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방에 들어서며 ‘지니야, 인기 가요 틀어줘’라고 말하자 얼마 지나지 않아 인기 아이돌 그룹 BTS의 신곡이 흘러나온다. 원하는 노래 제목을 말하기만 하면 고음질의 스피커로 감상할 수 있다.

평소 수줍은 성격이라, 객실 내 물품을 더 달라고 할 때 프런트 전화기에 대고 버벅거리곤 했다. 하지만 ‘지니야, 타월 가져다 줘’ 한 마디만 하면 알아서 물품을 가져다 준다.

이런 장면은 KT의 인공지능(AI) 서비스 ‘기가지니 호텔’을 적용한 서울 동대문구 노보텔 엠베서더 호텔 객실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노보텔 엠배서더 동대문 객실 내 기가지니 호텔서비스. / 류은주 기자
노보텔 엠배서더 동대문 객실 내 기가지니 호텔서비스. / 류은주 기자
노래나 물품 주문 외에 ‘와이파이 비번(비밀번호) 알려줘', ‘블라인드 내려줘'라고 말하자 비밀번호를 안내하고 알아서 블라인드를 내려준다. 침대의 높낮이 조절도 음성 명령으로 가능하다.

기가지니 호텔은 음성 인식뿐만 아니라 터치를 지원하는 화면도 갖췄다. 침대 옆 협탁에 놓여있는 AI 스크린의 크기는 11.6인치로 애플의 아이패드와 비슷하다. 화면 아래에는 하만 카돈 스피커가 장착돼 있다.

터치스크린에 보이는 메뉴를 터치하면 프런트에 별도로 연락하지 않더라도 다양한 호텔 서비스를 요청할 수 있다. 룸서비스를 부르기 어려운 내성적 성격의 투숙객에게는 불편한 일을 대신해주는 비서가 한명 있게 된 셈이다.

공기청정기, TV 등이 위치한 객실 내 벽면 곳곳에는 기가지니를 활용할 수 있는 예시 명령어 스티커가 붙어있다. 아직 기가지니 활용이 익숙지 않은 투숙객들을 위한 배려다.

KT에 따르면 언어 장벽으로 프런트에 전화를 걸기 두려운 투숙객들에게 기가지니 호텔 서비스가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AI플랫폼 사업팀 관계자는 "투숙객 1인이 하루에 30건쯤 사용하고, 투숙객들의 반응은 호의적이다"며 "외국인 고객들은 편하게 터치로 서비스를 요청하는 비대면 서비스에 대한 니즈가 있다"고 말했다.

명령을 내릴 수 있는 언어도 더욱 다양해 진다. 현재 기가지니 호텔은 한국어와 영어가 가능하다. 6월까지 중국어와 일본어도 추가된다. 호출 명령어도 ‘지니야'가 아닌 ‘헤이지니(hey genie)’ 등으로 확장된다.

KT의 ‘기가지니 호텔’은 론칭 1년이 안됐지만 전국 8개 호텔 700개 객실에서 활약 중이다. 현재 노보텔 엠베서더 동대문의 객실 중 상층 240개 객실에 기가지니 호텔이 적용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