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기술과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무장한 스타트업이 속속 등장하는 ‘춘추전국시대’다. 우리 정부도 제2벤처붐을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피땀어린 노력으로 창업한 이들은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기업)으로 도약을 준비하고 글로벌 시장을 평정하기 위해 오늘도 노력한다. IT조선은 글로벌 유니콘을 꿈꾸며 날개를 펼치는 기업을 집중탐구한다. [편집자주]

"많은 사람들이 우울증과 불안감, 초조함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마음이 아픈 사람을 두고 우리나라에선 아직도 그저 의지가 약한 사람으로 치부해버리기 십상이죠. 저희 목표는 이런 문화를 바꾸는 겁니다. 누구나 마음을 언제 어디서나 앱으로 치유할 수 있도록 돕는 게 앱을 만든 계기이자 목표입니다."

모바일 심리상담 플랫폼 ‘마인드카페'를 운영하는 김규태 아토머스 대표와 양재웅 정신과 전문의 겸 아토머스 이사는 지난 9일 서울 역삼동에서 진행된 IT조선과 인터뷰에서 창업 계기를 이렇게 소개했다.

(왼쪽부터)김규태 아토머스 대표, 양재웅 아토머스 이사 겸 정신과 전문의./ IT조선
(왼쪽부터)김규태 아토머스 대표, 양재웅 아토머스 이사 겸 정신과 전문의./ IT조선
아토머스는 2016년 창업해, 올해로 3년 차에 접어든 스타트업이다. 네이버 기술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D2SF가 초기 투자 및 기술 지원을 하고 있어 업계 관심이 높았다.

아토머스는 익명 기반 심리상담 플랫폼 마인드카페를 개발했다. 누적 회원수는 50만명에 달한다. 마인드카페는 누구나 글을 남기고 자신 심리 상태를 적어놓는 뉴스피드 형식으로 구성됐다. 커뮤니티처럼 운영되며 이용자끼리 답글을 주고받으며 서로를 응원하거나 조언을 한다. 물론 개인정보는 철저히 비식별화 처리된다.

여러 이용자가 올린 글에는 아토머스 소속 전문 상담사가 직접 답변을 달기도 한다. 조건이 있다. 개인을 특정할 수 없지만 상담자가 판단할 때 처한 상황 정보가 비교적 구체적이고 다른 이용자에게 상담 내용이 도움이 될 수 있는 글에 한해서다.

아토머스에서는 3명의 정신과 전문의가 자문해 준다. 이들을 포함해 총 50여명의 전문 상담사가 활동한다. 상담사들은 상담학 관련 석사를 전공하고 전문 학회 자격증을 보유해야 한다. 선발 이후에는 2주에 한 번씩 원격상담 프로그램을 이수해야 한다. 상담 성과에 따라 인센티브를 지급한다. 상담 질 관리도 철저하다. 특정 상담사가 만족도 평가를 기준 이하 받으면 삼진아웃제를 적용한다.

◇ 이용자끼리 공감 주고받는 소셜 커뮤니티형 심리치유

상담센터나 정신과에서 방문 상담을 받는 것과 차이가 있지 않을까. 김규태 대표는 "앱을 통한 원격 심리상담은 대면상담이 갖지 못하는 장점이 분명히 있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대면상담은 1~2회 차부터 처음부터 자기 이야기를 솔직하게 털어놓지 못한다"며 "상담자와 신뢰가 구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반면 앱을 통한 원격 심리 상담은 오히려 익명성이 보장된 앱이라는 환경 덕분에 상담 첫 회부터 자신이 겪는 문제를 바로 털어놓는다"며 "원인 진단도 빨라지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젊은 세대는 전화나 대면 상담보다 카카오톡이나 소셜미디어를 활용한 대화를 더 자연스럽고 편하게 느낀다. 2030 세대를 중심으로 빠르게 늘고 있는 우울증에 앱을 기반으로 한 심리상담이 효과가 높은 이유다. 마인드카페 이용자 대부분이 10대에서 30대다.

마인드카페의 또 다른 장점은 소셜 커뮤니티 치유다. 마인드카페에서는 전문 상담사가 댓글을 달아주지 않아도, 유사한 갈등을 겪는 익명의 이용자끼리 서로를 위로하고 공감을 주고받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이는 미국 알코홀릭 어나니머스(Alcoholic Anonymous) 커뮤니티와 비슷한 모습이다. 알코홀릭 어나니머스는 익명성을 기반으로 중독자와 그 가족들이 모여 진솔하게 자신을 돌아보고 다른 사람과 교류하며 치유한다.

마인드카페는 여기서 일부 시스템을 차용했다. 비슷한 상황에 놓인 이용자끼리 지지집단을 만들고 심리적 기대효과를 가질 수 있도록 해 커뮤니티형 심리치유를 할 수 있도록 했다.


마인드카페 홈 화면 갈무리. 익명 이용자들이 자신 이야기를 털어놓으면, 좋아요를 누르거나 댓글을 남길 수 있다
마인드카페 홈 화면 갈무리. 익명 이용자들이 자신 이야기를 털어놓으면, 좋아요를 누르거나 댓글을 남길 수 있다
앱을 통한 상담은 1회성으로 끝날 우려는 없을까. 주변을 살펴보면 정신질환이 심각하지만 거부감이 든다는 이유로 정신병원이나 상담센터에 가지 않는 사람들이 훨씬 많다. 정신과 전문의인 양재웅 이사도 직접 환자를 대면 진료하고 있지만, 반드시 대면상담만이 장기적 효과가 있다고 볼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양 이사는 "앱 플랫폼은 오히려 상담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한다"며 "이는 꾸준히 심리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자살 등 언제든 위험한 상황에 놓여있다고 판단되는 사람에게는 반드시 자살방지센터 등 국가기관에 연락하도록 이용자에게 안내한다"고 덧붙였다.

◇ 공공기관·기업 대상 상담서비스 도입…"성장발판 만들겠다"

헬스케어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아토머스를 주목한다. 아토머스는 네이버 D2SF에 이어 포스코와 카이트창업가재단, 서울산업진흥원 등에서도 투자를 이끌어냈다. 한화생명 헬스케어 엑셀러레이팅 사업에도 선발되는 등 외부 기관과도 협력하고 있다.

아토머스는 보다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자동화 시스템을 갖춰나갈 계획이다. 챗봇을 통해 심리상담을 하고, 여기서 확보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이용자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카이스트나 네이버 등 외부 기관과 기술 협력을 이어가고 있다.

아토머스는 최근 모바일 앱으로 더욱 간편하고 저렴하게 1:1 전문가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마인드카페 프로'를 출시했다. 마인드카페프로 출시를 기점으로 아토머스는 B2B·B2G 전략을 취하고 있다.

현재 소방청과 경찰청 등 일부 공공기관과 마인드카페프로 제휴를 협의 중이다. 투자사인 서울산업진흥원은 서울시 산하 기업과 공무원을 대상으로 기관상담 서비스 제공을 협업 중이다. 보험사와 우울증 진단 환자 대상으로 생애주기 보험상품 출시도 계획하고 있다. 이 외에도 천재교육과 학교 및 학원 인프라와 연계한 심리상담과 진로상담 협업을 진행한다.

김규태 대표는 "서비스 초반 상담사를 많이 확보하지 못해 운영에 어려움이 많았다"며 "하지만 지금은 댓글 하나에도 삶에 큰 힘이 됐다며 고맙다는 반응이 많아져 놀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용자들 덕분에 이 사업을 지금까지 끌고 올 수 있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