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비디오 스트리밍 시장 경쟁이 갈수록 점입가경이다. 전 세계를 휩쓴 넷플릭스 열풍을 잠재우기 위해 디즈니, 애플 등 글로벌 공룡들이 일제히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한국에서는 지상파 방송사가 합작해 설립한 콘텐츠연합플랫폼의 ‘푹(POOQ)’과 SK브로드밴드의 ‘옥수수’가 공동 전선을 구축한다. 푹과 옥수수 가입자 수를 합치면 1400만명으로, 합병이 순조롭게 완료되면 국내 최대 온라인 비디오 스트리밍 서비스가 탄생하게 된다.

시장 판도를 가름할 변수는 단연 콘텐츠다. 각 사업자들은 자체 제작 콘텐츠를 비롯해 양과 질 면에서 차별화된 특장점을 강조하고 나선다.

하지만, 콘텐츠 만큼 중요한 요소가 바로 ‘시청 경험’이다. 제아무리 흥행성 있는 콘텐츠가 넘쳐도 이를 원활하게 제공할 수 있는 인프라가 갖춰져 있지 않으면 시청자가 떨어져 나갈 수밖에 없다.

넷플릭스는 일찍이 이를 고려해 아마존 웹 서비스(AWS) 클라우드로 모든 시스템을 이전했다. 무려 7년에 걸친 대대적인 프로젝트였던 넷플릭스의 클라우드 이전은 전 세계 IT 관계자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전 세계를 휩쓴 넷플릭스 열풍은 클라우드 위에서 완성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콘텐츠연합플랫폼도 푹 서비스 고도화를 위해서는 넷플릭스와 같은 과감한 시도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나라마다 인터넷 환경이 다르고 시청 습관도 제각각이지만, 미디어 산업에서도 클라우드는 언젠가 꼭 가야 할 길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IT조선은 18일 AWS 서밋 서울 2019에서 푹 플랫폼기술본부에서 미디어기술운영을 맡고 있는 박명순 콘텐츠연합플랫폼 부장을 만나 푹 서비스의 AWS 클라우드 이전 배경과 성과, 향후 비전 등을 물었다. 그의 대답은 이미 한국을 벗어나 세계를 향하고 있었다.

박명순 콘텐츠연합플랫폼 플랫폼기술본부 미디어기술운영부장. / 노동균 기자
박명순 콘텐츠연합플랫폼 플랫폼기술본부 미디어기술운영부장. / 노동균 기자
―푹(POOQ) 운영 현황을 소개해달라.
"푹은 유료 사용자 기반 OTT(Over The Top, 여기서 톱은 셋톱박스를 의미하며 OTT는 인터넷을 통해 셋톱박스 없이도 콘텐츠를 감상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말한다)로 현재 80개가 넘는 라이브 채널과 22만편의 VOD, 1만5000편의 영화를 서비스하고 있다.

지원하는 디바이스도 처음에는 PC, 모바일로 시작해 지금은 스마트 TV는 물론 삼성전자 냉장고에서도 서비스를 제공 중이며, 구글 안드로이드 TV, 도서관이나 병원 등의 키오스크로도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과 같은 전장 시장으로도 진출할 예정이다."

―시스템을 클라우드로 이전하기 전에는 푹의 인프라 상황이 어땠나.
"푹에는 하루 지상파와 방송사별로 24시간 방송이 기본적으로 올라오고, 여기에 종편까지 40~50건 고정으로 올라온다. 최근에는 제휴사를 통해 미드 등 해외 드라마도 서비스하고 있다. 여기에 기존 풀 HD 콘텐츠 외에 UHD 콘텐츠까지 추가되는 중이다.

하나의 콘텐츠라고 해서 하나의 파일만 있는 게 아니다. 다양한 인터넷 환경과 디바이스를 고려해 하나의 콘텐츠를 화질별로 7개에서 10개까지 구비해야 한다. 파일 갯수만 놓고 보면 100억개, 차지하는 용량은 2.5페타바이트(PB, 테라바이트의 1024배)에 달한다."

―푹 시스템의 클라우드 이전의 필요성을 느꼈던 결정적인 순간이 있었나.
"처음에는 콜로케이션(서버 호스팅 업체가 제공하는 상면 및 전력 임대 서비스)으로 운영했는데, 클라우드의 필요성은 이미 2014년부터 느꼈다. 당시 AWS가 한국에 들어오기 전이었는데, 국내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를 만나 여러 가능성을 타진했으나 애초 의도했던 유연성이나 확장성 측면에서 부족한 면이 많아 전면 도입은 시기상조라고 봤다.

그러던 중 2015년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 경기를 중계하면서 550~600기가비트에 달하는 트래픽이 몰렸다. 결국 가장 많은 시청자가 몰린 결승전 날에는 서비스 장애가 발생하기도 했다. 콘텐츠 전송 네트워크(CDN) 서비스를 이용 중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스스로 컨트롤할 수 있는 부분이 거의 없었던 탓이다. 결국 2016년 초부터 AWS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여러 클라우드 서비스 중 AWS를 선택한 이유는.
"여러 고려사항 중 가장 차이 나는 부분은 지속성이었다. AWS 엘라스틱 컴퓨팅 클라우드(E2C)에서 기본 품질을 측정한 결과, 아침과 저녁 테스트에서 동일한 값을 내놨다. E2C의 스팟 인스턴스는 시청자 유입량에 따라서 서버를 유연하게 운영할 수 있도록 해준다. 유입량이 많으면 16코어 서버 기준으로 1000대까지 가동했다가도 시청자가 쫙 빠지면 바로 1~2대로 돌리는 식이다.

기존 CDN을 쓸 때는 사전에 증설 여부나 가격 등을 논의해야 하는데, 사람 예측이란 게 딱 맞아 떨어지기 힘들다. 스트리밍 서비스가 평소 100~200기가비트 트래픽이 나오다가도 스포츠 이벤트나 화제의 신작이 나오면 트래픽이 순식간에 뛰는데, 이게 어디까지 뛸 지 모른다는 거다. 반대로 예상 트래픽을 높게 예측하고 넉넉하게 대역폭을 준비했는데, 의외로 트래픽이 적게 나오면 그만큼 과잉 투자를 하게 되는 셈이다. AWS 이전 이후 이런 시행착오가 사라졌다."

―인프라 운영 측면 외에도 내부적으로 바뀐 점이 있나.
"푹 3.0을 AWS 환경에서 개발했는데, 사용자 인터페이스(UI)나 사용자 경험(UX)만 놓고 보면 큰 변화는 없지만 내부적으로는 변화가 컸다. 기존에는 푹 앱이 중앙집중형으로, 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API) 서비스의 90%가 한 덩어리였다고 보면 된다. API 전체를 한 번에 빌드해야 하기 때문에 한 번 업데이트를 배포하려면 30대에서 50대의 서버를 오르락내리락해야 했다. 이 과정이 한 번에 끝나면 그나마 다행인데, 다른 변수로 인해 롤백해야 하는 경우가 생기면 같은 과정을 다시 반복해야 했다.

AWS 이전 후 마이크로 서비스를 구현하면서 이러한 문제를 단번에 해결했다. 본방송 직후 다시보기를 제공하는 ‘퀵 VOD’ 서비스를 예로 들면, 드라마 본방 시 시청자가 몰리는 시점은 시작 후 10분 내외지만 방송이 끝나는 시점은 정해져 있기 때문에 시청자가 거의 일제히 빠져나간다. 이 때 메뉴 내 검색 서비스에 트래픽이 쏠리면서 해당 API 서버에 부하가 집중된다. 푹 3.0은 이러한 각각의 서비스를 잘개 쪼개 해당 부분에 대한 자원만 바로바로 늘리고 줄이는 방식으로 서비스를 최적화했다.

각각의 서비스가 하나의 컨테이너에 대응하는데, 도커의 경우 CPU 점유율을 10초 단위로 체크할 수 있어 필요 시 1분이면 증설을 완료할 수 있다. 도커 오케스트레이션을 위한 쿠버네티스의 경우 처음 쓰는 툴이었지만, AWS코리아의 기술 지원을 통해 많은 도움을 받았다."

박명순 콘텐츠연합플랫폼 플랫폼기술본부 미디어기술운영부장. / 노동균 기자
박명순 콘텐츠연합플랫폼 플랫폼기술본부 미디어기술운영부장. / 노동균 기자
―미디어 업계에서 AWS 이전 성공 사례로 넷플릭스를 빼놓을 수 없다. 푹과 옥수수 연합은 다분히 넷플릭스를 의식한 행보인데, 경쟁 상대를 참고한 부분이 있다면.
"넷플릭스를 포함해 아마존 프라임 등 해외 서비스에 대한 기술 조사나 모니터링은 당연히 해야 하는 부분이다. 그리고 좋은 기술이라면 얼마든지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넷플릭스는 이 업계에서 마이크로 서비스 개념을 퍼트린 주역이다. 단순히 따라하는 게 아니라, 기술적인 부분에서 우리 서비스 경쟁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면 얼마든지 배워야 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한국과 다른 나라의 사정이 다르다는 점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넷플릭스의 경우 인터넷 환경에 따라 10~15개에 이르는 화질 옵션을 갖고 있었는데, 사실 한국에서는 이 정도까지 필요하지 않을 수 있다. 인터넷 속도가 전 세계에서 손꼽힐 정도로 워낙 빠르기 때문이다. 넷플릭스가 비디오 스트리밍 시장에서 가변 비트레이트 기술을 선도한 것은 맞지만, 자칫 국내에서는 채널을 돌릴 때마다 화면이 깨져 보이는 것처럼 오해받을 수도 있다고 봤다.

그럼에도 푹의 해외 진출을 고려해 AWS를 기반으로 다양한 스트리밍 조건을 테스트하고 있다. 현재 푹의 스트리밍은 풀 HD 7개, UHD는 10개 정도의 화질 옵션을 제공한다. 베트남,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 한국보다는 인터넷 환경이 좋지 않은 곳에서도 적어도 풀 HD 콘텐츠는 끊기지 않고 서비스할 수 있는 수준으로 최적화할 계획이다."

―AWS 이전 4년차인데, 미디어 사업자 입장에서 클라우드란 어떤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나.
"OTT 서비스를 하는 입장에서 클라우드 덕분에 UHD 서비스가 비로소 가능해졌다고 본다. 기본적으로 클라우드 환경이 갖는 서비스 탄력성이나 유연성 등의 장점도 있지만, 기존에는 서버를 풀로 돌려도 UHD 콘텐츠를 24시간 후에나 제공할 수 있었다면 푹의 퀵 VOD는 본방송 시작 6분 만에 나간다. AWS상에서 콘텐츠를 수십 조각으로 쪼개 각각의 조각을 트랜스코딩한 후 다시 합쳐서 내보내는 방식이다.

멀티 클라우드의 경우 장애 상황을 고려해 최근 많이 언급되는데, 리스크를 낮출 수는 있지만 반대로 얘기하면 내부에서의 통신 등이 증가하기 때문에 서비스 성격에 따라 장단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DB의 경우 속도 차이가 날 수 있어 기술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괜찮겠지만, 단순히 유행을 쫓는 전략은 위험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AWS에도 가용 영역을 이중화하는 기능이 있는 만큼 각사의 서비스 특성이나 운영 역량 등을 두루 고려해 판단할 문제라고 본다."

―옥수수와의 통합 등 앞으로 할 일이 많은데, 향후 계획은.
"통합 후 감당할 수 있는 시스템 구성 등에 대해서는 이미 기술 검토를 진행 중이다. 콘텐츠 품질 측면에서는 HDR(High Dynamic Range, 명암비를 극대화해 뚜렷한 화질을 구현하는 기술)이 보편화될 것을 대비해 원활한 서비스를 위한 시스템 고도화를 계획하고 있다. 오디오도 지금은 스테레오로 처리 중이지만, 향후 5.1채널 이상으로 제작된 콘텐츠도 시청자에게 그대로 전달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 중이다.

이외에도 해외 서비스를 고려해 자막을 직접 영상에 입히는 수준을 넘어 국가별로 다르게 가져갈 수 있도록 하는 부분과 디지털 저작권 관리(DRM)도 소홀히 하지 않을 계획이다. 시각장애인이나 청각장애인을 위한 인터페이스도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갈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