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스타트업 생태계가 지나치게 정부 주도로 조성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특히 정부가 도입 운영 중인 규제 샌드박스는 현장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지 못한다는 비판이다. 이를 이유로 여전히 현장에선 규제 해소 목소리가 높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은 23일 오전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국내 스타트업 성장과 글로벌 경쟁력’을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스타트업 전문가를 비롯한 정부 관계자 등이 참석해 열띤 토론이 이어졌다.

23일 국회에서 국내 스타트업 혁신성장을 주제로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주최 토론회가 열렸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제공
23일 국회에서 국내 스타트업 혁신성장을 주제로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주최 토론회가 열렸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제공
이날 행사에서 스타트업 관계자들은 스타트업 생태계 조성에서 현재 정부 역할에 비판을 쏟아냈다. 정부 주도 하에 초기 스타트업 생태계가 조성되다 보니 스타트업들이 제대로 성장할 기회를 갖지 못한다는 판단에서다. 또 행정 담당자들은 제도를 현장에 적용할 때 지나치게 소극적인 자세를 취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영덕 롯데액셀러레이터 상무는 "정부는 유니콘이 없으면 유니콘을 만들고, 창업이 어렵다고 하면 창업을 유도하는 대증요법에 급급한 정책만 내놓는다"며 "정부 지원정책 시스템 자체를 바꿔야 스타트업이 성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국내 벤처캐피털(VC)이 해외 기업에 투자할 수 없도록 막혀 있는 규제도 문제로 삼았다. 국내 벤처 투자 펀드는 대부분 공공펀드로 구성돼 있어 국내 기업 투자만 하다 보니 국내 VC와 스타트업 모두 해외 생태계 경험이 부족한 문제가 생긴다는 비판이다. 벤처 투자가 우물안 개구리를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규제가 관련 생태계 확장을 가로막을 뿐 아니라 정부가 규제를 풀기위해 마련한 샌드박스는 아직 역부족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스타트업을 위해 만들어졌다는 규제 샌드박스조차 정작 사업자들에게는 제약이 된다는 분석이다. 규제 샌드박스가 여러 부처에 걸쳐있다보니 각 부처별로 각기 다른 반응이 나오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여러 부처 반대를 피해 규제 샌드박스를 통과하려다 정작 기존 사업 방향을 많이 수정해야 하는 일이 빈번하다는 목소리다. 특히 규제 샌드박스를 통과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규제가 발생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는 "정부가 규제 샌드박스 등 규제 해소에 박차를 가하지만 규제 이슈별로 소관 부처는 여전히 보수적인 모습이다"라며 "규제 샌드박스 심의를 통과하려다 정작 사업을 접게 될 것 같다는 우려가 현장에서 나온다"고 꼬집었다.

업계 관계자들의 이 같은 질타에 중소벤처기업부는 스타트업 업계를 대변하려고 노력한다며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권대수 중소벤처기업부 창업진흥정책국장은 "중소기업벤처부는 규제해소를 지원하는 부서라고 생각한다"며 "스타트업 입장에서 업체를 대변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훈 기획재정부 정책조정국장은 "각 부처가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이유 중 하나는 행정감사에서 책임을 지게 될 것을 우려하기 때문으로 판단된다"며 "스타트업 현장에 법 제도를 적극 적용한 행정 담당자에게 면책 조항을 적용하는 방안 등 보완책을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