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팀 원브레인(One Team One Brain) 협업에 필요한 기본 원칙을 영국 프리미어 축구팀에 비유하여 설명했다. 6편부터 협업을 가로막는 나쁜 관행과 습관을 살펴본다./편집자 주

축구 경기장에서 선수들은 몸짓과 표정으로 통신을 하면서 경기를 한다. 때로 고함을 지르기도 하지만 수만 명의 관중의 함성 소리 때문에 음성으로 의사소통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한 선수가 공을 잡으면 동료들은 마치 텔레파시로 미션을 전달받은 듯이 빈 공간으로 달려간다.

만약 선수마다 귀에 무전기 이어폰을 꽂고 경기를 한다면 어떻게 될까? 감독의 지시를 들어야 하고, 주장의 호통도 들어야 할 것이다. 여러 선수의 불만 또는 욕설을 들을 수도 있다. 아마 선수들은 정상적인 경기를 못하고 결국 이어폰을 땅바닥에 내던질 것이다.

애자일 협업이 작동하려면 정확하고 긴밀한 소통이 필요하다. 그런 소통을 위해 많은 기업들이 슬랙(Slack), MS팀즈(Teams), 행아웃 등 업무용 메신저를 도입해서 사용하고 있다. 심지어 국내 기업 중에서 카카오톡을 업무용으로 사용하는 곳이 많다.

그런데 대부분 메신저의 기본 속성을 잊고, 여러 곳에 남용하고 있어 부작용이 심각하다. 관리자는 메신저를 자신의 지시를 한꺼번에 여러 명에게 알리는데 사용한다. 또 누가 현재 업무 중 인지를 체크하는 감시용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직원들 끼리는 점심, 저녁 약속과 같은 사적인 대화나 회사 각종 루머를 수집하고 돌리는 뒷담화 통신 무대로 메신저를 활용한다. 한때 유행했던 문서 형태의 증권가 찌라시는 사리지고 ‘펌 형식’의 메신저 찌라시가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보안 문제도 심각하다. 사내에서만 유통된 정보가 외부 메신저를 통해 복사되어 실시간으로 유출된다. 메신저의 파일 첨부 기능을 남용하는 문화 속에서 랜섬웨어 등 보안 사고가 발생하기도 한다.

메신저의 가장 큰 문제는 임직원의 뇌활동을 연결하고 그 부산물을 아카이빙하는 기능은 전혀 못하는 점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메신저 채팅방 숫자만큼이나 조직이 파당화되면서, 눈에 보이지 않는 ‘사이버 사일로’가 생성되는 점이다.

기업이 메신저를 협업 도구로 채택하고 있는 것은 축구 선수들에게 무전기를 지급한 것과 같다. 임직원들이 듣지 않아도 될 메시지 홍수에 귀가 멍멍하고, 정작 필요한 정보는 묻혀서 구하지 못하고 있다. 축구 선수처럼 메신저를 집어던져야 상황을 제대로 볼 수 있을 정도다.

무전기는 본래 공동작업 도구다. 즉 공항, 건설 공사, 재난 현장, 군사 작전 등 특수한 현장에서 여러 사람이 공동 작업을 하기 위해 고안된 소통 수단이다. 따라서 디지털 무전기에 해당하는 메신저도 특수한 상황의 공동작업에 한정해서 사용해야 한다.

예를 들어 디지털 무전기는 원격회의에 딱 어울린다. 또 문서를 긴급하게 공유해놓고, 담당자에게 즉각 작업을 요청할 때 메신저가 유용하다. 도저히 전화를 할 수 없는 특수 상황에서도 메신저가 필요할 것이다.

미국에서 인기가 높은 기업용 메신저인 슬랙의 경우 게임회사가 개발자 간 내부 소통을 위해 고안해서 상품화한 것이다. 따라서 빠른 커뮤니케이션과 현장 의사 결정이 필요한 스타트업, 언론사, 소프트웨어 개발 회사에 특화돼 있다. 또 대기업에서 공동작업이 필요한 부서에서 슬랙이나 팀즈를 활용한다.

원팀 원브레인 애자일 협업을 희망하면, 사내 메신저 활용실태부터 조사해보라. 아마 카톡을 업무용으로 남용하는 사례가 바로 눈에 띄일 것이다. 그리고 수많은 단톡방이 조직 내 분파 역할을 하고 있고, 그 분파 숫자는 계속 늘어나는 것을 확인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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