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가 '9분 능선'을 넘었다는 핑크빛 전망이 있지만, 정부의 최종 승인을 받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는 평가가 고개를 든다.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신청서 접수 후 곧바로 LG유플러스에 ‘자료 보정’ 명령을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자료를 모두 검토하기 전 보정 명령을 내린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다. 김상조 공정위 위원장은 글로벌 시장 동향이 급변함에 따라 빠르게 심사하겠다는 의중을 보였지만, 실무진의 생각과 다른 부분이 있는 것 아니냐는 평가도 나온다.

21일 방송업계 고위 관계자는 "LG유플러스는 지난 금요일인 15일 오후 세종시에 있는 공정위를 방문해 CJ헬로 주식 인수 관련 변경승인‧인가 등 신청서를 제출했다"며 "하지만 공정위는 신청서 접수 후 바로 LG유플러스에 자료 보정을 명령했는데, 서류를 낸 후 곧바로 보정 명령을 내리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고 말했다.

또 "김상조 공정위 위원장은 최근 M&A와 관련한 질문에 3년전 SK텔레콤의 경우와는 다르다고 했지만, 공정위 내부 분위기는 별반 달라진 것이 없는 것 아니냐는 우려섞인 말이 나온다"며 "LG유플러스 관련 심사가 얼마나 걸릴지 예측하기 어려워졌다"고 덧붙였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 모습. / 공정거래위원회 제공
김상조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 모습. / 공정거래위원회 제공
공정위의 기업결합 심사 기간은 신고일로부터 30일이다. 필요한 경우 90일 범위 내에서 추가 연장할 수 있다. 자료 보정 기간을 포함하면 심사 기간은 더 길어진다. 자료 보정이 없다고 가정하면 심사 기간으로 최대 120일(4개월)까지 쓸 수 있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신청서 제출 당시 "최선의 노력을 다해 다양한 의견과 목소리를 충실히 검토한 후 이를 서류에 반영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LG유플러스는 CJ헬로 인수 관련 태스크포스(TF)에 20명 이상을 투입하는 등 신청서류 작성에 공을 들였다.

2015년 SK텔레콤이 CJ헬로 인수에 나섰을 당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와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는 조건부 허가 쪽에 무게를 뒀지만, 공정위의 불허로 인수가 불발됐다. 공정위는 SK텔레콤 측에 수차례에 걸쳐 ‘자료 보정’을 요구하는 등 심사하는 데 시간을 끌었고, 결국 허가 신청서 제출 217일만인 2016년 8월 최종 ‘불허’ 결정을 내렸다.

공정위는 SK텔레콤과 CJ헬로 간 기업결합 심사 당시 방송 권역별 가입자 쏠림 현상에 따른 독과점 폐해를 고려해 불허한다고 밝혔다. 결합을 허가할 경우 CJ헬로가 사업권을 보유한 23개 권역 중 21개 권역에서 SK계열의 점유율이 46~76%에 달한다고 분석했기 때문이다.

최근 방송통신위원회는 유료방송 경쟁상황 평가시 기존 78개 권역별 시장 분석에 전국 시장 자료까지 추가했다. 김상조 공정위 위원장은 최근 방통위의 관점 변화를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밝혔고, 이것이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 과정에 청신호가 켜졌다는 전망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공정위는 방대한 분량의 기업결합 서류를 영업일 기준으로 하루 이틀 만에 검토한 후 ‘자료 보정’을 명령했다. 공정위가 심사 기간을 최대한 늘리기 위해 신청서 접수 단계부터 보정이라는 행정 절차를 활용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사안에 따라 처리 방식이 다르겠지만, 보통 신청서 접수 후 1차 검토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며 "자료 보정은 미흡한 부분에 대한 추가 내용을 넣기 위한 것으로, 하루 이틀 만에 보정 명령을 내린다는 것은 이례적인 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급변하는 글로벌 유료방송 시장 변화에 공정위가 지나치게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것 아니냐는 평가도 있다. 기업은 능동적으로 시장 변화에 대처하려는데, 오히려 정부가 발목을 잡는다는 것이다.

공정위 기업결합과 관계자는 "LG유플러스의 결합 심사와 관련해 시장 현황이라든지 미심쩍은 부분이 있어 자료 보정을 요청하게 됐다"며 "구체적인 내용은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자료보정 명령에 대해 "공식적으로 확인해줄 수 있는 게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