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봄꽃처럼 어울리다… 캐논 보급형 35㎜ 미러리스와 최고급 줌렌즈의 만남

캐논은 지난 2003년 경쟁사보다 가격이 절반 이상 싼 DSLR 카메라 ‘EOS 300D’를 출시, 시장을 주도했다. 16년이 지난 2019년 3월 내놓은 35㎜ 미러리스 카메라 캐논 EOS RP 역시 동급 모델보다 저렴한 보급형 제품이다.

캐논 EOS RP와 RF 28~70㎜ F2.0L USM. / 차주경 기자

캐논 EOS RP는 35㎜ 2620만 화소 이미지 센서, 강력한 자동 초점 기능을 탑재한 풀프레임 디지털 카메라다. 셀피용 회전형 모니터와 작은 부피를 가진 캐주얼 디지털 카메라이기도 하다.

이 제품에 장착할 수 있는 캐논 렌즈 ‘RF 28~70㎜ F2.0L USM’은 F2.0 고정 조리개를 탑재한 세계 최초 35㎜ 표준 줌 렌즈다.

캐논 EOS RP에 RF 28~70㎜ F2.0L USM을 끼워 사흘 정도 써봤다. 렌즈가 크고 무거워 휴대성이 크게 떨어진다. 카메라와 렌즈를 합해 500만원이 넘는 가격도 부담스럽다. 하지만, 부피와 가격 외에는 단점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만족스러운 성능과 화질을 보여줬다.

◇ 35㎜ 고유의 화질에 미러리스의 경쾌함, 편의 기능까지

캐논 EOS RP와 LG전자 G7씽큐 스마트폰 크기 비교. / 차주경 기자

캐논 EOS RP의 본체 크기는 132.5 x 85 x 70㎜, 본체 무게는 배터리·메모리 포함 485g이다. 6.1인치 화면을 탑재한 스마트폰 가로세로 크기와 비교해도 캐논 EOS RP가 조금 더 클 뿐이다.

본체 앞면에는 35㎜ 2620만 화소 이미지 센서와 로고, 자동초점 보조광 발사부와 스테레오 마이크 등이 배치됐다. 내장 플래시는 없다. 캐논 35㎜ 미러리스 규격 RF 렌즈 마운트를 탑재했는데, 35㎜ DSLR 규격 EF 및 APS DSLR 규격 EF-S 렌즈도 어댑터 장착 시 사용할 수 있다. 단, EF-S는 초점 거리가 1.6배 길어진다.

뷰 파인더는 전자식으로 0.39인치, 236만 화소다. 광학식 뷰 파인더보다 선명도가 떨어지나, 밝기와 색상을 정확히 보는 장점이 있다. 조작계는 평이하다. 사진 리뷰와 삭제, 초점 영역과 밝기 고정 등 다양한 조작계 버튼이 마련된다.

모니터는 3인치 104만 화소 회전형이다. 화면을 누른 곳에 부드럽고 신속하게 초점을 맞추는 듀얼 픽셀 CMOS 자동 초점도 지원한다. 회전형 모니터는 사진, 영상을 촬영할 때 다양한 구도를 만들어준다. 셀피 촬영도 가능하다.

캐논 EOS RP의 본체 윗면 디자인은 기존 DSLR 카메라와 사뭇 다른 모습이다. 노출보정 혹은 감도, 연속촬영 다이얼 대신 전원 다이얼이 배치된 점은 불편하다. 반면, 촬영 모드 다이얼과 커맨드 다이얼 두개는 익숙하게 느껴진다. 검지가 닿는 곳에 배치된 M-Fn 버튼에는 자주 사용하는 촬영 설정을 할당할 수 있다.

이 제품은 저장 매체로 SD 메모리를, 전원으로 LP-E17 리튬이온 배터리를 사용한다. 배터리 충전 후 CIPA 기준 사진을 250매 찍을 수 있다. 실제 촬영 환경에서 400장 이상 찍을 수 있었다.

◇ 화질, 성능 면에서 경쟁 렌즈 압도하는 RF 28~70㎜ F2.0L USM

캐논 RF 28~70㎜ F2.0L USM은 세계 최초로 만들어진 35㎜ 카메라용 F2.0 조리개 AF 줌 렌즈다. 올림푸스가 앞서 F2.0 조리개 표준 및 망원 줌 렌즈를 출시한 적이 있다. 35㎜보다 이미지 센서가 작은 마이크로포서즈 규격이었다.

캐논 줌 렌즈는 13군 19매 내부 렌즈로 구성된다. 본체 크기는 103.8 x 139.8㎜, 무게는 1430g이다. F2.0 개방 조리개를 지원하는 만큼 부피가 아주 크다. 95㎜ 대구경 필터를 사용한다.

캐논 EOS RP·RF 28~70㎜ F2.0L USM 예제 사진. / 차주경 기자

캐논 RF 28~70㎜ F2.0L USM은 28㎜ 광각에서 70㎜ 준망원, 가장 자주 쓰이는 초점 거리를 갖췄다. 풍경, 간이접사, 인물, 스냅과 순간 포착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촬영 환경에 대응한다.

조리개는 9매, 원형으로 설계된다. 개방 조리개 수치도 커 배경을 흐리게 묘사한다. 어두운 곳에서 일반 렌즈보다 셔터 속도를 1~2단 빠르게 확보, 흔들림을 줄일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캐논 RF 28~70㎜ F2.0; USM의 최단 촬영 거리는 39㎝, 0.18배율이다. 표준 줌 렌즈 중에서는 일반적인 수준이다.

이 렌즈에는 초음파 자동 초점 모터가 탑재됐다. 미러리스 카메라는 초점이 틀어지지 않는 ‘콘트라스트 검출 자동 초점’을 사용한다. 따라서 물방울처럼 작은 피사체에 빠르고 정확하게 초점을 맞출 수 있다.

조리개가 큰 대구경 렌즈는 렌즈 플레어나 고스트(렌즈 속에서 반사된 빛이 새어나와 사진에 찍히는 현상)에 약하다. 하지만, 캐논 RF 28~70㎜ F2.0L USM은 렌즈 플레어나 고스트를 잘 억제한다.

이 렌즈는 캐논 최고급 ‘L(Luxury)’ 브랜드 제품으로 캐논 EOS RP의 2620만 화소를 여유 있게 표현한다. 광학식 흔들림 보정 기능은 없는 대신 다른 고급 표준 줌 렌즈보다 조리개가 1단 밝아 셔터 속도를 한단계 더 빨리 설정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사진 흔들림을 줄일 수 있다.

◇ 캐논이 쥔 35㎜ DSLR 카메라 시장 주도권, 미러리스 카메라 시장으로 이어질 전망

캐논 EOS RP는 입문용으로 알맞은 소형·경량 35㎜ 미러리스 카메라다. 캐논 RF 28~70㎜ F2.0L USM은 고가·최고급 표준 줌 렌즈다. 성격이 판이한 두 제품이지만, 뜻밖에 궁합이 좋다.

캐논 EOS RP의 듀얼 픽셀 CMOS 자동 초점과 회전형 모니터, 캐논 RF 28~70㎜ F2.0L USM의 고화질과 F2.0 개방 조리개는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만들어준다.

캐논 EOS RP는 가격대비 성능이 우수한 35㎜ 미러리스 카메라지만, 전용 렌즈군 RF 시리즈 종류가 아직 적다. 동영상 촬영 기능도 소니 a, 니콘 Z 등 경쟁 모델에 비해 열세다.

캐논 RF 28~70㎜ F2.0L USM의 단점은 부담스러운 부피(무게 1430g)와 가격(370만원)이다. 늘 가지고 다니기에 너무 무겁고 크며 비싸다.

캐논 EOS RP와 RF 28~70㎜ F2.0L USM 예제 사진. / 차주경 기자

단점은 있지만, 이 두 제품은 캐논이 어떻게 광학 업계를 이끌어왔는지 잘 보여준다. 캐논 EOS RP처럼 화질, 성능이 우수한 카메라를 싼 값에 출시한다. 아마추어 고수나 전문가를 위해 캐논 RF 28~70㎜ F2.0L USM처럼 압도적인 렌즈도 준비한다.

35㎜ DSLR 카메라 시대에 이어, 미러리스 카메라 시대에도 캐논의 전략은 유효할 것으로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