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차세대 아이폰, 5G모뎀·디스플레이·배터리 ‘3중고’

입력 2019.04.09 06:00

애플의 차세대 아이폰 전략에 ‘빨간 불’이 켜졌다. 5G모뎀 확보 실패, 변화 없는 디스플레이, 대용량 배터리 공급선 미확보 등 핵심 소재부품 조달에서 각각 발목을 잡혔다. 차세대 제품 개발과 출시 전략까지 꼬이기 시작했다.

이전까지 부품 공급선 다변화와 압도적인 대량 매입으로 원가를 절감하고 이익을 극대화하던 애플의 제조 전략 자체가 조금씩 어긋나고 있다. 고도화로 인한 제조사간 기술 격차가 다시 벌어지면서 애플 눈높이를 맞출 만한 부품 제조사 폭이 갈수록 좁아진다. 오히려 이제 애플이 핵심 부품 제조사들에 끌려다니는 모양새다.

확인된 내용만 봐도 차세대 아이폰 전망은 매우 불투명하다. 스티브 잡스 사후 혁신이 정체됐다는 평가를 넘어 이제 제대로 된 제품이 나올 수 있을 지 의문부호까지 붙었다.

(왼쪽부터)애플 아이폰XR·XS·XS맥스. / 애플 제공
◇발등의 불로 떨어진 5G 모뎀…내년에나 나올 ‘5G 아이폰’

애플이 당면한 큰 문제는 ‘5G 모뎀’ 확보다. 제때 확보하기 어려워지면서 당장 올해부터 본격화할 5G 스마트폰 시장에서 손을 놓아야 할 상황이다.

애플은 최근 삼성전자 측에 최신 5G 모뎀 ‘엑시노스 5100’ 공급을 타진했지만 거절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5G 모뎀 생산량이 아직 타사에 납품하기에는 부족하다는 것이 이유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고객사와 관련한 내용을 공개할 수 없다"라고 선을 그었다.

삼성 엑시노스 5G 모뎀 솔루션. / 삼성전자 제공
2016년까지 애플에 모뎀 칩을 공급하던 퀄컴이 2017년부터 돌연 공급을 중단하고 특허소송을 걸었다. 애플은 퀄컴을 대신할 모뎀칩 확보를 위해 인텔, 삼성, 미디어텍 등 여러 제조사와 접촉 중이다.

인텔 5G 모뎀은 올 하반기부터 본격 공급될 전망이다. 미디어텍은 애플이 요구하는 기술 수준을 만족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화웨이도 5G 모뎀 기술을 보유했다. 그러나 미·중 무역 전쟁이 지속되고 미국 정부가 화웨이를 직접 견제하는 상황이다. 도입 자체가 쉽지 않다.

모뎀칩을 확보해도 제품 개발에 걸리는 시간을 고려해야 한다. 지금부터 공급을 받더라도 올해 안에 ‘5G 아이폰’이 나오기는 어렵다는게 업계의 중론이다. 5G 지원 여부가 올해 스마트폰 최대 마케팅 포인트가 될 상황에서 애플은 구경만 할 판이다.

◇‘혁신’ 없는 디스플레이…더욱 기대감 떨어뜨리는 아이폰

디스플레이도 발목을 잡는다. 애플 전문 애널리스트로 유명한 궈밍치(郭明錤)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신형 아이폰은 지난해와 같은 디스플레이 구성을 채택할 전망이다. 5G 아이폰의 출시가 내년으로 미뤄진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애플은 지난해 출시한 아이폰XS, XS맥스, XR에 각각 5.8인치와 6.5인치 OLED 및 6.1인치 LCD를 썼다. 아이폰 XS 시리즈에 탑재한 OLED는 삼성디스플레이, 아이폰 XR의 LCD는 재팬디스플레이(JDI)으로부터 공급을 받았다. 디스플레이 구성과 공급선에 큰 변화가 없다면 올해 신형 아이폰의 디자인과 핵심 기능 역시 지난해와 별 차이가 없을 전망이다. 소소한 기능 추가나 기존 단점을 개선하는 수준에 불과할 수 있다.

OLED가 아닌 일반 LCD에 낮은 해상도로 논란이 된 아이폰XR. / IT조선 DB
부품 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2020년 선보일 차세대 아이폰에 각각 5.42인치, 6.06인치, 6.67인치 크기의 새 OLED를 사용한다. 특히 5.42인치 제품은 삼성디스플레이의 최신 Y-OCTA 기술을 적용한 플렉시블 OLED를 사용할 전망이다.

Y-OCTA 기술은 기존 터치 일체형 플렉시블 OLED의 구조를 단순화해 두께를 줄이고 생산성을 높였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 그룹 내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기어이 삼성디스플레이로부터 구매에 성공했다는 후문이다. 이처럼 공을 들인 새로운 디스플레이를 올해 제품에 적용하지 않는 것은 5G 없이 새로운 디스플레이만으로는 ‘혁신’을 주장하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즉 올해를 적당히 넘기고 내년인 2020년에 ‘올인’한다는 전략인 셈이다.

◇‘배터리 공유’의 필수인 대용량 배터리, 어디서 구하나

삼성전자는 최신 갤럭시S10 시리즈의 내장 배터리로 외부 기기를 무선 충전하는 ‘무선 배터리 공유’ 기능을 선보였다. 궈밍치는 애플 역시 올해 아이폰에 비슷한 무선 역방향 충전(Wireless Reverse Charging) 기능을 탑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기능을 제대로 제공하려면 기본 내장 배터리 용량이 넉넉해야 한다. 외부 기기를 충전하는 만큼 내장 배터리를 소모한다. 그만큼 전체 사용 시간이 줄어든다. 당장 대용량 배터리의 개발과 확보라는 숙제를 안게 됐다.

삼성 갤럭시S10 시리즈의 ‘무선 배터리 공유’ 기능. / 삼성전자 갈무리
애플은 매번 신제품을 출시하면서 배터리 용량을 늘리기보다는 AP 전력 효율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배터리 사용 시간을 늘려왔다. 최신 제품 중 가장 큰 아이폰XS 맥스의 배터리 용량은 3174㎃h이다. 경쟁사 최신 폰과 비교해 평범한 수준이다.

먼저 배터리 공유 기능을 탑재한 갤럭시S10은 3400㎃h, S10+(플러스)는 4100㎃h의 대용량 배터리를 채택했다. 5G 버전 갤럭시S10의 경우 아이폰XS 맥스의 거의 1.5배에 달하는 최대 4500㎃h의 배터리를 탑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은 삼성SDI와 LG화학 등 한국업체와 중국 업체로부터 아이폰용 배터리를 공급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로 다른 제조사의 규격을 동일하게 유지하며 배터리 용량을 늘리기란 쉽지 않다. 무리하게 용량을 늘렸다가 배터리 폭발 이슈로 곤욕을 치른 ‘갤럭시S7’ 사례도 있는 만큼 신중할 수 밖에 없다.

삼성은 배터리를 만드는 삼성SDI가 그룹 관계사인 덕분에 필요한 규격에 맞는 대용량 배터리를 자체 개발해 도입하기 용이하다. 배터리 관련 자체 기술이 부족한 애플은 외주 제조사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 배터리 공유 기능을 탑재해도 기능과 성능에서 불리할 것으로 관측됐다.

총체적인 난국이 계속 이어지면서 이제는 2019년형 아이폰에 대한 시장 기대가 낮아지는 추세다. 그래도 스마트폰 혁신을 이끌어왔던 애플이다. 이 난관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새로운 관전 포인트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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