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노트7’때와 달리 빨라진 삼성 대응과 의사결정

입력 2019.04.23 14:00

삼성전자가 ‘갤럭시 폴드’ 출시를 연기하자마자 ‘갤럭시 노트7’ 배터리 폭발 사건을 떠올린 이들이 많다. 신속한 대응과 의사 결정은 그때와 사뭇 달라졌다.

삼성전자가 갤럭시 폴드의 출시를 연기했다. / 삼성전자 제공
2016년 8월 3일 첫선을 보였던 갤럭시 노트7은 당대 최고급 성능, 각종 최신 기능으로 업계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삼성 스마트폰 첫 홍채 인식 기능 탑재 ▲노트 시리즈 최초 방수방진 기능 ▲이전 모델보다 2배 향상된 4096단계의 필기 압력 인식 등 화려했다.

하지만 정식 출시 직후인 같은 달 24일 국내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배터리 폭발 사고가 보고되기 시작했다. 삼성전자는 처음에 일부 소수 초기 제품의 불량 정도로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폭발 제품을 신품으로 교환하고 피해에 따른 추가적인 보상을 제시하는 선에서 그쳤다.

그러나 폭발 사고가 국내뿐 아니라 세계 각지에서 연이어 발생하면서 일이 커졌다. 일부는 화재 사고로 이어졌다. 그제야 심각성을 인식한 삼성전자가 움직였다. 출시한 지 약 10일만인 2016년 9월 2일 대대적인 리콜을 선언하고 같은 달 20일경부터 제품 교환을 시작했다.

그런데 교체 제품에서도 폭발 사고가 이어졌다. 마침내 다음 달인 2016년 10월 10일 노트7의 제품 생산을 완전히 중지했다. 기존 판매한 제품의 전량 수거 및 환불(혹은 타제품 교체) 정책을 밝혔다. 출시한 지 약 두달만에 완전히 단종됐다. 갤럭시 노트7은 삼성 역사상 가장 단명한 스마트폰이 됐다. 수개월간 정밀 조사 후 이듬해인 2017년 1월에야 ‘배터리 설계 결함’으로 결론이 났다. 그러나 이미 배는 떠난 후였다.

배터리가 폭발한 갤럭시 노트7의 모습. /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여파는 매우 컸다. 최고의 기대를 받던 최신 제품이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폭탄’으로 돌변하면서 애플과 함께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의 쌍두마차로 꼽히던 삼성의 브랜드 이미지에 먹칠을 했다. 당시 업계는 배터리 폭발 사고로 삼성전자 브랜드 가치가 무려 180억달러(약 20조원) 이상이 감소한 것으로 분석했다. 리콜과 제품 회수, 추가적인 보상으로 비용적인 손해도 어마어마했다. 삼성이 정확한 액수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적어도 수조원에 달하는 비용이 투입된 것으로 분석된다.

당시 삼성의 대처 방식도 도마 위에 올랐다. ‘빠른 리콜과 교환, 환불’보다 ‘빠르고 정확한 원인 규명’이 더 중요했다는 지적이다. 소비자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정확한 원인을 파악해 밝힌 후 대처했어야 한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말이었다.

이번 갤럭시 폴드의 화면 파손 이슈도 처음에는 그때와 비슷했다. 삼성전자는 ‘화면 보호 필름을 억지로 떼서 그런 것’이라며 출시를 강행할 분위기였다. 1주일이 안 되어 태도를 바꿨다. 의사 결정 속도가 빨라졌다. 노트7의 뼈아픈 교훈을 상기한 것으로 풀이된다.

무리하게 출시를 강행하기보다 연기하더라도 화면 파손에 대한 정확한 원인을 찾고, 문제가 있으면 확실히 보완한 다음에 출시해도 늦지 않다는 판단이다.

이 판단은 정식 출시 후 문제가 불거졌던 노트7과 달리 ‘갤럭시 폴드’가 출시 전인 것과 무관하지 않다. 소수의 전문 리뷰어와 언론사 관계자 등에게만 사전 제공됐을 뿐이다. 경쟁사보다 먼저 제품을 출시해 기선을 잡아야 했던 노트7과도 상황이 다르다.

최대 경쟁작(?)인 화웨이의 ‘메이트X’는 7월 즈음에나 나올 전망이다. 애플은 아직 폴더블폰을 만들 엄두도 내지 못한다. 여유가 있는 만큼 서두르지 않아도 된다. 제2의 노트7 사태를 막으려면 삼성전자도 더더욱 조심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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