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할 때만 해도 불법이 아니었는데, 이듬해 법이 개정되면서 불법 사업자로 전락했습니다. 하지만 분명 좋은 아이템이라는 확신이 들었기에 사업을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생계를 위해 투잡을 뛰며 2년을 버텼는데 규제 샌드박스라는 기회가 찾아왔고, 규제가 풀린 날 결혼 후 처음으로 아내와 함께 부둥켜 안고 울었습니다."

윤석민 조인오토스 대표는 4일 서울 동대문구에 위치한 한 사무실에서 IT조선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윤 대표는 스타트업 대표이자 사실상 혼자 ‘조인오토스’를 운영한다. 아직 제대로 된 사무실 구할 형편이 못 돼 동업자의 회사 사무실 한 켠에 작은 공간을 빌려쓰는 처지다.

윤석민 조인스오토 대표. / 류은주 기자
윤석민 조인스오토 대표. / 류은주 기자
2015년 3월 서비스를 오픈한 조인스오토는 폐차 비교 견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다. 서비스가 잘 풀려나가 처음에는 직원도 두고 외부에서 투자 문의도 많이 들었다. 하지만 갑자기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을 듣게됐다.

2016년 2월 자동차관리법(제57조2항)이 개정됨에 따라 ‘자동차해체재활용업자'가 아닌 자는 영업을 목적으로 폐차 대상 자동차를 수집 또는 매집하거나 그 자동차를 자동차해체재활용업자에게 알선하는 행위가 금지됐다. 조인스오토의 사업 모델은 순식간에 불법이 됐다.

◇ ‘불법'이 된 폐차중계서비스 경찰서 들락날락

조인스오토는 법 개정 직후 악화일로를 걸었으며, 폐차업계는 윤 대표를 고소·고발하기 시작했다.

윤 대표는 당시를 회상하며 "태어나서 처음으로 경찰서라는 곳을 가게 됐다"며 "처음은 기소유예 판결을 받았지만, 두번째는 벌금 200만원을 냈고, 세번째는 아직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다"고 말했다.

이어 "신문에 조금이라도 홍보를 하면 바로 당일 항의·협박 전화를 받았다"며 "열심히 하면서도 고소·고발이 들어오면 ‘내가 정말 잘하고 있는 게 맞는지' 의심이 들어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윤 대표는 직원들도 다 떠나보내고 혼자서 꿋꿋히 서비스를 이어왔다.

그는 "생계를 위해 기존에 하던 중고차 매입판매업을 계속 했다"며 "월급이 250만원쯤인데 100만원은 조인스오토 유지와 활동비로, 150만원은 집에 가져다주는 생활을 이어왔다"고 말했다.

◇ 4월 서비스 개시…6월부터 올인

힘들게 사업을 이어오던 윤 대표는 2018년 인터넷기업협회에서 스타트업의 애로사항을 모은다는 소식을 접했다. 협회 측에 고충을 전했더니, 코리아스타트업포럼에서 규제 샌드박스를 신청할 수 있도록 도와줬다.

윤 대표는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 정미나 팀장, 송도영 변호사는 인생의 은인이다"며 "이분들이 아니었다면 방대하고 복잡한 규제 샌드박스 서류를 만들어 접수할 엄두도 내지 못했을 것이다"고 말했다.

윤석민 조인스오토 대표. / 류은주 기자
윤석민 조인스오토 대표. / 류은주 기자
조인스오토의 폐차비교견적 서비스는 규제 샌드박스 통과 후인 1월부터 재개됐다. 하지만 정부는 폐차 업계의 반발을 고려해 조건부로 허가를 내주었다. 2년 간 3만5000대 이내의 규모로 폐차를 중개할 수 있고, 딜러 대신 차주가 차량을 직접 등록해야 한다. 폐차를 진행할 때 차주가 진행하는 수준은 5%쯤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표는 "비록 제한적으로 허용 조치를 받았지만, 불법이란 꼬리표를 뗄 수 있단 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이다"며 "실증특례 4년(2+2) 동안 폐차 유통문화를 투명하게 바꿔 더 많은 개인이 서비스에 참여할 수 있도록 열심히 홍보하고 뛰어다닐 예정이다"고 말했다.

이어 "6월부터 조인스오토에 올인하기 위해 기존에 하던 투잡도 그만둘 예정이다"며 "달라진 시장 상황에 맞게 서비스 고도화를 준비 중이다"고 부연했다.

◇ 여전한 폐차업계 반발…응원해주는 이용자

조인스오토가 규제 샌드박스에서 통과됐지만, 폐차 업계의 반발은 여전히 이어진다. 한국자동차해체재활용협회는 규제 샌드박스 통과 후 철회를 요청하며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항의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윤 대표는 "폐차 비교 견적 서비스는 폐차 시장을 잘 모르는 일반 소비자들에게 도움을 주는 서비스다"며 "폐차 협회는 밥그릇을 뺏는다고 생각할 지 모르지만, 사실 그분들의 수익을 뺏어가는 서비스가 아니라 마케팅 비용을 줄이는 협력 모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아직 반발이 크기 때문에 폐차 업계에 쉽게 다가가지는 못하는 상황이다"며 "시간은 걸리겠지만 언젠가는 해결될 일이고, 그때까지 소비자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폐차업계의 반발과 달리 조인스오토 서비스를 응원하는 이들도 있다.

윤 대표는 "이메일로 조인스오토를 응원해 주는 분들의 메시지를 받기도 한다"며 "심지어 신문기사를 보고 직접 찾아와 응원을 해주는 분들도 있어 위로를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동안 응원해주고 서비스를 기다려 준 소비자들을 생각해 최선을 다해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며 "불법이 아니라고 해서 반드시 사업에 성공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초심으로 돌아가 책임감을 갖고 사업을 발전시키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