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이동통신 3사는 2018년 12월 1일 5세대(G) 전파를 송출했다. 이어 삼성전자가 4월 5일 스마트폰 갤럭시S10 5G를 출시하면서 한국에서 본격 5G 시대가 열릴 전망이다. 일본은 어떨까? 비록 상용화는 한국, 미국보다 늦었지만 ‘이런 것까지 생각했네!’라는 감탄사가 나올 정도로 응용 범위가 넓고, 고민의 깊이도 남다르다. 일본이 향후 5G를 삶 속에 녹이는 대중화에서 경쟁국을 앞지를 가능성도 엿보인다. ‘산업화는 늦었지만 정보화는 앞서가자'는 정보통신기술강국(ICT) 코리아의 일본 5G판이다.

일본 주요 이동통신사 로고. / 제조사 제공
일본 주요 이동통신사 로고. / 제조사 제공
NTT도코모와 소프트뱅크, KDDI 등 일본 주요 이동통신사는 한국보다 늦은 9월께 5G를 사전 상용화하고, 2020년 봄에 정식 5G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 업체들은 5G 기술 연구개발 외에 콘텐츠 파트너 물색, 실증 사업 실행에 한창이다. 사전 상용화 시기를 앞당기는데 급급해 하지 않는다. 사용자에게 5G의 위력을 알릴 실용적 서비스 확보에 골몰한다.

◇ 시작은 스포츠부터

일본 이통사는 먼저 야구, 축구 등 스포츠 현장과 5G의 융합을 시도한다. 야구는 2014년 기준 일본인 3128만명이 즐기는 인기 스포츠다. 대용량 데이터를 고속 전송하는 5G를 활용하면 가상현실, 3D 등 새로운 유형의 스포츠 영상을 실시간 중계할 수 있다.

골프도 있다. NTT도코모는 3월 후지TV와 함께 5G를 활용한 ‘골프 체험 실증 사업’을 진행했다. 골프 코스에 카메라와 탄도 계측기를 설치, 타구의 방향과 궤적을 계산하고 선수 데이터와 함께 5G로 실시간 전송·공유하는 기술이다.

KDDI는 앞서 2018년 12월 골프 타격 순간을 슬로비디오로 촬영해 5G로 전송하는 ‘슬로모션 중계 실험’을 TV 아사히와 진행했다. 이전에도 HD 해상도 슬로비디오 촬영 및 전송은 가능했다. 하지만, KDDI 실험은 4K UHD 고해상도 슬로비디오를 전송했다는 점에서 다르다.

소프트뱅크 3D·가상현실 중계 실증 실험 화면. / 소프트뱅크 홈페이지 갈무리
소프트뱅크 3D·가상현실 중계 실증 실험 화면. / 소프트뱅크 홈페이지 갈무리
소프트뱅크 역시 3월 야구 경기의 3D·가상현실 중계 실증 실험에 성공했다. 이 기술은 야구 경기 현장을 가상현실로 재현해 자유로운 시점 이동을 지원하며는 다른 사용자의 3D·가상현실 아바타와 실시간 채팅 혹은 응원하는 기능도 구현했다.

◇ 로봇·수술·기기 점검·재난 대피 원격 제어로 확대

5G의 저지연성·빠른 응답 속도를 활용한 실증 사업이 돋보인다. NTT도코모는 큐슈대학교와 함께 ‘5G 로봇 원격 제어’를 3월부터 시작한다.

가상현실 카메라와 레이저 센서를 탑재한 로봇을 5G 통신으로 제어하고, 각종 돌발 상황에 실시간 대응하도록 지시하는 방식이다. 이 기술울 상용화하면 테마파크 안내나 장애인 도우미 로봇, 감시 드론 등 다양한 자율주행 기기를 만들 수 있다.

전신주 5G 중계기 공동 실증 사업 화면. / KDDI 홈페이지 갈무리
전신주 5G 중계기 공동 실증 사업 화면. / KDDI 홈페이지 갈무리
KDDI와 소프트뱅크, 일본 제4이통사 라쿠텐은 컨소시엄을 구성, 상반기 중 ‘5G 중계기 공동 실증 사업’을 진행한다. 일본 5G 주파수는 3.5·4.5·28㎓ 대역이다. 컨소시엄은 기존 통신 주파수와 5G 주파수의 충돌을 막기 위해, 높고 주변 장애물이 없는 전신주에 5G 안테나를 집중 배치한다.

일본항공(JAL)과 KDDI는 ‘공항 내 5G 실증 사업’을 3월 마쳤다. 사업 내용은 5G 주파수를 활용한 자동 탑승 시스템, 4K·8K UHD 해상도 비행기 원격 정비 등이다. 이후 양사는 5G 기반 증강현실 원격 정비 시스템, 인공지능 고도화 서비스 연구·개발에도 나선다.

소프트뱅크 5G 방재훈련 현장. / 소프트뱅크 홈페이지 갈무리
소프트뱅크 5G 방재훈련 현장. / 소프트뱅크 홈페이지 갈무리
소프트뱅크는 5G 통신망·IP 카메라·인공지능 영상분석 기술을 융합, 재난 대응 효율을 높이는 ‘5G 방재훈련’을 구상한다. IP 카메라로 촬영한 영상을 인공지능으로 분석해 5G 통신망으로 전달, 가장 알맞은 대피로를 제시한다. 피난하지 못한 사람 탐색, 피난처 여유 공간, 필요 물자 실시간 계산 기능도 갖췄다.

소프트뱅크의 ‘이동형 5G 중계 시스템’을 사용하므로 통신망이 단절된 지역 혹은 건물에도 적용할 수 있다. 이 시스템은 5G 기지국 장비와 안테나, MEC 서버를 일체형으로 설계한 장비다.

닛산과 NTT도코모가 3월 진행 중인 ‘5G 주행 실증 실험’도 돋보인다. 차량 외부 센서로 주행 환경을 수집하고 5G 클라우드로 전송, 주행 시 보이지 않는 곳의 사물까지 표시해 안전도를 높이는 기술이다. 먼 곳에 있는 가족이나 인물을 차량 안에 3D 아바타로 증강현실 구현하는 기술도 포함된다.

요시자와 카즈히로 NTT도코모 대표는 3월 ‘5G 비즈니스 캠프 인 도쿄’ 콘퍼런스에서 "통신·모바일 진화 속도는 반도체 분야 무어의 법칙(마이크로칩의 성능이 18개월~24개월마다 두배 향상된다는 법칙)보다 훨씬 빠르다"며 "5G 연구개발 조직을 신설해 각종 실증 사업을 진행하니, 함께 서비스를 만들 기업과 단체의 적극적인 참여를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