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기훈·박지혜의 아트파이낸스 인사이트] 소득수준에 비해 미술품 거래 적은 한국, 증가 잠재력 있다

  • 홍기훈 홍익대학교 교수 박지혜 석사
    입력 2019.04.30 11:30 | 수정 2019.06.11 14:24

    국내총생산(GDP, Gross Domestic Product)은 ‘국가가 생산하는 가치 및 가용 소득’을 나타내는 지표다. 그렇다고 GDP가 곧 국가의 자본 혹은 자산 규모를 나타내지 않는다.

    그런데 ‘소득 수준이 늘어날수록 사치재(예술품은 사치재의 일종으로 볼 수 있다) 거래도 증가한다’는 명제를 대입하면 GDP에 따른 미술품 거래 시장 규모를 계산할 수 있다.

    2018년 기준 세계 GDP 총액은 80조달러(9경1888조원)쯤이다. 한국은 이 가운데 11위, 비중 2%(1조6600억달러, 1906조원)를 차지할 정도로 소득 수준이 높다. 반면, 미술품 거래량은 2017년 기준 4942억원쯤에 머무른다.

    2007년 세계를 휩쓴 금융 위기는 미술품 거래량을 크게 줄였다. 이 당시 한국의 미술품 거래량은 6044억원쯤이었다. 금융 위기 이후인 2013년에도 이 부문 거래량은 3249억원쯤에 머물렀다.

    금융 위기 이후 10년이 지났지만, 한국 미술품 거래 시장 규모는 그 당시보다 발전하기는 커녕 퇴보한 셈이다.

    세계 미술품 거래 시장 규모는 2017년 기준 637억달러(73조1467억원)다. 이 가운데 미국이 42%를 차지하며 중국(21%)과 영국(20%)이 뒤를 잇는다. 이 세 나라가 전세계 미술품 거래 시장의 80% 이상을 차지한다. 독일·프랑스·이탈리아 등 한국보다 GDP가 높은 나라를 더하면 비중은 93%로 높아진다.

    세계 미술품 거래 시장에서 한국의 비중은 불과 0.69%다. GDP 11위라는 점을 감안하면 매우 적다고 볼 수 있다. 이들 사실을 종합 분석하면 ‘한국은 소득 수준에 비해 미술품 거래가 활발하지 않다’는 결론을 낼 수 있다.

    한국 미술품 거래 시장은 시장 참여자 숫자(width)와 투입 자본(depth) 모두 적은 ‘좁고 얕은 시장’이다. 이처럼 유동성이 부족한 시장은 ▲비효율적 ▲가격의 불투명성 ▲정보의 비대칭성 ▲소수에 의해 주도되는 경향을 보인다.

    최근 한국에서도 미술품 거래 시장을 활성화하자는 논의가 활발하다. 하지만, 논의 대부분이 ‘시장 수요(미술품을 사려는 소비자의 숫자)를 늘려 유동성을 공급하자’는 취지다. 이 경우 참여자 숫자(width)는 늘릴 수 있으나 투입 자본(depth)은 늘릴 수 없는, 반쪽짜리 대책만 세워진다.

    수요뿐 아니라, 투입하는 자본의 절대량이 많아야 미술품 거래 시장이 팽창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한국을 뜨겁게 달군 암호화폐(가상통화) 시장이 좋은 예다.

    초기 암호화폐 시장 참여자 수가 적었다. 여기에 자본이 유입되자 시장 참여자도 급격히 늘었고, 시장 자체도 급격히 팽창했다.

    미술품 거래 시장 또한 자본 공급이 선행돼 시장의 깊이가 확보되면 시장 참여자 숫자 또한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사실, 한국 미술품 거래 시장에도 비교적 꾸준히 자본 공급이 이뤄졌다. 아트 펀드, 미술품 담보 대출 등이다.

    다음 칼럼에서 한국뿐 아니라 해외에서의 ‘미술품 거래 시장 자본 공급 사례’를 살펴보겠다. 이를 분석하면 향후 한국 미술품 거래 시장에 어떤 방식으로 자본을 공급해야 하는지 방향성을 가늠해볼 수 있을 것이다.

    ※ 외부필자 원고는 IT조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필자 홍기훈 홍익대학교 경영대 재무전공 교수와 박지혜 홍익대학교 문화예술경영대학 석사는 미술품 구매·투자론을 공동 연구하고 있다.

    2016년 한국금융연구원 기타보고서 ‘국내 미술금융 활성화 전략 및 활용방안’을 시작으로 10년간 이뤄진 5만건 이상의 미술품 경매 데이터를 분석, 전시 여부와 가격과의 상관 관계를 증명한 논문 ‘미술관 전시 여부와 작품 가격의 관계’를 공개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예술경영지원센터가 주관한 ‘미술품 담보대출 보증지원 사업 계획(안)’을 통해 운영 방안 연구에 참여했다. 과거 사례와 현황을 근거로 미술품 담보대출을 정책적으로 운용하면, 유동성을 가져다줄 1금융권을 유도할 수 있다는 것이 골자다.

    홍기훈 교수(PhD, CFA, FRM)는 홍익대 경영대 재무전공 교수로 재직 중이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경제학 박사를 마치고 자본시장연구원과 시드니공과대(University of Technology, Sydney) 경영대에서 근무했다. 금융위원회 테크자문단을 포함해 현업 및 정책적으로 다양한 자문 활동을 하고 있다.

    박지혜 석사는 홍익대학교 문화예술경영 대학원 졸업 후 예술경영지원센터 주관 미술품 감정인력 양성 지원-미국감정가협회(AAA) 협력 프로그램을 수료했다. 문체부 연구 용역, 갤러리 전시 기획 등 다양한 아트 파이낸스 실무 경력을 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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