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내년에 자율주행 택시(로보택시) 서비스를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자율주행 전기차를 빌려줘 테슬라와 차 소유자가 이익을 나누는 서비스다. 차량공유기업 우버와 리프트 등이 준비하는 완전 자율주행차 기반 모빌리티 서비스와 전면 경쟁을 예고했다.

머스크 CEO는 22일(현지시간) 투자설명회에서 미래 자율주행차 시대에 대비한 회사 전략을 소개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 테슬라 투자설명회 영상 갈무리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 테슬라 투자설명회 영상 갈무리
그는 "테슬라 보유자들이 차를 사용하지 않는 동안 돈을 벌 수 있는 기술"이라고 로보택시를 소개했다. 여기에 자율주행차용 인공지능 칩을 공개했다. 엔비디아 제품보다 7배 강력한 성능을 갖췄다고 설명했다. 또 자율주행차의 센서 기능을 구현하는 데 라이다(레이저 레이더)는 불필요하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로보택시 공유로 ‘소유자가 돈 버는 차' 만든다
테슬라가 구상하는 로보택시는 일종의 차량공유 서비스다. 전기차 소유자들이 차를 이용하지 않는 동안 다른 소비자에게 차를 대여할 수 있는 방식이다. 호출지역까지 차가 스스로 이동하고, 서비스 제공 후 차고지까지 운전자 없이 복귀할 수 있도록 자율주행 기술을 활용할 방식이다.

 테슬라 자율주행차 영상 자료. / 테슬라 투자설명회 영상 갈무리
테슬라 자율주행차 영상 자료. / 테슬라 투자설명회 영상 갈무리
여기서 얻는 수익은 테슬라와 전기차 소유자가 공유한다. 분배 비율은 공개하지 않았다. 하지만, 머스크는 11년 간 100만마일 이상 카셰어링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으며 차 소유자는 연간 3만달러(한화 약 3400만원)의 수익을 거둘 수 있다는 설명을 내놨다.

머스크는 그간 미래전략에 대한 약속을 잘 지키지 못했다는 비난을 받아왔다. 첫 전기 SUV 모델X는 그가 공언한 일정보다 2년 늦게 시장에 등장했다. 머스크는 2017년 스티어링을 쥘 필요 없는 자율주행 기술 공개를 단언했지만 불발됐다. 반 자율주행 기술 ‘오토파일럿'의 출시 일정도 번번히 연기됐다. 이번 로보택시 비전에 대해서도 곧바로 부정적인 시각이 나왔다..


이를 의식한 듯 그는 발표회에서 "(테슬라의 미래전략에 대한) 공정한 비판이란 점을 인정한다"면서도 "내년 말까지 자율주행 기술을 탑재한 테슬라 전기차가 운전기사보다 충분히 안전하다는 것을 감독당국이 납득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기술 완성도에 대한 우려를 불식하기 위한 발언도 이어졌다. 그는 "도로 위를 달리는 테슬라 전기차로부터 (자율주행차 기술을 완성시키기에) 충분한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이미 양산 중인 테슬라 전기차는 완전 자율주행에 필요한 하드웨어를 탑재하고 있다. 소프트웨어만 개선되면 된다"고 설명했다.

◇"자율주행차용 인공지능칩, 엔비디아보다 7배 강력해"
애플 전직 임원 출신인 피트 배너 테슬라 이사는 이날 테슬라가 개발 중인 최신 인공지능 칩을 공개했다. 자율주행차가 수집하는 방대한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하고, 전기차 배터리 소모를 최소화했다고 그는 강조했다. 엔비디아 등 경쟁사가 개발 중인 칩보다 7배 더 강력한 성능을 발휘한다고 그는 단언했다.

 . / 테슬라 제공
. / 테슬라 제공
테슬라가 공개한 인공지능 칩은 144TOPS(Total Operations Processing System, 시스템 처리 능력을 나타내는 단위)으로, 엔비디아의 자율주행칩 ‘엔비디아 드라이브 자비에'의 21 TOPS의 약 7배에 달한다는 것이 회사 설명이다.

머스크와 배넌은 "테슬라에서 이미 개발 중인 새 칩이 2년 안에 출시될 것"이라며 "텍사스 오스틴에서 삼성과 칩을 생산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테슬라의 발표직후 엔비디아는 즉각 반박자료를 냈다. 엔비디아에 따르면 ‘자비에' 칩의 처리능력은 21TOPS가 아닌 30TOPS다. 여기에 테슬라가 완전 자율주행용 칩을 공개한 만큼 비교대상이 ‘자비에’가 아니라 ‘엔비디아 드라이브 AGX 페가수스'와 비교해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페가수스’는 320TOPS의 성능을 갖췄다. 엔비디아에 따르면 기술력 우위는 테슬라가 아닌 자신에게 있다.

◇강화된 반자율주행 기술 ‘FSD’ OTA 방식으로 제공…5000달러 이상 예상돼

테슬라는 ‘풀 셀프 드라이빙(FSD)’이라 이름 붙인 반 자율주행 기술 패키지를 무선 업데이트 방식인 OTA로 제공할 방침이다. FSD는 테슬라의 대표 반자율주행 패키지 ‘오토파일럿’의 버전업이다. 가격은 5000달러(약 580만원) 이상으로 예상된다. 회사는 ‘오토파일럿'의 업데이트 및 버그 수정 등에 OTA 방식을 적용한 상태다.

FSD는 회사가 ‘소환'이라 부르는 기능을 제공한다. 이용자가 주차장에서 원하는 위치로 차를 부를 수 있다. 자율주행 기능을 활성화하면 자동으로 고속도로로 진입하거나, 자동차 전용 도로에서 빠져나올 수도 있다. 회사는 2019년 말 FSD가 신호등과 정지신호를 정확히 인식하고, 혼잡한 도시 내에서도 작동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FSD를 탑재하더라도 테슬라 전기차는 완전 자율주행차로 분류되진 않는다. 탑승객의 개입 없이 스스로 운전하는 레벨4 단계의 자율주행차로 간주되지 않는다는 것. 또 FSD를 구현하기 위한 하드웨어 등이 이미 3월부터 모델S와 모델X에 탑재됐고, 4월부터 모델3에 장착돼 출고될 것이라고 밝혔다.

◇"라이다(Lidar)는 자율주행차 발전에 걸림돌" 주장도
머스크는 자율주행차 기술 구현 시 사용되는 라이다(Lidar, 레이저 레이더)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그는 "라이다에 의지하는 (자율주행차 개발자나 자동차 회사는) 멸망할 것"이라며 "라이다는 너무 비싸고 불필요한 센서다. 라이다 없이 자율주행차를 충분히 구현할 수 있다. 라이다는 마치 맹장과 같은 존재"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라이다는 빛이 물체와 부딪혀 반사돼 돌아오는 속도로 주변 환경을 인식하는 장치다. 라이다만으로 영상정보를 구현할 수는 없지만, 기상변화 등 다양한 환경에서 안정적으로 외부정보를 수집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다른 센서들에 비해 가격이 비싸 양산형 자율주행차에 탑재하기 곤란하다는 입장도 있다.

테슬라의 차량은 현재 무인 운전을 위해 레이더, GPS, 지도, 초음파 센서 등 여러 데이터 소스를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다른 업체들과 달리 라이다는 사용하지 않는다. 우버와 리프트, 크루즈 등 다른 자율주행차 개발사들과 대조적이다. 이들 역시 라이다가 비싼 기술이라는 점은 인정하지만, 카메라나 (초음파) 레이더가 날씨 변화 등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라이다를 병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안드레이 카파시 테슬라 AI 개발부문 부사장은 "라이다는 플라스틱과 타이어 고무를 인식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며 "레벨4 이상 자율주행차를 구현하기 위한 대규모 신경망 훈련에 있어서 라이다는 마치 ‘지름길’과 같이 보이지만, 시각화 작업에 부적절한 등 궁극적으로 자율주행차 개발에 골칫거리가 될 가능성이 있다" 고 설명했다.

◇미 증권시장 반응은 ‘시큰둥'

일론 머스크가 제시한 ‘청사진'에도 불구하고 미 증권가는 여전히 테슬라가 수익성을 개선하기 어렵다는 전망을 내놓는다. 머스크의 계획이 성공하면 적어도 10배 이상의 수익을 거둘 수 있겠지만, 실제 자율주행차 양산과 로보택시 운행이 현실화되기엔 걸림돌이 많다는 분석도 나온다.

적어도 테슬라의 단기 실적 반등에 자율주행 기술이 도움을 주기엔 어려워 보인다. 증권업계는 테슬라가 올 1분기에도 적자를 기록했을 것으로 분석헸다. 실적을 끌어올릴 역할을 맡은 엔트리급 모델3가 북미에서 판매가 정체되고. 테슬라 제품과 관련된 화재사고가 연일 보도됐다. 최근 생산품질이 떨어져 소비자 불만이 높다는 지적도 나온다. 에버코어 ISI는 테슬라가 관련 문제들을 대비해 올해 말까지 적어도 20억 달러(약 2조2800억원)의 현금을 보유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