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몸집이 큰, 모든 사업에 손을 뻗친다는 공룡 기업 아마존이 한국어를 공식 지원한다. 아마존 홈페이지에서 공식 지원되는 언어는 기본 영어 외에 스페인어, 중국어(간체 및 번체)와 독일어, 포르투갈어와 한국어 등 총 6개 뿐이다.

한국어 지원을 알리는 아마존 홈페이지. / 아마존 홈페이지 갈무리
한국어 지원을 알리는 아마존 홈페이지. / 아마존 홈페이지 갈무리
이에 2000년대 중반부터 꾸준히 제기된 ‘아마존 한국 진출설’이 다시 대두됐다. 하지만, 홈페이지 한국어 지원 하나로 아마존 한국 진출을 가늠하기에는 무리다. 크게 세가지 이유를 들 수 있다.

첫째. 아마존 홈페이지 한글 지원은 그냥 단순한 ‘언어 지원’일 뿐이다. 홈페이지 영문의 한국어 번역 기능이 추가된 정도다. 번역 품질도 좋지 않다. 어려운 전문 용어는 제대로 번역하지 못한다. 상품 목록이나 제조업체 설명 일부는 번역도 되지 않는다. 상품 크기 표시 단위 역시 한국에서 익숙한 미터법이 아니다. 대부분 인치로 표시한다.

아마존 한국어 상품 설명. 목록과 사용자 설명 일부는 번역되지 않았다. / 아마존 홈페이지 갈무리
아마존 한국어 상품 설명. 목록과 사용자 설명 일부는 번역되지 않았다. / 아마존 홈페이지 갈무리
홈페이지 언어를 한국어로 설정해도, 여전히 한국으로 배송할 수 없는 상품이 노출된다. 상품 문의나 Q&A에서도 한국어 통번역이 원활하게 지원되지 않는다. 일부 품목은 번역이 어색한 만큼, 아마존 한국어 서비스보다 구글 페이지 번역을 사용해 사는 편이 더 쉽고 편리하다.

둘째. 한국에서 아마존의 쇼핑 서비스를 관리하고 책임질 법인, 대표나 책임자 정보가 없다. 아마존 홈페이지 아래에 있는 ‘사이트 소개’를 누르면 곧바로 영문 페이지 링크로 이어진다. 글로벌 수위의 외국계 기업이 담당자, 사무실도 없이 한국처럼 대규모 시장에 진출한다는 해석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셋째. 신세계·현대백화점·롯데그룹 등 ‘유통가 빅 3’는 나란히 2019년을 ‘E커머스 시장 원년’으로 삼았다. 전담 조직과 물류 센터를 만들고, 온라인 환경에 어울리는 정보통신기술 개발에 몰두한다. 쿠팡을 필두로 천문학적인 규모의 투자를 유치한 온라인 유통가까지 가세하며 한국 E커머스 경쟁은 어느 나라보다 격렬한 양상을 보인다.

아마존은 나라별로 물류 센터와 판매자를 따로 운영한다. 아마존이 한국에 진출한다고 해서 아마존 혹은 아마존 재팬의 수많은 상품을 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아마존은 한국에 백지나 다름 없는 상태로 진출해야 한다. 판매자를 모집하고, 파트너를 모으고, 결제와 물류 배송 체계를 마련하는 모든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 와중에 아마존이 한국에 진출하면 득보다 실이 훨씬 많다. 쟁쟁한 국내 유통 업계와 E커머스 시장 경쟁을 치르느라 자원 및 인력 소모만 늘어날 뿐이다.

. / 아마존 홈페이지 갈무리
. / 아마존 홈페이지 갈무리
그렇다고 해서 아마존의 한국어 지원을 ‘별 것 아닌 일’이라고 접어두기도 어렵다. 오히려 이번 조치에 아마존의 치밀한 이익 계산과 대비가 녹아들었다고도 해석할 수 있다.

아마존은 데이터에 죽고 데이터에 사는 기업이다. 그렇기에 이번 조치에서는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소비자들의 쇼핑 데이터를 더 많이, 더 정확히 모으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아마존 중국어 서비스는 이미 제공되며, 일본에는 아마존 재팬이 영업 중이다. 아시아 경제 강국 가운데, 데이터를 모으려는 아마존의 손길이 미치지 않은 곳은 한국 뿐이었다.

게다가, 한국 소비자의 직구 사랑은 익히 잘 알려졌다. 2017년 관세청 집계 기준으로 한국 소비자의 해외 직구 이용 금액은 2조2000억원에 달한다. 홈페이지에 한국어만 지원하면, 아마존은 거액의 판매 매출과 한국 소비자의 쇼핑 데이터라는 두마리 토끼를 얻을 수 있다.

그렇다면, 아마존은 언제 한국에 들어올까? 이른 시기에, 모든 서비스가 들어오지는 않을 것이다. 근거는 앞서 든 이유 세개 가운데 세번째 이유다. 가능성이 높은 것은 아마존이 육성하는 무인 매장 아마존 고 또는 프리미엄 신선식품 매장, 음성인식 인공지능 스피커 알렉사 등과 같은 ‘새로운 플랫폼’ 정도다. 직접 진출에 따른 비용과 시간 부담이 덜한 분야들이다. 한국 진출 시동은 걸었지만 출발은 미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