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현대차 쏘나타, 아빠차가 달라졌다

입력 2019.03.25 12:18

전형적인 국산 중형 세단, 쏘나타에 대한 한국인의 일반적인 생각이다. 판매가 늘어 희소성이 옅어진 수입차를 두고 ‘강남 쏘나타'라 부르기도 한다. 베스트셀링카에 붙는 별명이기도 하지만 흔한 차, 개성 없는 차라는 인상이 묻어나는 호칭이다.

. / 현대자동차 제공
1985년 1세대 쏘나타(1세대 명칭은 소나타였다) 출시 후 34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8번째 완전변경을 거친 쏘나타는 이전과 사뭇 다른 모습으로 시장에 등장했다. 세련된 디자인, ‘스마트 디바이스 모빌리티'라는 거창한 표현은 기존의 쏘나타와 그리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출시 전 유출된 영상과 사진의 모습도 왠지 어색해보였던 것이 사실이다. 선입견을 깰 상품성을 갖췄을지 경기도 일산 킨텍스와 남양주 일대에서 신형 쏘나타를 체험해봤다.

◇발랄한 시도와 수준 높은 마감품질, 차의 인상을 바꾸다

신형 쏘나타는 3세대 신규 플랫폼을 적용했다. 높이는 30㎜ 낮아졌지만 길이가 45㎜ 늘었다. 실내 공간을 좌우하는 휠베이스도 35㎜ 연장했다. 비례감이 스포츠 쿠페에 가까워졌다. 그러면서 패밀리 세단의 미덕인 탑승공간은 더 넉넉해졌다.

. / 안효문 기자
과감한 시도가 곳곳에서 드러난다. 점등 시에만 빛을 투과하는 ‘히든라이팅 램프’가 대표적이다. 보닛을 따라 흐르는 크롬 장식이 헤드램프까지 이어진다. 시동을 걸기 전엔 주간주행등과 크롬 라인을 구분하기 어렵다.

측면은 두 줄의 캐릭터 라인과 면분할로 화려하게 치장했다. 날렵하게 흐르는 지붕선과 함께 세련된 느낌을 강조한다. 후면은 트렁크 리드를 따라 가로로 이어지는 리어 콤비네이션 램프로 미래지향적인 느낌을 살렸다. 유난히 돌출된 트렁크 리드는 공력성능을 고려한 시도다. 스포츠카의 리어 스포일러를 연상케하는 배치다.

실내는 간결하다. 센터 콘솔에 배치한 버튼의 크기가 작아졌다. 도어 트림 등에 배치한 크롬 장식은 과하지 않고 세련된 모습이다. 10.25인치 디스플레이의 해상도나 터치 인식도 만족스럽다. 변속기 조작은 노브가 아닌 버튼식으로 바뀌었다. 추가로 확보된 공간은 휴대전화를 두기 제격이다. 무선충전 기능도 지원한다.

마감재 품질이 만족스럽다. 도어트림과 스티어링휠, 센터콘솔과 시트, 지붕 등에 가죽과 페브릭 및 플라스틱 소재를 적절히 배치했다. 고급 세단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눈으로 보는 느낌은 물론 손과 등에 닿는 촉감이 훌륭하다. 실내에 투톤 컬러를 선택할 수 있다는 점도 반갑다.

쏘나타 최초로 적용한 보스 사운드 시스템도 고급감을 더하는 요소다. 탑승자별로 음향 시스템의 중심에 자리한 것처럼 입체 음향을 변환하는 ‘센터포인트', 주행 속도나 음원 크기 등에 따라 음량 및 음색을 자동으로 최적화하는 ‘속도 연동 음향 보정' 등의 기술을 탑재했다. 차 주변을 꼼꼼히 채운 12개의 스피커는 음악파일을 깨끗하게 재생한다.

◇무난한 엔진 성능, 거동은 한층 정교해져

동력계는 2.0리터 가솔린 CVVL 엔진과 6단 자동변속기의 조합이다. 기존 쏘나타 구매자에게 익숙한 구성이다. 신규 파워트레인 ‘스마트스트림'으로 소개됐지만, 체감상 큰 인상을 받지는 못했다. 제원표상 성능은 최고출력 160마력, 최대토크 20.0㎏·m, 연료효율은 복합 13.1㎞/L(18인치 타이어 기준)이다.

. / 안효문 기자
패밀리 세단으로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달리기 실력이다. 운전하기 편하고, 시속 110㎞ 전후에서도 정속 주행 시 여유가 있다. 가속페달에 힘을 실으면 제법 카랑카랑한 엔진음을 뿜어낸다. 에코, 컴포트, 스포츠, 커스텀 등의 주행모드를 지원한다. 6단 변속기의 반응이 더디지만, 스포츠 모드에서는 답답함이 조금은 해소된다.

자동차 전용 도로에서 정속주행 시 트립 컴퓨터 상 16㎞/L대 연료효율을 어렵지 않게 유지할 수 있었다. 스마트스트림 기술과 만난 2.0리터 가솔린 엔진의 효율 개선 효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

특징 없는 엔진에 비해 서스펜션과 타이어의 구성은 과하다 싶을 정도다. 하체가 따로 노는 듯한 불쾌함은 더 이상 신형 쏘나타에선 찾아볼 수 없다. 노면 충격을 상쇄하는 실력도 상당하다. 급격한 코너에서도 제법 명민하게 자세를 가다듬는다. 피렐리 P-제로 타이어는 도로를 끈끈하게 움켜쥔다. 급제동에서도 노즈 다이브가 잘 억제된다. 하반기 출시 예정인 1.6리터 가솔린에 기대감이 커지는 이유다.

◇풍성한 편의·안전품목, 상품성 개선 일조

현대차는 신형 쏘나타를 ‘스마트 디바이스 모빌리티’라고 소개한다. 첨단 편의·안전품목을 강점으로 내세우겠다는 전략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 / 현대자동차 제공
근거리무선통신(NFC) 기술을 활용한 디지털키는 패밀리 세단으로 쓰임새는 물론 카셰어링 등 공유경제까지 고려한 선탟이다. 차키가 없어도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최대 4명이 차를 이용할 수 있다. 여기에 시트포지션, 헤드업디스플레이, 사이드미러, 내비게이션 및 공조기 설정 등을 각 이용자별로 기억했다가 적용하는 개인화 프로필 기능을 더했다. 운전자가 바뀌면 알아서 차가 세팅을 변경해준다. 현재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만 지원하는 점은 아쉽다.

출시 전부터 화제가 된 빌트인 캠도 인상적이다. 전후방 카메라가 주행 영상을 찍고, 영상이나 사진을 스마트폰으로 공유할 수 있다. 단, 애프터마켓에서 판매하는 블랙박스를 완전히 대체할 수준은 아니다. 타임랩스 기능을 지원하지만, 주차 중 녹화나 야간 녹화 보정 등의 기능은 없다. 해상도는 전면 카메라 기준 200만화소대다.

음성인식 기능은 활용도가 높다. 카카오의 인공지능 플랫폼 ‘카카오 i(아이)’를 활용했다. 날씨나 목적지 검색은 물론 ‘에어컨 켜줘' 등 공조기 기능 조작도 가능하다. 스티어링휠의 버튼을 누르고 자연스럽게 말을 건내면 된다.

주차공간이 다소 좁을 경우 미리 차에서 내려 스마트키로 차를 집어넣을 수도 있다. OEM 내비게이션 사용 경험이 있다면 자동 무선 업데이트 기능도 반가울 것이다. 아이나 반려동물과 함께 이동할 경우 후석 승객 알림은 사고 예방에 도움이 된다. 국산 중형 세단에서 헤드업 디스플레이(HUD)를 이용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최근 접해본 현대차의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은 확실히 실력이 무르익었다는 느낌을 받는다. 반응 감도나 운전 개입 정도가 정확하면서도 자연스럽다. 내비게이션 기반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NSCC)을 활성화하면 고속도로는 물론 도심에서도 한층 편하고 안전하게 운전할 수 있다. 전방 충돌방지 보조(FCA), 후방 교차 충돌방지 보조(RCCA), 차로 유지 보조(LFA) 등은 안전하고 정확한 운전을 돕는다.

◇지루함 걷어낸 쏘나타, 선입견 해소가 성공의 관건

신형 쏘나타의 가격은 가솔린 2.0리터 기준 2346만~3289만원이다. 상품 구성이 좋아진만큼 가격도 올랐다. 앞서 설명한 모든 구성을 오롯이 누리려면 3289만원 ‘인스피레이션'을 선택해야 한다. 소비자 입장에서 쏘나타에 기꺼이 지불할 금액인지 생각해볼 시점이다. 국민차로 익숙해진 쏘나타가 너무 콧대를 높인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을 수 있어서다. 제품력에 자신이 있다면 이제 필요한 것은 소비자들을 설득할 마케팅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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