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안타까움이 답답함·실망감으로…12시간 이어진 과기부 장관 인사청문회

입력 2019.03.28 15:35

27일 오전 10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이하 과방위)는 조동호 신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 장관의 자질을 검토하는 인사청문회가 열렸다.

청문회 시작 전 과방위 대회의실 분위기는 차분했지만, 9시 55분쯤 조동호 과기정통부 장관 후보자가 들어온 후 사진 기자의 플래시가 여기저기서 터지는 등 웅성대는 소리가 크게 났다. 사진 기자들 사이에는 서로 좋은 자리에서 조 후보자의 모습을 담으려는 경쟁이 펼쳐지기도 했지만, 크게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이지는 않았다.

조동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 / 류은주 기자
조 후보자는 돋보기 안경을 낀 채 준비한 서류를 훑어봤는데, 그의 어깨는 잔뜩 움츠러 들어 있었다. 수십명의 국회의원들을 통해 ‘검증’을 받는 생애 첫 장면인 만큼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조 후보자는 청와대의 ‘내정’ 발표가 있은 후 ‘인물’ 관련 각종 의혹에 휩싸였다. 인사청문회는 해소되지 않은 의혹과 관련한 질의가 쏟아지는 곳인 만큼 긴장한 기색이 역력히 보였다. 의원들에게 인사를 건네는 장면을 보면, 넉살좋은 사교형 인물은 아닌 것으로 보였다.

조 후보자는 선서 후 과방위원장에게 문서를 전달하고 오는 과정에 총 네 번의 인사를 했다. 과방위 대회의실은 중앙에 위원장이 앉고 좌우 한열씩 의원들이 배석하는데, 정상적이라면 조 후보자는 세번만 인사하면 된다. 하지만 얼마나 긴장을 했는지 위원장에게 두 번 인사를 하고, 좌우 의원들에게 한번씩 인사를 건냈다.

조 후보자는 청문회 아마 청문회 시작과 함께 하루 종일 험담과 고성을 들어야 할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에 걱정이 많았을 것이다. 그의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청문회 내내 조 후보자는 의원들이 제기한 의혹을 명확하게 해명하기 보다 우물쭈물하거나 질문의 의도와 맞지 않는 답을 한다는 지적을 연이어 받았다.

정보통신전문가로 알려진 조 후보자의 눈빛이 반짝하며 자신감 있는 말투로 답변을 할 땐 자신이 잘 알고 있는 분야에 대한 질의가 나왔을 때였다. 5G 정책 방향, 온라인 전기 자동차 기술 등이 대표적인 예다.

곤란한 질문 대부분은 야당 의원들에게서 나왔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정책 관련 질의를 하지 않은 채 도덕성에 대한 공세를 이어갔다. 전문성도 중요하지만, 도덕성 검증이 끝난 후 궁금증을 해소해도 된다는 심산이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조 후보자 관련 의혹으로는 장·차남 관련 채용 및 병역 특혜, 증여세 탈루 여부, 부부동반 출장, 부동산 투기 등 대부분 가족과 관련이 있다.

‘가족은 건드는 것 아니다'는 사회적 미덕이 있지만, 조 후보자가 연간 연구개발(R&D)로 20조원을 쓰는 과기정통부 장관 후보인 만큼 인사청문회장은 예외 적용됐다. 고위직 공무원 자리는 책임이 무거운 만큼 가까운 가족 역시 고통 분담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일부 의원들은 가족 관련 의혹을 해명하는 조 후보자의 소명자료 제출이 늦고, 기억을 잘 못한다는 답변을 들을 때마다 자진사퇴를 거론하는 등 거침없는 발언을 이어갔다.

송희경 의원(자유한국당)은 "(조동호 후보자는) 까도까도 의혹 투성이인 양파 같은 분이다"며 "(통신업계) 후배로서 창피하다"며 자진사퇴를 계속 요구했다.

윤상직 의원(자유한국당)은 조 후보자가 주가 조작을 한 썬코어라는 기업에서 자문 활동한 것에 대해 "정보통신전문가가 (주가조작에) 이용 당하는 줄 몰랐냐"며 "장관은 판단력이 중요한데 믿음이 가지 않는다"고 질타했다.

김성태 의원(자유한국당)은 "지금까지 그냥 살아온 대로 살라"고 말했고, 같은 당 소속 최연혜 의원은 "학자답게 진솔하고 솔직하게 답하지 않아 너무나 실망스럽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조동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회의실. / 류은주 기자
여야 의원들은 조 후보자가 명쾌하지 못하거나 다소 신념이 부족한 듯한 답변을 할 때마다 답답함을 토로하는 풍경도 펼쳐졌다.

청문회 진행을 맡은 노웅래 위원장은 "레코드처럼 같은 말만 반복하지 말라", "우물쭈물 대지 말고 소명을 하든지 사과를 하든지 제대로 답을 하라", "지금처럼 계속 답하면 나중에 적격판정에 영향을 미친다"는 등 말을 계속해서 반복하기도 했다.

이철희 의원(더불어민주당)은 "하루만 버틴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며 "의원들의 지적을 여야로 나눠 생각 말고 진지하게 들어보고 감당할 수 있는 자리가 맞는지 생각해 보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이 의원은 청문회 끝무렵에 조 후보자에게 "왜 일목요연하게 해명을 못 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며 조 후보자에게 해명할 시간과 자신있게 답할 만한 통신 관련 질문을 던져주기까지 했다.

김종훈(민중당) 의원은 "청문회 준비가 너무 안 된 것 같아 안타깝다"며 "정책 의지나 자신의 생각을 분명하게 말씀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신용현 의원(바른미래당)도 "학자로서 존경받던 분이 이런 소리를 듣게 되는 것에 너무나 안타깝다"며 "본인의 소신을 좀 밝혀달라"고 거듭 요청하기도 했다.

이러한 질타를 받는 조 후보자를 바라보는 기자도 답답하고 안타까움이 드는 건 매한가지였다. 부부동반 출장 의혹을 명쾌하게 답변하지 못하는 건 오래전 일이라 기억이 희미하거나 가족을 보호하고 싶은 마음 때문에 에둘러 포장할 수 있다고 치자. 하지만 거액의 예산을 주무르는 대한민국 두번째 큰 부처인 과기정통부의 최고 수장이 될 인물이 신념을 말해달라고 멍석을 깔아줘도 중언부언하는 모습은 안타깝기만 했다.

12시간 넘게 이어진 인사청문회를 처음 경험한 초보 기자는 청문회 시작 당시 다양한 의혹 공세를 당하는 조 후보자가 안타깝다는 느낌을 가졌다. 하지만, 조 후보자의 노련함 부족의 영향인지 알 수 없지만 갈수록 답답함과 실망감이 증폭됐다.

장거리 달리기와 같았던 인사청문회를 마무리하는 조 후보자의 마지막 발언에서도 그의 진심과 소신을 느끼지 못했다. 요즘 말로 마치 잘 쓰여진 각본을 영혼없이 읽어나가는 것 아니냐는 인상만 받았다.


키워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