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호 크몽 대표 “이젠 일하고 싶을 때만 일하는 시대"

입력 2019.04.17 06:00

우버(Uber)와 리프트(Lyft)처럼,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고 수수료를 창출하는 IT 기반 O2O(Offline to Online) 플랫폼이 긱 이코노미 성장에 불을 지폈다. 긱 이코노미는 스마트폰 앱이나 플랫폼을 활용해 노동력을 주고받는 기간제 근로를 지칭한다.

이용자들은 다양한 플랫폼에서 필요한 서비스를 스마트폰으로 언제 어디서나 받을 수 있다. 노동자도 여러 플랫폼을 오가며 소속에 얽매이지 않고 일하고 싶을 때 일하는 자유를 얻는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사람과 사람을 연결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한다는 점에서 최근 관심이 높아진다.

대표 서비스는 미국 반려견 산책 애플리케이션 ‘왜그(Wag)'다. 왜그는 반려견 견주와 도우미를 연결하는 플랫폼이다. 바쁜 견주 대신 반려견 산책을 돕도록 한다.

실제로 긱 이코노미는 전 세계적으로 확산 중이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 맥킨지에 따르면 전 세계 5억4000만명이 단기 일자리에 종사한다. 미국에서만 현재 35%쯤이 긱 노동자다. 2020년에는 이 비율이 40% 이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긱 이코노미는 한국에서도 확산 추세다. 경기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비정규직 노동자 중 플랫폼 노동자와 유사한 고용 형태를 가진 파견, 용역, 특수형태 노동자 등은 207만명이다. 전체 비정규직 노동자의 약 31%를 차지한다. 관련업계는 이미 직장을 갖고도 플랫폼을 통해 ‘투잡'을 하는 이들도 포함하면, 플랫폼 노동으로 수익을 얻는 사람은 이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고 분석한다.

박현호 크몽 대표./ 크몽 제공
크몽은 한국 긱 이코노미를 이끄는 대표주자로 꼽힌다. 크몽은 디자이너와 프로그래머, 콘텐츠 제작자 등 각종 전문 분야 전문가들이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소비자와 연결되도록 이어주는 긱 이코노미 온라인 플랫폼이다. 크몽에서는 누구나 전문가로 등록하거나 서비스를 구매할 수 있다.

크몽은 2012년 창업 초반 5000원을 받고 모닝콜을 해주거나 상사 욕 대신 들어주기 같은 ‘누군가의 사소한 재능을 5000원에 산다’는 재능마켓으로 입소문을 모았다. 지금은 전문가와 연결하는 전문 프리랜서 마켓 플랫폼으로 자리를 잡았다. 2019년 현재 총 누적 거래금액은 717억원이다. 63만명이 이용한다. 지난해 미래에셋과 알토스벤처스, IMM인베스트먼트 등으로부터 110억원 규모 투자도 끌어내며 성장 가능성도 입증했다.

크몽에서는 디자인이나 영상 제작뿐 아니라 법률이나 회계, 인사 등 각종 사내 업무를 지원하는 전문가도 연결된다. 모든 분야 전문가를 직접 채용할 여력은 없지만 인력은 필요한 스타트업 같은 소규모 기업에서 특히 활용도가 높다. 박현호(41) 크몽 대표를 지난 11일 서울 서초구 사무실에서 만났다.

다음은 박 대표와의 일문일답.

―크몽이 다른 인력 매칭 서비스나 플랫폼과 다른 점은

"기존에도 유사한 서비스는 존재했다. 완전 다른 사업모델은 아니다. 창업 당시 검색해보니 인력 매칭 서비스가 60개에 달했다. 우리는 그걸 플랫폼으로 만들었다.

초기 3~4년은 힘들었다. 인력이라는 무형의 상품을 거래하는 플랫폼이다 보니 일반 오픈마켓 쇼핑몰과 다른 운영전략이 필요했다. 잠깐 재밌는 일을 대신해준다는 의미의 재능마켓을 넘어 플랫폼으로 프리랜서 노동력을 거래하는 곳이라는 정체성을 잡은 2016년 이후부터 성장했다.

올해 6월 대기업을 상대로 특정 업무 분야 서비스를 포괄적으로 납품하는 방식의 B2B 서비스를 선보인다. 기존에는 P2P(개인 간 거래)와 P2B(개인과 기업 간 거래)가 중심이었다면, 대기업도 사용할 수 있는 좀 더 포괄적인 비즈니스 해결 서비스를 지향한다는 게 다른 플랫폼과 다른 점이다."


크몽에서 서비스 중인 분야./ 크몽 홈페이지 갈무리
―크몽에서 인기있는 분야는

"전문 업무 영역이 인기가 높은 편이다. 마케팅이나 디자인, IT 프로그래밍 등 스몰 비즈니스 운영자라면 누구나 필요한 업무 분야다. 최근엔 행정이나 인사, 부가세 신고 등을 도와주는 비즈니스 컨설팅이라는 분야도 만들었다. 여기도 인기가 높다."

―이용자는 주로 어떤 사람들인가

"2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하다. 스타트업이나 작은 기업에서 일을 해결할 수 없을 경우 크몽을 찾기도 한다. 기획안 제작 등 자잘한 회사 업무를 크몽에서 해결한 사례도 있다. 문서 번역을 해야 하는데 당장 할 시간이 없으면 크몽에서 대신해줄 사람을 찾는 식이다. 이외에도 자영업자들이 크몽에서 마케팅이나 디자인을 이용하는 경우도 많다."

―억 단위의 연 매출을 올리는 이들도 적지 않다 들었다.

"디자인이나 마케팅 분야 판매자 중에는 억단위 매출을 올리는 이들이 꽤 있다. IT 분야도 워낙 거래 단가가 커서 매출이 많은 편이다. 다만 전체 판매자 비중으로는 1%도 안된다.

사실 모든 판매자 매출 성과가 좋은 건 아니다. 아예 한 건도 못 파는 경우도 있다. 인기가 많은 특정 판매자로 쏠림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첫 거래가 성사되면 거래액의 10%를 구매자에게 돌려주는 제도도 운영한다. 구매자가 신규 등록 전문가를 선택할 수 있도록 유도하기 위해서다. 아직 인기 전문가에게 쏠리는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좀 있긴 하다."

―결과 만족도가 낮은 전문가는 플랫폼에서 퇴출되나

"단순히 평점이 낮다고 내보내진 않는다. 다만 구매자로부터 일감을 받고 연락을 끊거나 판매 시 법 위반 소지가 있으면 퇴출하는 경우가 있다."

―블랙컨슈머(Black Consumer)는 어떻게 대응하나

"처음부터 판매자가 상품을 등록할 때 어디까지 서비스할 수 있는지 명확하게 한계를 정해놓는다.

로고 디자인을 제작하는 판매자는 시안을 두 개 제공한다거나 수정은 몇 회 가능하다는 등 자체적으로 규정을 제시하고 포트폴리오를 공개하도록 한다. 이걸 보고 구매자도 전문가를 선택하기 때문에 갈등이 잦은 편은 아니다.

기본적으로는 상호 의견 조율이 원칙이다. 하지만 끝까지 합의가 안 되면 크몽이 중개하기도 한다. 다만 단순히 디자인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정도 수준의 불만은 수용하지 않는다."

―크몽에서 발생하는 매출만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전문가는

"정확한 수치는 공개하기 어렵지만 적지 않다. 대기업을 다니다 퇴사하고 크몽에서 면접 취업 컨설팅 전문가로 활동 중인 사람도 있다. IT 모바일 개발자 중에는 퇴사 후 일하고 싶을 땐 일하다가 쉬고 싶을 땐 강원도로 훌쩍 떠나 낚시를 즐기는 자유로운 영혼의 전문가도 있다. 57년생인데, 손주도 돌보면서 사주 풀이 전문가로 활동하거나, 대학교 학부생 신분으로 쇼핑몰 매출 상승 컨설팅 전문가로 활동 중인 사례도 있다.

회사 다니면서 크몽에서 부수입을 얻는 사람도 많다. 이들 중엔 퇴사를 꿈꾸는 이들도 있다. 한 분은 디자이너인데 퇴사해도 프리랜서로 먹고살 수 있을지를 가늠해보는 선택지로 크몽을 활용하고 있다."

박현호 크몽 대표./ 크몽 제공
―긱 이코노미가 확산된다. 다만 아직은 플랫폼 노동에 의존하며 살기는 사회 안전망이 부족하지 않나

"사회 안전망이 부족하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제조업 시대 발상이라고 생각한다.

과거에는 회사를 그만두면, 자신이 일할 수 있는 곳을 쉽게 찾기 힘들었다. 이런 경우에는 사회적 안전망이 필요할 수 있다.

크몽같은 플랫폼이 많아지면, 일하는 방식도 달라질거라 믿는다. 먹고 살기 위해 억지로 일하는 것이 아니라, 일이 삶의 옵션이 된다. 일하고 싶을 때 플랫폼에서 일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흔히 프리랜서는 전문직 종사자 영역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지금은 그렇지 않다. 전문직 종사자가 아니어도 플랫폼을 활용하면 누구나 원할 때 일하는 프리랜서가 될 수 있다. 인공지능 기술 적용 분야도 늘어나고 긱 이노코미가 확산되면 누구나 먹고 살기 위한 노동에서 해방되지 않을까."

―탈세 논란을 피할 수 없을 듯 하다. 크몽 전문가도 소득 신고를 하나

"최근 크몽에서 버는 수입이 늘어난 사례가 많아 지면서 많은 판매자가 사업자 등록증을 갖고 있다. 신고를 안 하고 있다가 가산세를 부과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기업을 상대로 서비스 제공 판매자가 늘다 보니 세금계산서 발행이 필수가 됐다. 플랫폼 이용자가 국세청에 소득세 신고를 하도록 지속 안내도 한다."

―크몽 지향점은

"우리끼리는 크몽을 인력 시장 ‘다이소’라고 말한다. 가성비 좋은, 필요한 물건을 언제 어디서나 찾을 수 있는 곳이기도 하고, 앞으로도 그런 곳이 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크몽은 일할 사람이 필요하면 언제든 해결할 수 있는 공간이 되길 원한다. 서비스 초반에 붙었던 ‘재능마켓'이라는 이미지를 넘어 전문가를 만나는 비즈니스 플랫폼이자 프리랜서가 자신의 재능과 노동력을 판매할 수 있는 마켓 시장으로 자리 잡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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