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TV+가 성공하기 어려운 세 가지 이유

입력 2019.03.28 15:27

애플이 넷플릭스와 비슷한 인터넷 영화 서비스(OTT) ‘애플티비 플러스(+)’를 25일(현지시각) 선보였다.

애플은 영화 거장 ‘스티븐 스필버그', ‘JJ 에이브럼스’ 감독, 미국을 대표하는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 등을 섭외하고, 지금까지 10억달러(1조1370억원)쯤을 투자해 독점 콘텐츠를 제작하는 등 글로벌 OTT 1위 넷플릭스와 경쟁하기 위한 태세를 갖췄다는 것을 25일 자사 서비스 발표회를 통해 내 비췄다.

애플티비+를 소개하는 팀 쿡 애플CEO. / 애플 제공
문제는 애플이 넷플릭스는 물론이고 2019년 하반기 등장할 디즈니 OTT ‘디즈니 플러스(+)’와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느냐이다.

방송·콘텐츠 업계 관계자는 "애플은 단기적으로 넷플릭스와 디즈니 등 경쟁 업체를 이길 수 없기 때문에 긴 시간을 두고 싸울 것으로 보인다"고 의견을 밝혔다.

◇ 부족한 콘텐츠

애플은 영화 거장 스티븐 스필버그와 손잡고 1980년대 인기 SF 드라마 ‘어메이징 스토리’를 부활시키고 ‘토크쇼의 여왕’이라 평가받는 오프라 윈프리와 TV프로그램을 제작하는 등 독점 콘텐츠 제작에 힘을 쏟을 예정이다.

애플티비+ 발표회에 등단한 영화 거장 ‘스티븐 스필버그'. / 애플 제공
25일 발표회에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 등이 등단해 각자의 콘텐츠를 소개했다. 이를 지켜본 팀 쿡 애플CEO는 감격의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콘텐츠 업계 관계자는 "팀 쿡 애플CEO의 눈물은 그만큼 영화·방송 업계 거인을 한데 모으기 어려웠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애플은 긴 시간 동안 애플티비+ 서비스를 준비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애플은 영화·방송 업계 거장을 섭외해 독점 콘텐츠를 만들지만, 이들 콘텐츠가 성공한다는 보장은 그 어디에도 없다. 애플은 콘텐츠의 성공 유무보다 유명인의 인지도를 바탕으로 애플티비+를 대중에게 소개한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콘텐츠 수와 투자 규모도 경쟁 업체 대비 역부족이다. 진 뮌스터루프 벤처스 기술 투자자는 애플이 2022년까지 자체 영상 콘텐츠 제작을 위해 42억달러(4조6342억8000만원)를 쓸 것으로 예측했다.

넷플릭스는 2018년 총 120억달러(13조4868억원)를 들여 독점 콘텐츠를 포함해 모두 700편 이상의 영화·드라마 콘텐츠를 확보했다. 넷플릭스의 콘텐츠 투자 행보는 2019년에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디즈니+ 로고. / 월트디즈니컴퍼니 제공
애플의 큰 골치덩이는 디즈니다. 월트디즈니는 마블과 스타워즈 프랜차이즈 영화 콘텐츠는 물론, 전 세계인에게 사랑받는 디즈니와 픽사 제작 애니메이션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다.

월트디즈니는 20일, 21세기폭스의 영화TV사업부문 인수·합병을 마무리했다. 애플에게는 디즈니 콘텐츠 만으로도 충분히 위협적인데, 20세기폭스 영화 콘텐츠까지 애플티비+ 콘텐츠 위협요소로 돌아선 것이다.

미국 영화 업계에 따르면 월트디즈니는 2018년 기준 26.19%의 영화 시장 점유율로 업계 1위 자리를 지켰다. 2위는 워너브러더스로 시장 점유율은 15.92%다.

월트디즈니는 3위 20세기폭스의 9.31% 시장 점유율도 손에 넣었다. 디즈니와 20세기폭스 점유율을 합하면 35.5%에 달한다. 2위 워너가 넘어서기에 너무 큰 벽이다.

애플TV에는 ESPN 등 월트디즈니 소유의 스포츠 중계 콘텐츠가 서비스되고 있다. 애플TV에 있는 OTT ‘훌루(Hulu)’도 사실상 디즈니 소유다.

애플TV 속에서 서비스하던 넷플릭스는 애플이 OTT에 손을 대자 애플과 결별했다. 지금은 애플과 동거 중인 디즈니지만 언제든지 애플에 등을 돌릴 수 있다. 넷플릭스에서 서비스되는 디즈니 콘텐츠가 8월부터 넷플릭스에서 사라진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

◇ 공짜는 불가능한 서비스

애플은 OTT 애플티비+ 이용 요금을 공개하지 않았다. 당초 애플티비+는 20억대에 달하는 아이폰·아이패드 사용자를 중심으로 단번에 글로벌 핵심 OTT로 떠오를 것으로 전망됐다.

시장조사업체 뉴주에 따르면 2017년 10월 기준 전 세계 아이폰 사용자는 7억3000만명이다. 아이폰 누적 판매량은 12억40만대다. 아이폰 사용자 7억3000만명 중에 10분 1만 애플티비+를 사용해도 단숨에 글로벌 OTT 2위 아마존을 넘어선다. 로이터에 따르면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유료 시청자 수는 2017년 기준 2600만명이다.

영화 업계에서는 애플이 아이폰·아이패드 등 애플 기기 사용자에게 콘텐츠를 무료로 제공해 단번에 시장에 안착하는 전략을 펼칠 것이라는 소문도 돌았다.

문제는 콘텐츠 제작에 천문학적인 금액이 투입되는 OTT를 ‘공짜'로 풀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이다.

애플은 스필버그, JJ 에이브럼스 감독 등 유명 제작자 콘텐츠 확보를 위해 이미 10억달러(1조1370억원)를 투자했다. 넷플릭스는 2018년 700개 콘텐츠 확보에 120억달러(13조4868억원)를 투입했다.

애플티비+. / 애플 제공
애플은 어떻게 해서든 콘텐츠 확보에 투입될 막대한 자금을 확보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유료 구독 서비스 모델은 꼭 필요하다는 것이 콘텐츠 업계 시각이다.

관건은 애플티비+ 서비스 요금은 과연 얼마일까라는 점이다. 업계 1위 넷플릭스는 HD해상도로 콘텐츠 시청이 가능한 인기 요금제를 월 12.99달러(1만4700원)에 운영한다. 아마존과 훌루는 월 5.99달러(6800원)다. 훌루의 경우 광고가 없는 콘텐츠를 보려면 월 11.99달러(1만3600원)를 지불해야 한다.

문제는 2019년 하반기 시작될 월트디즈니 OTT 디즈니+다. 밥 아이거 월트디즈니컴퍼니 회장은 디즈니+를 온 가족이 볼 수 있는 콘텐츠를 중심으로 운영하면서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서비스할 예정이라 밝힌 바 있다.

디즈니는 콘텐츠에서 절대적인 강점을 지니고 있음에도 저렴한 가격을 내세워 단 숨에 OTT 시장을 제압한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애플에게 디즈니의 막강한 콘텐츠 라이브러리와 저렴한 가격은 위협적일 수 밖에 없다. 탄탄한 회사 재정을 추구하는 애플은 콘텐츠를 가진 것도 아니고 저렴한 이용료로 인해 무작정 손해를 볼 수 없기 때문이다.

◇ 애플TV에 종속된 환경

애플은 25일 서비스 발표회를 통해 애플티비+는 애플TV에 종속된 프리미엄 서비스로 소개했다.

애플TV는 HBO 등 인기 케이블TV 서비스는 물론 아마존·훌루 등 OTT도 모두 이용할 수 있도록 플랫폼을 구성한 것이 특징이다. 콘텐츠 소비자는 각종 콘텐츠 서비스 이용 요금을 애플TV로 일괄 관리할 수 있어 편리하다.

애플티비+가 애플TV에 종속돼 있다는 것은 한국처럼 애플TV가 서비스되지 않는 지역에서는 애플티비+ 콘텐츠를 볼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애플은 애플TV앱을 5월부터 투입한다. / 애플 제공
애플은 25일 발표회에서 100개 이상 국가에서 애플티비+를 서비스하겠다고 밝혔다. 참고로, 넷플릭스는 190개 이상 국가에서 서비스되고 있다.

자막, 음성 등 현지화 서비스도 문제다. 애플이 넷플릭스와 경쟁을 펼치려면 그간 애플이 등한시했던 아시아 지역 국가의 언어를 지원해야 한다. 또, 넷플릭스처럼 해당 지역에서 독점 콘텐츠를 발굴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애플은 셋톱박스 애플TV의 한계점을 벗어나기 위해 애플TV 서비스를 셋톱박스가 아닌 앱으로 확장한다. 관련 앱은 아이폰, 아이패드, 맥 등 애플 기기는 물론 삼성·LG·소니 등 가전회사가 만든 스마트TV에서도 등장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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