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가 출근해 PC를 켜고 회사 인트라넷에 접속해 전자결재 메뉴를 선택한다. 최종 결재를 기다리는 숱한 문서 목록이 화면에 올라온다. 휴가 신청 같은 간단한 안건은 바로바로 승인처리를 한다. 하지만 장비 구매, 계약서 등 돈과 법적 책임이 따르는 안건에 대해 승인 버튼을 누르기는 쉽지 않다.

CEO는 이런 안건을 만나면, 의사결정을 일단 미룰 가능성이 높다. 사전에 충분히 핵심 이슈를 파악하고 장단점을 따져보지 못했다면 결재 서류만 보고 의사결정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CEO가 결재를 붙들고 있으면 현업 부서장은 애를 태우며 CEO가 결재를 해주기를 기다린다.

결국 마감 시한이 임박한 현업 부서장은 CEO에게 조심스럽게 결재를 해달라고 요청을 한다. CEO는 그제야 결재 문서를 프린팅해서 담당자나 관련자를 불러서 궁금한 점을 묻기 시작한다. 현업 부서는 결재기안 관련 서류들을 들고 와서 CEO에게 다시 보여주면서 설득을 한다.

대부분 기업에서 결재용 문서와 소통용 문서가 따로 유통된다. 소통용 문서는 주로 이메일과 메신저 첨부파일 형태로 유통되고, 결재용 문서는 전자결재 시스템에서 흘러간다. 이런 이중성은 많은 문제를 야기한다.

결재용 문서는 눈덩이 함께 굴리기처럼, 하나의 문서를 굴려서 최종 완성 눈덩이를 결재하는 방식으로 진행해야 의사결정 속도가 빨라지고 질도 높아진다.
결재용 문서는 눈덩이 함께 굴리기처럼, 하나의 문서를 굴려서 최종 완성 눈덩이를 결재하는 방식으로 진행해야 의사결정 속도가 빨라지고 질도 높아진다.
첫째, 전자결재 시스템이 의사결정 프로세스 역할을 못 하고 껍데기 시스템이 될 가능성이 높다. 즉,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필요한 소통을 할 수 있는 온라인의 장점을 활용하지 못하는 전자결재 시스템은 종이 문서 결재 방식과 별다른 차이가 없다.

둘째, 복잡하고 까다로운 과제가 사전에 충분한 소통없이 기안될 경우 의사결정 속도가 확 떨어진다. 구매 품의나 각종 계약서의 경우 의사결정권자가 문서 내용만으로 쉽게 판단할 수 없다. 의사결정권자가 결재를 미루거나, 다시 처음부터 오프라인에서 검토하면 신속한 의사결정을 할 수 없다.

셋째, 의사 결정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모이는 안팎의 정보와 다양한 시각 등 진짜 정보가 결재문서에 반영되지 않는다.

백승권씨는 ‘보고서의 법칙'에서 형식적인 문서작업이 발생시키는 폐해를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우리나라에서 보고서는 의사결정 과정과 책임 소재를 기록하는 요식행위에 불과합니다. (중략)일의 내용이 보고서에 담겨 있지 않습니다. 보고서에 적혀 있지 않지만 말로 주고 받은 내용이 있으니 일은 그럭저럭 진행됩니다. 한번 일을 하고 나면 그 경험이 휘발유처럼 날아가고 있습니다. 과거에 그 일을 했던 경험자가 현직에 있지 않으면 나중에 이와 비슷한 일을 하게 될 때 전혀 새로운 일이 됩니다."

결재는 의사결정 프로세스에서 맨 마지막에 마무리하는 절차다. 과제가 발생하면 하나의 문서를 클라우드에 만들어 의사결정 프로세스에 올리면 소통과 의사결정을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다. 특히 소통과정에서 각종 이슈를 문서에서 정리하면 최종 결재는 형식적 절차에 그친다.

소통용 문서를 결재용으로 그대로 활용할 수 있는 클라우드 문서 관리시스템의 하나인 콜러베이트(Collavate) 화면
소통용 문서를 결재용으로 그대로 활용할 수 있는 클라우드 문서 관리시스템의 하나인 콜러베이트(Collavate) 화면
결재용 문서를 따로 만들지 않고 소통용 문서를 결재에 그대로 사용하는 것은 눈덩이 굴리기에 비유할 수 있다. 과제 실무자가 작은 눈덩이를 만들어 굴리기 시작해 크기가 커지면 동료, 상사, 연관 타부서 사람을 불러들여 함께 눈덩이를 굴려 나간다.

눈덩이 굴리기 방식을 적극적으로 도입해야 할 과제는 구매 품의서, 외부 계약서와 같이 복잡한 사안이다. 계약서의 경우 관련 부서가 정밀하게 검토하지 않을 경우, 나중에 큰 이슈를 발생시킬 수 있다. 계약을 맺고 나서 내부 회람과정에서 이슈가 발생하면 큰 비용을 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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