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이 사내 유망 기술을 독립시켜 글로벌 ICT 유니콘 육성에 나선다.

이는 세계적 ICT 기업 구글이 기술 기반 사업을 성장시키는 방식과 유사하다. 구글은 2009년 내부의 자율주행 연구 프로젝트를 ‘웨이모’로 독립시켰다. 웨이모는 현재 자율주행차 분야 선두 기업이다.

SK텔레콤은 급변하는 글로벌 경쟁 환경에서 신성장 동력을 창출하기 위해 사내 유망 ICT 기술을 스핀-아웃(사업화) 하는 ‘스타게이트’ 프로그램을 시작한다고 28일 밝혔다.

스핀-아웃은 기업의 일부 기술 또는 사업을 분리해 회사를 만드는 것이다.

스타게이트라는 이름은 동명의 영화에 등장하는 4차원 세계로 순식간에 떠날 수 있는 장치에서 착안해 만들었다. 사내 우수한 ICT 기술을 글로벌 시장에 초고속으로 진출 시키겠다는 SK텔레콤의 의지가 담겼다.

박진효 SK텔레콤 ICT 기술센터장(왼쪽 다섯 번째), 이종민 테크이노베이션그룹장(왼쪽 네 번째)과 테크이노베이션그룹 구성원이 스타게이트 프로그램 출범을 알리고 있다. / SK텔레콤 제공
박진효 SK텔레콤 ICT 기술센터장(왼쪽 다섯 번째), 이종민 테크이노베이션그룹장(왼쪽 네 번째)과 테크이노베이션그룹 구성원이 스타게이트 프로그램 출범을 알리고 있다. / SK텔레콤 제공
SK텔레콤은 2020년까지 3개 기술을 스핀-아웃해 글로벌 시장에 진출 시킬 예정이다. 시장으로 나간 기술은 SK텔레콤의 사업 영역에 구애 받지 않고 많은 분야에 쓰이며 경쟁력이 향상된다. 또 외부 자본투자를 받아 사업화 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SK텔레콤의 기술 스핀-아웃은 ICT 생태계 확장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미 항공우주국 ‘나사(NASA)’의 첨단 기술 스핀-아웃은 태양광전지, 평면TV 등 혁신 제품 개발로 이어졌다.

구성원은 스타게이트를 새로운 도전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 제조업 특화 AI 데이터 분석 솔루션 기술을 개발했던 구성원은 2018년 5월 ‘마키나락스’를 창업했다. SK텔레콤, 네이버, 현대자동차 등의 투자를 받아 미국과 한국에서 사업을 진행 중이다.

◇ 기술 검증에서 후속 지원까지 4단계 구성…투자 HR 등 사내 역량 결집

스타게이트는 ▲기술 상용화 가능성 검증 ▲거점 시장 검토 ▲기술 스핀-아웃 ▲성장 지원 등 4단계로 구성된다.

기술 상용화 가능성 검증은 ICT기술센터 ‘테크 이노베이션 그룹’이 맡는다. 테크 이노베이션 그룹은 1월 신설된 기술 사업화 전담 조직이다. 기술의 독창성·완성 수준·사업화 가능성 등 측면에서 면밀한 검토를 진행한다. 사업화 대상 기술은 CES·MWC 등에서 어워드를 수상해 국제적으로 인정을 받거나, ICT 관계사에 적용되는 등 차별화된 경쟁력을 증명해야 한다.

거점 시장 검토는 1월 미국 뉴욕에 설립한 SK텔레콤 TMT 투자 법인과 SK텔레콤 홍콩사무소 등 해외 조직이 담당한다. ▲현지 시장 및 기술 동향 ▲사업 파트너 ▲투자자 그룹의 관심도 등을 분석할 계획이다. 제조업 연관 기술은 중국 시장, 미디어와 AI 등 첨단 ICT 기술은 미국 시장 중심으로 사업화를 검토한다.

기술 스핀-아웃 단계에서는 기술 사업화 방법과 사업화 주체 조직을 결정한다.

ICT기술센터와 코퍼레이트 디벨롭먼트 센터(투자 담당)는 시장분석 등을 통해 적합한 기술 스핀-아웃 형태를 결정한다. 기술 스핀-아웃 형태는 ▲외부 투자를 받아 신규 회사 설립 ▲타사와 결합 ▲외부 파트너사와 합작회사 설립 등 세가지로 나뉜다. 양자암호통신 기술은 스핀-아웃해 IDQ와 결합하는 방식을, ATSC 3.0 기술은 싱클레어와 합작 회사를 설립하는 방식을 각각 선택했다.

스핀-아웃 형태가 결정되면 ICT기술센터와 HR을 담당하는 기업문화센터가 사업화 조직을 구성한다. 해당 조직은 빠른 의사결정을 바탕으로 사업화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2~6명의 소수 정예로 꾸려진다. 조직의 구성원은 내부에서 선발하거나 필요한 경우 외부에서 영입한다.

스핀-아웃한 기술이 글로벌 시장에 안착할 수 있도록 성장 지원 프로그램도 준비했다. T오픈랩은 분사한 기술이 꾸준히 발전할 수 있도록 공간·장비·기술 등을 지원한다. 또한 외부 전문가와 연계해 사업 운영과 발전 방향에 대한 별도 코칭 프로그램도 마련돼 있다.

◇ 사업화 검토 중 기술 20개…광학엔진 ‘옵틱스’, 연내 스핀-아웃

SK텔레콤은 독자 개발한 20개쯤 기술의 상용화 가능성 및 시장성을 검토 중이다.

SK텔레콤이 독자 개발한 초소형 레이저 광학엔진 '옵틱스'는 연내 스핀-아웃될 예정이다. '옵틱스'는 50X50X30(㎜)의 주사위 크기로 AI 스피커, 차량용 디스플레이 등 기기에 탑재 가능하다. 최대 100인치 영상을 볼 수 있는 200루멘(㏐) 밝기를 지원하면서도 눈에 안전한 '아이 세이프티 클래스(Eye safety Class)' 1등급을 받았다. 기기가 움직여도 자동으로 초점을 맞출 수 있는 ‘포커스 프리’ 기능도 제공한다.

인공지능 기술로 음원에서 보컬, 반주 등을 분리하는 '음원 분리 기술’도 스핀-아웃이 추진된다. SK텔레콤은 CES 2019에서 SM엔터테인먼트와 기술협력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신규 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공동협의체를 운영하고 있다.

이밖에 인공지능 기반 미디어 품질개선 기술 '슈퍼노바'와 시청 이력에 따라 개인 맞춤형 콘텐츠를 추천하고 인공지능이 조건에 맞는 장면을 찾아주는 'AI 맞춤형 미디어 디스커버리 기술'도 기술 상용화 가능성을 검토 중이다.

슈퍼노바는 SK하이닉스와 SK브로드밴드에서 이미 활용되고 있다. AI 맞춤형 미디어 디스커버리 기술은 MWC 2019에서 ‘최고 모바일 영상 서비스’ 부문에서 수상 했다.

박진효 SK텔레콤 ICT기술센터장은 "스타게이트는 글로벌 ICT 유니콘을 만들기 위해 SK텔레콤의 전문 역량을 결집해 만든 프로그램이다"라며 "기술 사업화를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아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고 대한민국 ICT 생태계의 발전을 이끌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