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은 16일(이하 현지시각) 5G 스마트폰 모뎀 사업을 포기한다고 밝혔다. 인텔은 2017년 애플 아이폰용 통신 모뎀에 이어 내심 5G 스마트폰 모뎀 납품을 기대했다. 애플과 퀄컴이 다시 계약을 맺으며 판로가 사라지자, 인텔이 이 부문 비즈니스를 중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같은날 애플과 퀄컴의 특허 분쟁이 극적인 화해로 마무리됐다. 애플은 퀄컴과 6년간(이후 2년 연장) 통신 모뎀을 포함한 스마트폰 부품 납품 계약을 맺었다.

MWC 2019에 마련된 인텔 5G 솔루션 부스. / 인텔 제공
MWC 2019에 마련된 인텔 5G 솔루션 부스. / 인텔 제공
인텔은 이날 성명을 내고 "2020년 출시 예정이던 5G 스마트폰 모뎀을 출시하지 않고, 기존 4G 스마트폰 모뎀 수요에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오는 25일 1분기 실적 콘퍼런스 콜에서 향후 사업 방향을 투자자에게 알릴 예정이다.

밥 스완 인텔 CEO는 "5G 가능성과 네트워크 클라우드는 매력적이지만, 스마트폰 모뎀 사업에서 수익을 낼 명확한 길이 없다는 판단 하에서 내린 조치"라며 "단, PC와 사물인터넷, 기타 데이터 기기에서 사용할 4G 및 5G 모뎀 연구·개발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업계는 인텔의 5G 모뎀 연구·개발 포기가 오히려 계륵을 떼넨 격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5G 스마트폰 모뎀 생산사는 삼성전자와 퀄컴, 화웨이 뿐이다. 삼성전자와 화웨이는 스마트폰을 함께 만들며, 퀄컴은 애플과 손을 잡았다. 따라서 인텔이 5G 스마트폰 모뎀을 출시하더라도 판로는 매우 제한적이다. 더욱이 개발도 늦었다. 개발 지연에 따른 후발주자 설움을 이미 4G에서 톡톡히 당했던 인텔이다.

현실적인 이유도 있다. 인텔은 최근 시장에서 칩 구득난을 겪을 정도로 칩 공급에 차질을 빚는다. 서버용부터 보급형까지 급증한 CPU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다. 수율 안정화도 급선무다.
판로도 없고, 개발해봐야 2021년께야 공급이 가능한 5G 모뎀 칩에 목맬 이유가 없다. 결정적으로 애플과 퀄컴 화해로 아이폰용 5G 모뎀 칩 공급 길도 사실상 막혔다. 차라리 이참에 앓던 이를 빼자는 판단이 개발 중단 선언으로 이어졌다. 발표 이후 시간외거래에서 주가가 4%쯤 오른 것은 인텔 경영진의 이같은 판단이 신속하고도 현명하다는 시장 반응을 그대로 보여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