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광학 업계에서 홀대 받던 ‘전자식 흔들림 보정 기능’이 재조명을 받는다. 이 기능은 광학식 흔들림 보정 기능에 비해 효과가 크게 떨어진다. 반면, 광학계 크기를 늘리지 않고 구현할 수 있어 소형 경량 기기에 적용하기 알맞다.

전자식 흔들림 보정 기능을 탑재한 광학 기기들. / 제조사 제공
전자식 흔들림 보정 기능을 탑재한 광학 기기들. / 제조사 제공
액션 캠에 이어 가상현실 카메라, 항공 촬영 드론에 스마트폰에 이르기까지 각종 광학 기기에 전자식 흔들림 보정 기능이 전파되는 추세다.

광학·전자 기술이 발전하면서 전자식 흔들림 보정 기능 향상을 이끌었다. 머신러닝 인공지능도 힘을 보태는 형국이어서 더욱 많은 기기에 이 기능이 도입될 전망이다.

◇ 전자식 흔들림 보정 기능, 스마트폰·액션 캠·VR카메라 필수로

광학식 흔들림 보정 기능은 흔들림 검출 시 렌즈 혹은 이미지 센서부를 반대 방향으로 직접 움직여 보정한다. 효과가 매우 우수하나, 광학계 크기가 그만큼 커지는 단점이 있다.

전자식 흔들림 보정 기능의 원리는 크게 두가지다. 사진 촬영 시 ‘감도와 밝기’를 인위적으로 높여 셔터 속도를 확보, 사진 흔들림을 줄이는 것이 초기 원리였다. 이 방식의 단점은 사진에 울긋불긋한 점 형태 컬러 노이즈가 많이 생기고 피사체 윤곽도 거칠게 표현되는 점이다.

이어 업계는 ‘자이로 센서’와 ‘화소’를 활용한 전자식 흔들림 보정 기능을 개발한다. 자이로 센서로 흔들림 방향과 정도를 계산한 후, 화소를 미세하게 움직여 보정하는 방식이다. 애플이 아이폰 시리즈에 이 기술을 적용했다. 흔들림 보정 시 쓰는 화소는 손실되기에, 사진 혹은 영상 해상도가 작아지는 단점이 있다.

움직임 검출용 자이로 센서, 화소 배열을 조절하는 이미지 프로세서 성능이 좋아지자, 전자식 흔들림 보정 기능의 효과도 눈에 띄게 좋아졌다. 광학 업계는 2019년형 신제품에 전자식 흔들림 보정 기능을 적극 도입하고 있다.

고프로 액션 캠 히어로7 블랙 더스크 화이트 한정판. / 고프로 제공
고프로 액션 캠 히어로7 블랙 더스크 화이트 한정판. / 고프로 제공
고프로는 주력 액션 캠 ‘히어로7 블랙’에 전자식 흔들림 보정 기능 하이퍼스무스를 적용했다. 1형 대형 이미지 센서를 탑재한 소니 프리미엄 액션 캠 ‘RX0 II’에도 전자식 흔들림 보정 기능이 탑재됐다. 이 기능은 스포츠, 라이딩 등 심하게 흔들리는 촬영 환경에서 흔들림을 대폭 경감한다.

가상현실(이하 VR, Virtual Reality) 영상에 흔들림이 악영향을 미친다. VR 영상의 해상도가 아무리 높아도 흔들리면 어지럼증이나 멀미를 유발한다. 중국 VR 기기 제조사 인스타360은 ‘인스타원X’, ‘에보(EVO)’ 등 주력 제품에 전자식 흔들림 보정 기능을 탑재해 이 단점을 줄였다.

샤오미도 소형 항공 촬영 드론 ‘피미’에 2축 짐벌(광학식 흔들림 보정 기구)과 전자식 흔들림 보정 기능을 도입했다. 항공 촬영 시 2축 짐벌로 위아래 흔들림을, 전자식 흔들림 보정 기능으로 좌우 흔들림을 각각 상쇄하는 구조다.

◇ 머신러닝 인공지능 업은 전자식 흔들림 보정 기능, 활동 영역 넓힌다

수많은 데이터를 분석해 스스로 학습하는 ‘머신러닝 인공지능’은 전자식 흔들림 보정 기능에 날개를 달 기술로 꼽힌다. 머신러닝을 통해 피사체와 배경의 모습·색깔·상황별 움직임 방향을 분석하고 이를 데이터화, 인공지능이 상황에 맞게 전자식 흔들림 보정 기능에 적용하는 원리다.

이 경우 전자식 흔들림 보정 기능 효과가 극적으로 향상된다. 촬영 환경 변화에 따라, 피사체에 따라 가장 알맞은 흔들림 보정 기능을 적용할 수 있어서다. 화소를 효율적으로 움직일 수 있으므로 기존 기능의 단점인 해상도 저하도 상당 부분 사라진다.

전자식 흔들림 보정 기능을 탑재한 스마트폰 구글 픽셀2. / 구글 홈페이지 갈무리
전자식 흔들림 보정 기능을 탑재한 스마트폰 구글 픽셀2. / 구글 홈페이지 갈무리
구글은 표준 스마트폰 픽셀2시리즈에 인공지능 기반 전자식 흔들림 보정 기능을 적용했다. 고속 연산 장치를 탑재한 이 제품은 사진뿐 아니라 영상 촬영 시에도 강력한 전자식 흔들림 보정 성능을 낸다.

구글 픽셀2시리즈에는 인공지능이 탑재돼 촬영 시 흔들림의 방향까지 미리 예측한다. 광학식 흔들림 보정 기능까지 더해져 보정 효과를 높인다. 이 기술은 스마트폰을 시작으로 액션 캠, 항공 촬영 드론, 디지털 카메라 등 광학 기기 전반에 적용할 수 있다.

‘아쉬울 때 쓰는 기술’로 취급받던 전자식 흔들림 보정 기능은 이제 광학 업계의 대세가 됐다. 수많은 IT 기기가 광학식·전자식 흔들림 보정 기능을 함께 사용해 시너지를 낸다.

광학 업계 한 관계자는 "최신 전자식 흔들림 보정 기능을 사용한 사진이나 영상은 1:1 크기로 확대해 보지 않는 한 거의 티가 나지 않는다"며 "광학식·전자식 흔들림 보정 기능은 V 로거, 콘텐츠 크리에이터가 가장 먼저 살펴보는 기본 사양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