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먹여살린 휴대폰 '엑소더스'…정부 책임론 '부글부글'

입력 2019.04.25 06:00

‘정보통신기술(ICT) 코리아’를 만든 주역, 휴대폰 산업이 꺼져간다. 급기야 LG전자가 비용 절감을 위해 생산 기지를 모두 해외로 옮긴다. 삼성전자가 구미에서 일부 스마트폰 기종을 생산하지만 생산라인 대부분을 해외로 이전한 상태다.

중앙, 지방 할 것없이 정부 책임론도 제기될 전망이다. "휴대폰 국내 생산이 이렇게 경쟁력을 잃어갈 동안 정부가 도대체 한 게 뭐냐"는 비판이 업계에서 흘러나온다.

휴대폰 수출이 잘 될 때 산업통상자원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경쟁적으로 수출 실적을 홍보했다. 마치 정부가 잘 해 이룬 업적인 양 자랑했다. 정작 위기 때엔 보이지 않았다. 외국 휴대폰업체를 유치하려고 파격적인 지원과 세제혜택을 주는 베트남 지방정부, 자국 정보통신기업을 키우기 위해 온갖 지원을 아끼지 않는 중국 중앙정부와 바로 비교된다.

특히 중국 정부는 스마트폰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공장 부지와 제조설비 등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한국 업체들이 정부 지원이 없다시피 한 상황에서 고군분투하는 사이 화웨이와 샤오미, 오포와 비보 등 신흥 스마트폰 제조사는 단시간에 세계 시장에 진입, 높은 점유율을 확보하며 성과를 거뒀다.

스마트폰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효자 상품이다. 2016년 수출액만 해도 300억3000만달러(34조5345억원)이다. 전성기 때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점유율 1위, LG전자는 4위에 오를 정도로 성적도 좋았다. 2008년을 정점으로 수출이 2012년까지 감소했다가 스마트폰 고급화 붐을 타고 다시 증가하기도 했다. 그러다 최근 또다시 세계 스마트폰 시장 성장이 둔화하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2018년 한국 스마트폰 수출액은 146억1000만달러(16조8161억원쯤)로 조사됐다. 전성기의 절반 수준인데다, 2017년보다 무려 44억2000만달러(5조874억원쯤) 줄어든 수치다. 세계 스마트폰 시장 둔화에 생산 공장 해외 이전이 겹친 결과다. LG전자 스마트폰 생산 기지마저 한국을 떠난 2020년이면 이 수치는 더욱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내 휴대폰 생산 절벽 위기는 이미 5년전에 예고됐다. 가격 경쟁력을 상실한 노키아 창원공장이 2014년에 결국 문을 닫았다. 3년 뒤 팬택은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LG전자는 평택 스마트폰 생산 기지를 베트남, 브라질 등으로 옮긴다. 삼성전자 국내 생산 비중이 낮은 상황을 감안하면 한국의 휴대폰 생산기지 기능은 사실상 끝났다.

생산 기지를 어디에 둘지는 민간 기업이 알아서 결정할 사안이다. 하지만, 휴대폰은 지난 20~30년간 반도체디스플레이와 함께 한국 제조산업을 떠받쳤던 산업이다. 사실상 한국 ICT산업의 얼굴 상품이다. 이 중요성을 감안하면 국내 생산 중단 사태는 단순히 민간 기업만의 일로 봐선 안 된다.

휴대폰업체들이 이런저런 어려움을 겪는 지난 10년간 정부는 사실상 수수방관했다. 지원은커녕 되레 방해했다.

다른 산업도 마찬가지이나 최저임금 상향 조치, 생산 공장 운영에 직접 영향을 준 주휴수당, 주 52시간 근무제 등의 이슈는 근근히 버티어 온 스마트폰 제조업체를 벼랑 끝에 내몰았다. LG전자가 이번에 국내 생산을 접는 가장 큰 목표가 ‘인건비를 포함한 비용 절감’이다. 가뜩이나 가격경쟁력이 바닥인 상황임에도 꾸역꾸역 국내 생산을 해왔던 LG전자다. 정부의 성급한 정책이 LG로 하여금 ‘울고 싶은데 뺨을 때린 격’이 됐다.

공장 해외 이전은 지역 경제에 타격을 준다. 부품을 비롯한 중소 협력사들까지 포함하면 더욱 그렇다. 노키아 공장 철수 직후 창원 지역 경제가 휘청인 바 있다. 중앙정부도 마찬가지다. 특히 일자리 창출, 청년 실업 해소 정책을 내건 문재인정부다. LG 휴대폰 국내 생산 중단은 현 정부에 적잖은 부담을 안길 전망이다.

LG전자 휴대폰 국내생산 중단이 알려진 24일 오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실국장 등은 수출점검 회의를 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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