대로 잡고 선택약정할인 25%를 적용하면 5만원 초중반 요금제의 실 납부액은 3만~4만원대로 줄어든다. 이는 중·소량 데이터를 제공하는 3만~4만원대 요금제를 만들 경우 이용 고객이 제한적이고 데이터 사용량 대비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SK텔레콤의 우려를 불식하고, 중저가 구간을 만들라며 인가 신청을 반려한 과기정통부의 명분을 확보할 수 있는 타협점이 될 수 있다.

5만원대 5G 요금의 데이터를 어느 정도 제공하느냐는 딜레마다. 5G 특성상 대용량 데이터 이용이 뒤따르는데, 기존 LTE 5만원 요금제가 4GB를 제공하는 점을 감안해 쉽게 결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그렇다고 너무 적은 데이터를 제공하면 5만원대 5G 요금제 이용 고객의 불만이 제기될 가능성이 높다.

SK텔레콤 한 관계자는 "5G 단위당 데이터 요금은 LTE 보다 더 저렴한 것이 원칙이다"라며 "(5만원대 5G 요금제가 출시된다면) LTE 고객과 5G 고객 모두 불만이 없는 수준으로 데이터량을 책정해야 하는데 고민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과기정통부는 SK텔레콤이 제출한 5G 요금제 구성이 대용량 고가 구간으로만 구성됐다며 5일 인가 신청을 반려했다. SK텔레콤이 당시 신청한 요금제는 7만5000원 요금제에 150GB, 9만5000원에 200GB, 12만5000원에 300GB의 데이터를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