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과 퀄컴이 300억달러(34조원) 규모 소송에 돌입했다. 세계 최대 스마트폰 제조업체와 모바일칩 제조사 간 이번 소송은 액수뿐 아니라 양사의 사업 향방에 대한 타격까지도 가능해 관심이 쏠린다.

14일(이하 현지시각) 파이낸셜타임스(FT),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외신은 애플이 퀄컴을 상대로 제기한 특허소송이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연방법원에서 17일부터 시작한다고 보도했다.

. / CNN머니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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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송은 특허 라이선스 계약과 관련된 내용이다. 퀄컴의 필수표준특허 남용 여부를 놓고 양사간 공방이 벌어질 전망이다.

FT는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법정에서 퀄컴이 칩 로열티를 과하게 받아 애플이 입은 손해와 관련해 증언할 것으로 전망했다. 퀄컴은 세계 최대 특허 보유 업체이자 칩 공급업체다.

팀 쿡 애플 CEO가 취임한 후 양사 간 분위기는 냉랭하다. 2016년 한국 공정거래위원회의 퀄컴 과징금 소송에서 애플 측 대표가 "퀄컴이 독점적 지위 남용했다"고 증언한 것이 분쟁의 씨앗이 됐다.

WSJ는 "스티브 몰렌코프 퀄컴 CEO는 애플의 증언에 분노했고, 애플이 중국에서 인텔 모뎀 칩이 장착된 아이폰7을 생산하는 것에 대해 계약 위반을 주장하며 10억달러(1조1300억원)의 로열티 리베이트 지급을 보류했다"고 설명했다. 애플도 수십억 달러의 로열티 지급을 중단하면서 2017년 1월 퀄컴을 상대로 특허 소송을 해 맞불을 놨다.

FT는 이번 소송이 애플 5G 스마트폰 출시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분석했다. 현재 5G용 모뎀칩은 퀄컴, 삼성전자, 화웨이만 생산 중이다. 애플이 대안으로 모뎀칩을 공급받았던 인텔의 5G용 모뎀은 2020년은 돼야 출시될 예정이다. 소송 결과에 따라 애플의 5G 스마트폰 출시는 미뤄질 수 있다.

시장조사업체 CCS인사이트의 제프 블레이버 애널리스트는 "퀄컴은 미래 비즈니스가 달렸고, 애플은 아이폰 가격 경쟁력 약화를 걱정해야 한다"며 양사가 입게될 치명상을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애플·노키아 사례처럼 양사의 극적인 화해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다. 하지만 WSJ는 "몰렌코프 CEO는 애플이 노키아처럼 화해를 위한 협상을 할 것이라고 믿지만, 쿡은 허리를 굽힐 신호를 보이지 않는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