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퍼블릭 클라우드에 이어 프라이빗 클라우드 시장까지 넘볼 기세다. 투자 규모가 큰 금융권 등에서는 여전히 민감한 데이터를 온 프레미스(자체 구축형)로 관리하길 원하는 수요가 많은 만큼 기업 요구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전략을 꺼내든 것으로 풀이된다.

구글 데이터센터. / 구글 제공
구글 데이터센터. / 구글 제공
11일 구글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구글 클라우드 넥스트 2019’에서 인텔과 온 프레미스 및 클라우드 환경에서 중단 없이 애플리케이션을 구축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발표했다.

구글은 이 자리에서 인텔이 최근 출시한 2세대 제온 스케일러블 프로세서와 옵테인 DC 퍼시스턴트 메모리 기반의 새로운 레퍼런스 디자인에 컨테이너 관리 소프트웨어 쿠버네츠 스택을 얹은 ‘안토스’를 올해 안으로 선보이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우르스 회즐 구글 클라우드 기술 인프라 담당 수석 부사장은 "오늘날 데이터센터 환경은 복잡하고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인프라는 하나로 통일되지 않는 어려움이 있다"며 "안토스는 인텔 기술과 제품 혁신의 장점을 활용해 기업이 최적의 방법으로 애플리케이션을 운용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구글 안토스는 기업이 원하는 사양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통합한 어플라이언스 형태로, 이는 현재 마이크로소프트가 ‘애저 스택’이라는 이름으로 제공 중인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서비스와 비슷하다. 애저 스택은 마이크로소프트가 직접 기업 내에 구축해주는 일종의 클라우드 서버다.

이 서버는 애저 클라우드와 같은 구성으로, 기업이 평소 프라이빗 클라우드처럼 운영하다가 필요에 따라 애플리케이션을 퍼블릭 클라우드로 올리거나, 반대로 퍼블릭 클라우드와 동기화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 같은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전략은 금융권과 같은 보수적인 산업에서 수요가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권에서는 규제 준수와 보안 우려 때문에 중요한 데이터와 미션 크리티컬 애플리케이션을 계속 온 프레미스로 유지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그럼에도 혁신적인 핀테크 업체와의 속도 경쟁에서 뒤지지 않기 위해서는 퍼블릭 클라우드 도입도 시급하다.

뉴타닉스는 최근 발표한 엔트프라이즈 클라우드 인덱스 보고서를 통해 금융 서비스 산업의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보급률이 21%로 업계 평균 18.5%보다 높다고 발표했다.

IBM도 이러한 시장 요구를 고려해 클라우드 사업 전략의 핵심으로 하이브리드를 강조하고 나섰다. IBM은 이미 다수의 해외 은행을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고객으로 유치했다. 지난해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강자 레드햇을 330달러라는 거금을 투자해 인수한 것도 결국 엔터프라이즈 클라우드 시장을 겨냥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일찍이 퍼블릭 클라우드 시장을 장악한 아마존 웹 서비스(AWS)도 이러한 흐름을 모를 리 없다. AWS는 지난해 개최한 기술 컨퍼런스 리인벤트에서 AWS 인프라와 서비스를 기업 내부에서 똑같이 운영할 수 있도록 해주는 서비스 ‘AWS 아웃포스트'를 2019년 내놓겠다고 발표했다. 아웃포스트는 AWS의 엔터프라이즈 시장 공략 발판이자,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경쟁 확전을 예고하는 신호탄이기도 하다.

구글 역시 갈수록 규모가 커지는 클라우드 도입 규모를 고려해 하이브리드와 멀티 클라우드 전략을 들고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구글은 2020년 서울에 클라우드 거점 데이터센터(리전)를 설립하겠다고 공표한 상태다. 구글 안토스 하드웨어 파트너로는 우선 HPE와 레노버가 인증에 참여했고, 델EMC도 조만간 합류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