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모델이 겹치는 기업이 크게 늘면서 스타트업 업계가 기술 특허 분쟁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전문가들은 스타트업이 성장하려면 특허에 특히 관심을 많이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한다. 스타트업은 사업 초기 5년 내 승패가 갈린다. 한번 분쟁이 발생하면 비용도 적지 않아 기업 성장에 치명타로 작용한다.

◇ 현대ICT "특허 침해" vs 드라마앤컴퍼니 "‘특허 권리범위 아냐"

29일 스타트업 업계에 따르면 명함 관리서비스 ‘나비서'를 운영하는 현대ICT는 명함관리 앱 ‘리멤버' 운영사 드라마앤컴퍼니가 자사 특허를 침해했다고 주장하며 관련 내용을 담은 내용증명을 드라마앤컴퍼니 측에 4월 1일 보냈다.

. / 나비서 서비스 화면 갈무리
. / 나비서 서비스 화면 갈무리
현대ICT 측 주장에 따르면 현대ICT는 2014년 4월 모바일 명함관리 시스템과 이를 이용한 다자간 명함 교환 방법 특허를 획득했다. 이 기술은 나비서 주요 기능인 일대일 명함 교환과 단체 명함 교환 방법에 적용됐다. 나비서가 보유한 단체 명함 교환 서비스는 카카오톡과 페이스북 등 소셜 미디어에서 그룹장이 방을 만들면 여러 사람들이 한번에 명함을 주고 받는 서비스다.

현대ICT는 드라마앤컴퍼니가 1월 리멤버에서 선보인 모임주소록 기능이 자사 기술을 침해했다고 주장한다. 리멤버 모임주소록은 동문회와 업계 네트워킹 모임 등에서 멤버 주소록을 명함 기반으로 손쉽게 관리할 수 있는 서비스다. 현대ICT 측은 이 기능이 나비서 단체 명함교환 서비스에 적용된 자사 고유 특허 기술이라고 주장한다.

현대ICT 측은 "리멤버가 지난 1월 출시한 모임기능방 기능 홍보를 보고 기술 침해를 인지하게 됐다"며 "이후 기술 검토를 진행한 후 리멤버 측에 내용증명을 보냈으며 5월 중 정식 소송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라고 전했다.

드라마앤컴퍼니 측은 크게 반발한다. 이미 PC통신 시절부터 있던 기술로 자유실시기술이기 때문에 특허 발명의 권리 범위에 속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유실시기술은 이미 공개된 영역의 기술을 말한다. 그 기술 분야에서 통상적 지식을 가졌다면 누구나 쉽게 이용할 수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나비서 측의 특허 침해 주장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향후 현대아이씨티가 소송을 제기할 경우 강경 대응에 나설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리멤버 서비스 화면 갈무리
리멤버 서비스 화면 갈무리
◇ 늘어나는 스타트업 특허 분쟁, 해법은

스타트업 업계 특허 분쟁은 하루 이틀 일은 아니다. 과거에는 대기업과 스타트업 간 분쟁 구도였으나 최근에는 스타트업 간 분쟁 사례도 점차 많아지고 있다.

모바일 솔루션 업체 네오패드는 2016년 네이버 홈페이지 제작 서비스 ‘모두'가 특허 출원 기술을 도용했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지만 2월 패소했다.

2018년 9월에는 스타트업인 듀카이프가 TBJ·앤듀·버커루 등 의류 브랜드를 보유한 한세엠케이가 자사 제품인 마스크 모자를 표절했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반면 한세엠케이 측은 허위사실 유포라며 반박했다.

2017년에는 캔디 카메라로 유명한 스타트업 JP브라더스가 만든 ‘스냅킥(Snapkik)’이 스타트업 스크루바의 구닥(Gudak)을 표절했다는 논란이 불거졌다. JP브라더스는 표절을 인정하고 어플을 앱스토어에서 삭제했다.

업계에서는 신규 사업에 뛰어드는 이들이 기존 특허를 침해하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충분히 기존 특허 등록 현황을 찾아보지 않은 상황에서 시장성만 보고 사업에 뛰어들다가, 자칫 유사한 사업 모델을 내건 스타트업과 충돌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스타트업이 겪게 될 피해는 특허 분쟁이 발생하는 것 자체로도 클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정미나 코리아스타트업포럼 팀장은 "스타트업이 소송에 휘말리면 특허에 기반한 상품 출시가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며 "인건비와 개발비용 등 상품 출시를 위해 투자했던 비용을 날리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특허 분쟁은 승소도 어렵지만 승소해도 투자 비용보다 턱없이 부족한 금액만 보전받고 합의하는 일이 빈번해 결국 손해로 이어진다"고 덧붙였다.

김경환 특허 출원 전문변호사는 "최근 특허시장은 기술이 축약된 제품 특허가 아닌 아이디어 차원의 비즈니스 모델 특허가 많아진다"며 "서로 쉽게 따라하기도 하고, 따라해도 막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스타트업 업계는 아직까지 특허에 관심이 낮은 편이라 충분히 특허에 관심을 기울이고 창업에 뛰어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