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가 주간 회의에서 몇 가지 이슈를 포착했다. 각 이슈에 대한 담당 부서를 지정하고 자기 자리로 돌아가서 바로 초안부터 클라우드에 만들어 공유하라고 요청했다. CEO는 오후 내내 오전 회의에서 요청한 과제를 담은 초안 문서가 자신과 공유되기를 기다려도 문서가 오지 않는다.

원팀 원브레인을 위해서는 모든 과제에 대해 초안부터 공유해야 한다. CEO가 직접 초안을 만들어 굴려 가고, 부장, 팀장 등 중간관리자도 초안 문서에 참여시켜 실무자로 뛰게 해도 초안 공유 문화가 쉽게 정착되지 않는다.

구글 엔지니어 마누 코네(Manu Cornet)가 풍자한 스티브 발머 시절 마이크로소프트의 조직문화(출처:Bronker’s world)
구글 엔지니어 마누 코네(Manu Cornet)가 풍자한 스티브 발머 시절 마이크로소프트의 조직문화(출처:Bronker’s world)
12년 동안 클라우드 문서 시스템을 이용한 협업을 실행하면서 초안 클라우드 공유 원칙을 가로막는 몇 가지 공통점을 발견했다.

첫째, 불완전한 상태에서 다른 사람에게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을 극도로 꺼린다. 마치 내 약점을 모두 남에게 노출할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이는 수업 시간, 회의 시간, 토론 시간에 자기 의견을 명확하게 밝히지 않으려는 한국 사회의 특유의 문화코드와 관련이 깊다.

조선비즈가 출범한 초기에 그런 현상이 두드러졌다. 일부 직원들은 일이 한창 진행될 때까지 수첩에만 기초 구상을 메모해두고 아예 디지털 자료를 만들지 않았다. 아니면 자료를 만들어 놓고 혼자서 다듬으면서 보고라인과 협업라인과 공유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둘째, CEO 등 의사결정권자와 공유한 문서 외에 별도의 클라우드 문서를 만들어 혼자서 또는 부서별로 작업을 하는 현상이 벌어졌다. 의사결정권자가 문서를 늘 보고 있다고 생각하고, 혼자서 또는 부서별로 조율을 한 다음에 그 내용을 복사해서 의사결정권자와 공유한 문서에 반영하려는 것이다.

셋째,초안부터 클라우드에서 관련자들이 공유해도, 실무자외에는 실제 문서 활동에 참여하지 않으려는 경향성이 강하다. 특히 자신이 PM이 아니면, 대부분 필요한 정보를 문서에 붙이거나 진행상황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붙이는 등 실질적인 협업 활동을 하지 않는다.

의사결정권자가 과제 진행상황을 보다가 답답한 마음에 해당 사람을 콕 찍고, 작업 대상을 구체적으로 요청하면 그제서야 마지 못해 의견을 붙인다.

한국 사회 특유의 체면 의식은 클라우드 문서의 이중화 현상을 빚을 가능성이 짙다. 이중화는 결국 의사결정 속도와 질을 추구하는 원팀 원브레인 가치를 크게 훼손시킨다.

문서 이중화의 가장 큰 문제는 CEO중심의 전사적 마인드로 과제를 보지 않고, 담당 부서 이해관계 중심의 칸막이 마인드로 과제를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 의사결정권자와 초안부터 공유해서 일을 굴려가면 의사결정권자는 전사적 마인드로 일을 조율해준다. 다른 부서와 관련된 이슈라면 해당 부서를 그 문제에 추가로 초대해서 함께 일하도록 지시한다.

부서나 팀별로 원도큐먼트외에 별도 문서로 따로 만들어 과제를 수행하면 자연스럽게 자기 칸막이를 보호하는 쪽으로 일을 진행한다. 과제 마무리할 즈음에 의사결정권자가 이 점을 알면, 처음부터 다시 일하도록 지시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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