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모터쇼가 29일 개막해 10일간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다. 그러나 큰 기대가 없다는 게 중론이다. 모터쇼는 자동차 산업의 꽃으로 불린다. 하지만 최근 세계적으로 위상이 많이 줄었다.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이 급격히 변화한 탓이다. 서울모터쇼 역시 변화에 직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2017년 서울모터쇼 BMW 부스. / 서울모터쇼 제공
2017년 서울모터쇼 BMW 부스. / 서울모터쇼 제공
모터쇼 위기는 참가업체 축소로 대변된다. 2019 서울모터쇼에 국산차 6개, 수입차 14개사가 나온다. 국산차 업체 규모는 얼핏보면 상당하다고 느껴질만하다. 그러나 상용차 업체를 포함했다. 참가 업체 규모를 부풀리기 위한 조직위의 ‘꼼수’가 아닐 수 없다.

수입차는 숫자를 어거지로라도 늘리기는커녕 대량 불참 사태가 벌어졌다. 지난해 1만대 이상을 판매한 아우디, 폭스바겐이 빠진다. 미국 브랜드인 포드/링컨, 캐딜락, 지프(FCA)는 모두 불참이다. 볼보, 인피니티 등이 나오지 않고, 마세라티를 제외한 페라리, 람보르기니 등의 슈퍼카도 자취를 찾을 수 없다. 벤틀리, 롤스로이스는 모두 국내에서 최대 실적을 자랑했지만, 역시 모터쇼는 패스다. 이 정도면 모터쇼가 완전히 ‘계륵’ 취급을 받는다는 느낌이다.

모터쇼 참가 업체가 적다는 건 단순히 자동차 산업 변화에만 이유를 찾기 어렵다. 결국에 쇼 자체가 ‘마케팅’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물론 서울모터쇼만의 문제는 아니다. 다른 나라 모터쇼도 공통적인 부담을 안고 있다. 서울과 매년 번갈아 개최하는 부산도 마찬가지다.

모터쇼 조직위도 대응에 고심을 거듭한다. 올해 모터쇼의 ‘성격변화’를 내세운 건 이 때문이다. 특히 최근 CES(Consumer Electronics Show)나 MWC( Mobile World Congress) 등이 종합 모빌리티 쇼로 발전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한다. 그리고 이 전시회를 벤치마킹해, 이번 모터쇼 주제는 ‘Sustainable·Connected·Mobility(지속가능하고 지능화된 이동혁명)’로 정했다.

방향은 옳다. 이제 자동차에 있어 IT는 뗄래야 뗄 수 없다. 자동차 기술 중심도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전환한 지 오래다. 자동차만 다룰 것이 아니라, 자동차와 관련된 모든 것을 모터쇼가 품어야 생존을 담보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서울모터쇼 조직위가 이러한 성격 변화에 앞서 고민해야 할 게 따로 있다. 전시 규모와 일정이다. 지나치게 전시장 면적이 넓다. 일정도 길다. 참가 업체의 부담이 늘어나는 구조다. 모터쇼 조직위가 전시 규모를 확대하면서 앵무새처럼 반복하는 이야기는 ‘참가비 절감’이다. 그런데 부스 설치비나 운영비 등은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줄었다는 참가비도 업체별로 수억원에 이른다.

자동차 회사가 모터쇼 부스 설치에 들이는 비용은 실제로 상당하다. 기본적으로 완성차 업체 기준 부스 설치에만 최소 10억원을 사용한다. 부스 면적이 넓을수록 이 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일부 업체는 모터쇼 기간 중 부스 설치에만 수십억원을 쓰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모터쇼는 킨텍스의 1전시장(1~5홀)과 2전시장(9~10홀)을 함께 사용한다. 총 면적은 79851㎡다. 과거에는 1전시장만을 활용했다. 그러나 외연 확대에 집중, 2전시장 완공과 함께 면적을 넓혔다. 이 부분이 역설적으로 참가 업체에 부담으로 다가왔다

모터쇼 위상이 예전만 못한 상태에서 열흘 행사에 수십억원을 쓰기는 쉽지 않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이 때문에 어떤 회사는 영업사원을 대거 투입해 현장 계약을 유도하기도 한다. 어쨌든 들인 비용을 회수해야 한다는 생각이 앞선 처사다.

모터쇼 개최 면적은 그대로인데, 대형 부스를 설치할 완성차 업체는 참가가 주니 전시장 중간중간 휑한 느낌이 든다. 이 지점을 여러 부대 행사나, 편의시설로 매우겠다는 게 조직위 입장이지만, 모터쇼에 자동차 부스가 적다는 것 자체가 약점이다.

동시에 언론공개 및 특별초청을 포함해 열하루 정도의 긴 행사 기간도 참가 업체에 부담이다. 운영비도 일정에 비례해 늘 수 밖에 없다. 여기에도 업체당 최소 수억원을 쓴다. 여력이 되는 업체는 단계 계약 인력을 활용하기도 하지만, 작은 업체는 회사 구성원이 총출동한다. 열흘간의 업무 공백을 불사하는 셈이다.

서울모터쇼가 벤치마킹 하겠다는 CES, MWC 등은 일정이 5일 미만이다. 기술 중심의 B2B(Business-to-Business·기업과 기업간 거래)와 소비재 중심의 B2C(Business to Consumer, 기업과 소비자간 거래) 전시 비중에 균형을 두기 위해서다. 이 정도 일정 구성이라면 참가 업체의 부담도 줄일 수 있다.

규모와 일정 축소는 실현되기 어렵다. 위상 절하를 인정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인식 때문이다. 특히 모터쇼가 대중 관람객을 위한 전시회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주말(토, 일요일)을 두번 넣는 현 일정은 축소될 여지가 적다는 게 업계 지적이다. 일정이 축소되면 입장료 수익도 줄어든다.

변화는 피할 수 없다. 그렇다면 말로만 혁신할 것이 아니라 진짜 혁신을 보여줘야 할 때다. 규모와 일정 축소는 결코 후퇴가 아니라는 사실을 조직위는 되새길 필요가 있다. 모터쇼를 넘어 모빌리티(이동수단)쇼로 진화하는 것은 생존 측면에서 올바른 선택이다. 하지만 자동차 역시 모빌리티라는 점에서 떠나는 업체가 늘수록 관람객도 모터쇼를 떠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곤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